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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불꺼진 단지 즐비, 수도권 회복 시기상조

김명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2.07 16:34

수정 2010.12.07 16:30


【경기=김명지기자 엄민우수습기자】“경기 용인 수지 죽전의 기존 아파트는 몰라도 신봉이나 성복 등 미분양 아파트는 거래가 여전히 힘듭니다. 아직도 기존 아파트값보다 3000만∼4000만원 이상 비싼데 팔릴 리가 있겠어요”(경기 용인 동천동 A공인 관계자)

“전세를 찾는 사람이 가끔 있을 뿐 분양권 거래는 전무합니다. 11월이라 전세 찾는 사람도 눈에 띄게 줄었어요. 물량이 많은 168㎡ 저층은 계약금 포기에 2500만원 웃돈에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요”(경기 일산동구 식사동 B공인 관계자)

7일 전국 미분양아파트가 10만 가구 이하로 줄어들었다는 국토해양부의 발표가 있은 후 찾은 경기 일산과 용인 등 입주단지에는 여전히 불꺼진 곳이 많았다. 전국의 미분양아파트 수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지만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 일대는 미분양 물량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빈집이 수두룩하다.

■고양 식사 등 불 꺼진 단지 ‘즐비’

올 하반기 7000여 가구 규모의 대단지가 한꺼번에 입주를 시작한 고양시 일산 동구 식사지구. 오후 6시를 넘은 늦은 시간이지만 수천 가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가운데 불이 켜진 세대를 찾기 힘들다.

분양을 막 시작한 단지내 상가 1층에는 공인중개사사무소만 즐비하게 늘어서 있을 뿐 일반병원, 학원은 물론 그 흔한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등 생활편의시설은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3000여 명의 계약자 가운데 80% 가량인 2400명이 잔금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단지 내에는 주민보다 관리사무실 직원의 숫자가 더 많아 보였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실의 분위기도 한적하다. 식사자이 B공인 관계자는 “지난 11월 23일 연평해전 이후 분위기가 아예 싹 달라졌다”면서 “10월 한 달동안 간간히 찾아오던 손님도 싹 사라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용인 등 남부권 미분양 아직 비싸

이 같은 사정은 용인과 죽전 등 경기 남부권도 마찬가지다. 기존 아파트값이 조금씩 회복중인 용인 지역도 준공 후 미분양아파트의 사정은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용인시 동천동의 A공인 관계자는 “경기 남부권 부동산시장에 대한 심리는 많이 좋아진 상태지만 미분양아파트에 대한 문의는 아직 없다”면서 “현재 법적 분쟁을 겪고 있는 신봉동 일대 대단지는 여전히 입주가 절반도 안된 상태”라고 귀띔했다.

그는 또 “미분양아파트는 기존 시세를 쫓아간다”면서 “내년에 기존 아파트값이 더 올라서 미분양아파트의 분양가가 (기존아파트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생기면 모를까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A공인 관계자도 “지난 2009년 신봉자이 109㎡가 4억 3000만∼4억 4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을 때 인근 미분양아파트 문의가 들어왔다”면서 “내년 봄에 그 정도 가격 수준으로 오르면 모를까 지금은 거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신봉 자이 109㎡의 매매가는 4억1000만원. 올 초 급매물이 3억 7000만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4000만원 가량 오른 상황이지만 지난 2007년 5억7000만원까지 호가가 올랐던 것을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미분양 부정확한 통계 문제

전문가들은 지난 수년간 공급이 없었던 부산 등 지방과 최근까지 분양이 지속적으로 이뤄진 수도권은 다르게 평가하고 있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전국적으로 미분양아파트에 대한 총량이 줄어들면서 분양시장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입주가 임박하고 주변시세 상승으로 인해 분양가 경쟁력이 생긴 지방 일부지역을 제외한 수도권은 큰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미분양 통계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파주지역은 지난 10월 말 기준 미분양아파트(1442가구)가 9월(1796가구) 대비 350가구 가량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으나 미분양 소진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효성이 파주시 조리읍 봉일천리에 354가구 규모의 분양승인을 받은 아파트단지에 대한 승인을 취소하면서 집계에서 사라진 것이다.


메리츠증권 부동산금융연구소 강민석 수석연구원은 “미분양아파트 통계는 건설사별 자체 보고사항인 만큼 정확성이 높지 않다”면서 “펀드매각물량이나 분양승인취소물량 등이 미분양 통계에서 빠지는 경우가 마치 소진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mj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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