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청약통장 1500만원에 팔린다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4.14 18:24

수정 2014.11.06 21:25

서울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지구 내 민간아파트 분양을 앞두고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서 청약통장 불법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금자리지구의 민간아파트도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70∼80% 정도로 싸게 책정될 것으로 예고되면서 청약통장 매매업자들이 우후죽순 등장해 청약통장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통장 매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청약통장매매업자들이 최근 서울과 수도권지역 곳곳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시내 곳곳의 게시판이나 전봇대 등에 홍보 전단지를 붙이는 방법으로 가점이 높은 청약통장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통장 매집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통장 소지자들의 가점을 기준으로 최소 400만원에서 최고 1500만원의 웃돈을 제시하며 통장 거래를 부추기고 있다.

주택 경기침체에도 매매업자들이 청약통장을 사들이는 이유는 이른바 '로또'로 불리는 서울 강남권의 민간 보금자리주택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인 서울 서초(우면)지구 A1블록에서 오는 5월 중 공급예정인 '서초 참누리 에코리치'(전용 101∼165㎡ 550가구)는 보금자리지구에서 공급되는 첫 민간아파트로 3.3㎡당 분양가가 1900만원 선에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인근 우면동의 중대형 아파트 평균 시세(3.3㎡당 2600만원)와 서초구 지역 전체 아파트 평균 시세(3.3㎡당 2800만원)에 비해 700만∼900만원이 저렴하다. 101㎡에 청약당첨되면 최고 2억7000만원가량의 시세차익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보금자리주택 중에서도 민간분양 물량이 청약통장매매업자들에게 타깃이 되고 있는 것은 저렴한 분양가 외에도 전매제한기간이 3년으로 7∼10년에 이르는 공공분양 물량에 비해 상당히 짧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앞으로 지정되는 보금자리주택지구의 보금자리주택 등에 대한 분양가격을 올리기로 한 것도 한 요인이다.

더불어 공공보금자리주택에 비해 전매동의 심사 통과가 수월한 점도 작용하고 있다. 전매제한 기간 중이라도 청약통장 가입자와 가족이 생업을 이유로 주소지를 지방으로 이전하면 전매제한 예외 요건에 해당돼 분양권을 거래할 수 있으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전매동의 심사를 위임받아 적격성 여부를 따진다. 그러나 공공물량보다 심사가 느슨하다는 게 통장매매업자들의 설명이다.

청약통장 불법매매가 판을 치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 거래 자체가 은밀해 현장을 단속하기 어렵고 통장 거래가 이뤄져도 통장 명의자 이름으로 청약 후 계약금, 중도금을 내기 때문에 당사자 간 분쟁이 발생하기 이전에는 적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청약통장제도가 시행된 1978년 5월 이후 현장에서 통장 불법매매가 적발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감독기관인 국토해양부는 지난 2월 신영수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청약통장 거래광고 자체를 법적으로 처벌이 가능토록 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만 고대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매매 당사자와 알선한 매매업자뿐 아니라 광고 행위자에게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고 최장 10년간 청약자격이 제한된다.

/winwin@fnnews.com오승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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