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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경기 침체에 ‘힘빠진 청약통장’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9.27 17:37

수정 2014.11.20 14:12

#.올해로 무주택기간 5년차로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서모씨(35)는 최근 마이너스 대출금(1000만원)을 갚기 위해 약 7년(가입횟수 82회·불입총액 820만원) 동안 불입한 주택청약통장을 해지했다. 주택경기 장기 침체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줄어 주택을 분양받아봐야 시세차익을 거두기 어려운 데다 대·내외 경제여건마저 악화되자 내 집 마련보다 가계부담을 줄이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해서다. 서씨는 "전세자금·마이너스 대출 등으로 한 달에 부담하는 이자가 40만원을 넘는다"며 "부부합산 세후소득이 500만원 정도인데 이 중 8% 이상을 이자로 내고 있어 아깝지만 청약통장을 해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3∼4년 전이라면 대출받아서라도 집을 샀겠지만 지금은 빚을 갚아 이자부담을 낮추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주택경기침체, 힘 빠진 청약통장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이 담긴 청약통장이 주택시장 여건 변화와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로 힘이 빠지고 있다. 세계 경제위기로 주택시장 회복전망은 어두워지고, 금리상승으로 가계부담이 늘면서 청약통장이 대출상환용 통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집값 하락 리스크를 짊어지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은행 빚이 있는 상황에서 마냥 넣어두는 것도 가계에 적잖은 부담이 되면서 불입 기간에 따라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청약통장을 빚 갚는데 사용하는 잠재적 수요자들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27일 금융결제원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주택청약예·부금, 청약저축, 청약종합저축 등 청약통장 총 가입자수는 지난 8월 말 현재 1489만명이다. 올해 4월 1507만명을 정점으로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자 이 기간 18만명이 이탈했다. 이 중 상당수가 늘어난 가계부채로 내 집 마련 꿈을 뒤로 미루고 청약통장 불입금액을 대출상환이나 긴급한 현금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통장별로 1년 전(2010년 8월) 가입자수와 비교하면 청약예금은 20만명, 청약부금 17만명, 청약저축은 29만명이 감소했다. 그나마 청약종합저축(8월 말 1105만명) 가입자수가 같은 기간 107만명 급증해 전체 감소폭이 줄었지만 지난 7월 이후 가입자수 증감은 들쭉날쭉하고 올해 가입기간 2년이 넘는 1순위자가 1000만명을 넘어 청약통장 무용론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청약통장 해지 신중해야"

미분양으로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지고 청약통장 종류는 늘면서 청약통장 매력 자체가 반감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급전이 필요하거나 생활고 등에 직면하지 않는 한 청약통장 해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아파트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 투자성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데다 미분양으로 청약통장이 없어도 얼마든지 분양받을 수 있게 된 것도 이유"라며 "가계부채 문제로 금융권의 신규 대출 옥죄기도 청약통장 가입자수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하지만 청약통장 가입자수 감소세가 지속된다면 상대적으로 통장소유자들은 그만큼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당장 자금이 필요하지 않다면 통장을 보유하면서 보금자리주택 등 유망 대기물량에 적극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IBK기업은행 김연화 부동산팀장은 "위례신도시 등의 보금자리주택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기 때문에 섣불리 청약통장을 해지하기보다 거주지역 주변으로 유망물량 공급여부를 확인 후 활용여부부터 판단해야 한다"며 "청약저축의 경우 불입기간(금액), 무주택기간, 세대원수 순으로 점수를 따져 소형 공공주택 우선 공급기회가 부여되므로 청약통장 장기가입자들은 청약통장 해지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팀장은 "당장 금리부담이 크고 개인적인 상황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섣불리 통장을 해지했다가 향후 주택시장이 회복될 경우 후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inwin@fnnews.com오승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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