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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트 소득제한.. 맞벌이부부 ‘뿔났다’

김명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4.12 17:56

수정 2010.04.12 17:56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연봉이 4500만원입니다. 아들과 딸의 학비 마련 때문에 3년 전부터 아내가 일을 시작했고 아내의 연봉이 2500만원 정도 됩니다. 대학을 졸업한 딸은 아직 직장도 못구한 말 그대로 ‘백수’입니다. 장기전세주택(시프트)에 들어가기 위해 아내 직장을 그만두라고 해야 할까요. 전세살이 지겹게 하다가 시프트에 희망을 걸고 있었는데 그마저 물거품이 됐어요.”(서울 동대문구 김 모씨)
서울시가 시프트 청약 자격에 가구 소득제한 기준을 도입키로 하면서 예비청약자들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소득기준을 소득원이 아닌 세대원을 삼기로 하면서 맞벌이부부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84㎡ 이상 대형면적 시프트를 기다려왔던 40대 이상 중년가구는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서울시가 여성의 사회참여를 인정하지 않는 성차별 정책을 도입하려고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득 제한기준 도입, “맞벌이 부부” 강력 반발

12일 서울시와 SH공사에 따르면 서울시가 지난 1일 시프트 신청자격에 가구 소득제한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후 서울시와 SH공사의 인터넷 홈페이지 민원 게시판에는 이에 반대하는 글이 80여건이나 올라있다. 서울시 게시판에는 지난 2주 동안 약 30개의 반대 글이 등록됐고 SH공사 게시판에는 52건의 소득제한에 대한 글이 올라와 있다.

특히 서울시가 소득원에 상관없이 세대 전체로 맞벌이부부 혹은 자녀 동반가정에 대해서도 동일기준을 적용키로 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파장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발표 당일 입주자 소득제한기준을 전년도 도시근로자 평균 임금의 150% 수준인 연봉 7000만원 정도에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오는 8월 서울 강남권에 시프트 84㎡ 청약을 계획하고 있다는 한 예비 청약자는 “소득을 기준으로 자격을 제한하면 (유리지갑을 가진) 대부분의 봉급생활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면서 “소수의 자영업 고소득자들에게 특혜를 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가 여성의 사회참여가 적은 것이 이 같은 결정의 이유라고 밝힌 것도 화를 자초했다.

SH공사 게시판에 글을 올린 홍 모씨는 “1970년대도 아닌데 여성의 사회참여가 적다는 이유로 연봉 7000만원을 합당하다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대형 시프트,“소득제한 차등화 해야”

더욱이 84㎡ 이상 대형면적 시프트를 기다렸던 중장년층의 불만이 컸다. 주택을 구입이 아닌 거주개념으로 도입한 만큼 중대형 면적에 대해서는 소득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원칙에 맞다는 설명이다.

한 예비청약자는 “시프트가 보금자리주택이나 영구임대주택처럼 영세민과 차상위계층을 위해 공급하는 주택이라면 84∼114㎡의 대형면적 공급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면서 “소득제한을 두고 시프트는 가난한 사람들만 들어가는 곳으로 인식이 바뀌는 순간 시프트 정책은 실패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서울시의 또 다른 게시판에서는 “결국 돈 많은 부모님 유산을 기다리면서 일 안하는 사람들이나 소득이 불투명한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시프트에 들어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주택에 대한 소유 개념을 바꾸려면 임대주택은 ‘돈 없는 사람이 어쩔 수 없이 이용하는 제도’라는 고정관념을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소득제한이 도입되면 대형면적인 114㎡는 미달될 것이 자명한데 일반분양을 도입하겠다고 한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청약 1년 준비했는데…‘허탈’

8월 청약을 불과 석달 정도 남기고 갑작스럽게 청약 정책을 바꾸기로 한 것도 예비청약자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 모씨는 “시프트에 청약하기 위해 길게는 1년 동안 전세 재계약을 미뤘는 데 갑자기 정책을 변경함으로써 발생하는 피해는 누가 보상할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시 게시판에 글을 올린 서모씨는 “85㎡ 이상의 시프트 입주를 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직장생활하는 중년일 것”이라면서 “20대 맞벌이 부부의 연봉 7000만원과 50대 부부의 연봉 7000만원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을 감안해 소득기준을 연령대별로 차별화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양용택 장기전세주택팀장은 “현재 소득기준 마련을 위한 검토 착수 단계에 들어간 상태”라며 “사회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서 기초자료 취합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SH공사 질문·답변 게시판에는 소득제한에 찬성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12일 게시글을 올린 차모씨는 “연봉 7000만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면서 “일반 전세를 들어갈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사람이 시프트에 들어오는 것은 상대적으로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mjkim@fnnews.com김명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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