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건설사 매서운 구조조정 바람부나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1.15 22:20

수정 2010.11.15 22:20

#. 대형건설 업체인 A사는 지난달 내부감사를 거쳐 재개발·재건축 영업담당 부서를 대폭 축소했다. 5개 도시정비팀을 3개로 줄이고 인력도 재배치하는 등 조직정비를 단행했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엄청난 자금이 선 투입되는 데도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하자 내린 조치다.

#. 또 다른 대형건설 업체인 B사 주택사업 부문의 한 직원은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다. 개인적인 일로 사직서를 냈다고는 하지만 주변에서 보는 시각은 다르다. 재개발·재건축 수주실적이 부진해 연말이 다가오면서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어 아예 스스로 사직서를 냈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올해 재개발·재건축 수주실적이 예년보다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가 사업부진과 일감부족 등으로 연말 대대적인 구조조정 회오리에 휩싸이고 있다. 여기에다 내년 건설·부동산경기도 회복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면서 조직 재정비를 통한 인력감축 얘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중견·중소건설사는 물론 대형 건설사 임직원들도 좌불안석이다. 건설사 최고경영자들은 이번 기회에 회사의 해묵은 과제인 체질개선을 통한 ‘새판 짜기’에 고삐를 죄고 있다.

■구조조정 잣대는 ‘실적 부진’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공건설과 민간주택시장이 크게 축소되면서 건설업체 수주영업의 양대 산맥인 공공과 주택영업 부문에 대한 군살빼기와 인력 재배치 작업이 연말 또는 연초에 대규모로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대형 건설사들은 올해 공공건설 수주실적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연초 목표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상황이고 연말 발주될 공사도 많지 않아 목표 달성은 이미 물건너 간 상황이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GS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 ‘빅5’ 건설사 중 국내 공공공사에서 ‘수주 1조원(설계변경, 증액 제외) 클럽’ 가입 업체가 3개사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공공부문 영업 담당부서는 연말 조직개편을 앞두고 좌불안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건설사 영업담당 임원은 “공사가 없다 보니 나가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전화통만 붙들고 있다”면서 “연말 인사를 앞두고 말들이 많은데 실적까지 부진하니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라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 영업부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서울지역에 공공관리제가 도입된 뒤부터 영업환경이 극도로 악화돼 재개발·재건축 수주영업부서의 회사 내 영향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또 다른 대형건설 업체 한 영업담당 임원은 “그동안 재개발·재건축 수주는 조합장 등 조합원들과의 친밀도와 기업의 자금력에서 판가름났는데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어져 영업직원 중 상당수가 공사 현장으로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분양사업 부진으로 아파트 분양담당 인력 중 상당수가 현장에 나가거나 다른 부서로 전보될 것으로 보인다.

■CEO 체질개선 기회로 삼아

구조조정설로 업계가 뒤숭숭하지만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이번 기회를 이용해 체질강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불필요하고 중복된 사업 분야는 과감하게 정리하고 새로운 캐시카우를 발굴, 앞으로 10년을 준비하겠는 목표다.

대표적인 경우가 정연주 삼성물산 사장. 정 사장은 올해 대대적으로 체질개선 작업을 벌여 왔다. 이미 현장까지 포함해 총 600여명으로 구성된 주택사업본부를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역삼동 포스코건설빌딩으로 이전하면서 ‘주택사업본부 독립설’까지 업계에 퍼지기도 했다. 정 사장은 최근까지 해외플랜트와 엔지니어링, 친환경사업 분야의 인력 500여명을 뽑아 전진 배치시켜 삼성물산의 지향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도 일찌감치 원자력발전소에 눈을 돌렸다.
이 덕분에 올해 상반기 신울진 원전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원전 등을 수주해 총 4조1000억원에 달하는 수주실적을 올렸다. 김 사장은 “이제는 고부가가치 산업인 원전 수주에 역량을 집중하고 ‘현대건설=원전’이라는 브랜드를 세계에 각인시키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허명수 GS건설 사장,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이용구 대림산업 회장 등도 신사업 발굴을 최대 핵심 과제로 꼽고 내년 사업계획도 여기에 초점을 두도록 독려하고 있다.

/shin@fnnews.com신홍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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