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대출 막힌 PF사업 ‘증자가 탈출구’

김명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0.12 21:57

수정 2010.10.12 21:57

건설사에 대한 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대안으로 유상증자가 부상하고 있다. 서울 용산과 상암, 경기 판교 등 주요 사업지들이 PF대출 대신 유상증자를 통해 수천억원 규모의 자금 마련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미 완공된 사업지들은 PF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 자산운용사를 통한 부동산펀드와 신탁을 활용하고 있다.

12일 금융권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경기 판교 알파돔시티를 비롯해 대형 PF 사업지들이 PF대출을 통한 자금조달이 막히자 수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밀린 토지 중도금과 대출이자 마련에 나섰다.

판교 알파돔시티는 18개 주주사를 대상으로 196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1564억원을 확보했다. 알파돔시티는 마련된 자금으로 오는 11월 30일 만기가 예정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600억원을 상환하게 된다.
시행사인 서울라이트는 유상증자로 자금이 확보되는 대로 3·4차 토지대금을 지불할 방침이다.

상암 DMC랜드마크빌딩은 오는 11월 14일까지 총 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다. 박해춘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을 자산운용사의 대표이사로 영입한 용산국제업무지구 역시 지난 7월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한 바 있다.

한국토지신탁 이재인 기획실 팀장은 "최근 금융당국에서 PF 모범 규준이 만들어지는 등 신규 PF 환경은 더욱 열악해졌다"면서 "유상증자 등으로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것은 시장 건전화의 측면에서 시행자가 리스크를 좀 더 감내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완공된 사업지도 PF대출 상환을 앞두고 자금조달을 위해 부동산펀드 등을 설정하는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부동산자산 자문업체인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지난 9월 한달 동안 PF대출의 형태로 개설된 부동산펀드의 설정액은 총 1336억 4800만원으로 올 들어 최대 규모로 조사됐다.

신영이 경기 화성 동탄에 지은 '메타폴리스'는 최근 한국투자신탁운용으로부터 PF대출 형태의 신탁펀드로 1200억원을 조달했으며, 자산유동화대출(ABL)과 ABCP로 29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했다.

또 GS건설은 부산 연산동에 지은 GS자이의 소유권을 아시아자산운용사에 넘기고 2541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부동산펀드를 조성했다. 이는 건설사가 민간 펀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첫 사례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미 대출을 많이 받아 사업계획서를 잡은 기존의 사업장에는 유상증자나 부동산펀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실제 유상증자로 약 1500억원을 조달한 판교 알파돔시티가 앞으로 납입해야 할 토지 중도금만 1조원대에 이른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상증자나 부동산펀드 등은 PF대출이 안돼 고안해 낸 차선책인 만큼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해도 사업이 완전히 정상화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외에도 해외자금 도입 등 다양한 루트의 자금마련 방안을 만들어 가능한 한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mjkim@fnnews.com김명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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