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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뚝뚝’.. 상한제 ‘있으나 마나’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0.16 17:26

수정 2011.10.16 17:26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사들이 분양가 인하 등 군살빼기에 적극 나서면서 서울 아파트 분양가격이 3년새 30% 이상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부터는 전매제한 기간도 대폭 단축돼 분양가 상한제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실수요 위주로 시장구조가 재편되면서 건설사들이 자발적으로 분양가를 낮추고 분양가 상한제의 한 축인 전매제한 규제도 의미가 퇴색돼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회의론이 재점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회에서 2년 이상 계류 중인 분양가 상한제 폐지 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3년새 분양가 20∼30% 떨어져

16일 건설업계와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신규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2008년 2360만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 올해 9월 말에는 이보다 33%(786만원) 낮은 1574만원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전국 신규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1106만원에서 875만원으로 20%(231만원) 이상 떨어졌다.


주택 경기 침체로 아파트 호화경쟁이 사라지고 실수요자 눈높이에 맞춘 주택공급이 트렌드로 정착된 결과로 업계와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반면, 공급물량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된 2007년에는 전국적으로 30만9393가구가 분양됐다. 3년 만인 2010년에는 17만5128가구로 20만가구를 밑돌았고 올해는 9월 말까지 15만5250가구가 공급돼 지난해 수준에도 못미칠 전망이다.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는 서울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서울에서 신규 분양된 아파트는 2007년 3만3838가구에서 2009년 2만3148가구로 2년 만에 1만가구 이상 줄어들었고 올해는 9월 말까지 1만9154가구가 분양됐다. 분양가 상한제가 수도권 전세난의 주범으로도 지목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지난 2007년 9월 분양가 인상이 전반적인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우려로 부활됐고 이후 건설사들의 주택 공급이 크게 줄면서 2009년 2월과 6월에 각각 민간택지에 대해 폐지하자는 법안과 민간택지는 물론 공공택지 전용면적 85㎡ 초과 주택에 대해서도 폐지하자는 두 가지 법안이 제출됐다. 하지만 법안이 발의된 이후 정치적 이해관계에 묶여 국토해양위 법안소위에서 심사만 6번이나 되풀이했다. 법안소위심사를 거쳐 전체회의 의결, 법사위, 본회의까지 갈 길이 멀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가시화될지는 불투명하다.

■전문가들, 분양가 상한제 유명무실

분양가 상한제가 실효성은 떨어지고 공급 위축으로 전세난을 가중시키면서 전문가들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폐지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 제도의 한축을 이루는 전매제한 기간도 단축된 마당에 존속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달 중순부터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의 분양가 상한제 적용아파트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은 1∼3년으로 완화됐고 민간택지에서 공급되는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는 전매제한 기간이 주택 크기에 상관 없이 모두 1년으로 축소돼 입주 전에 분양권 거래가 가능해졌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실장은 "분양가 상한제로 서민들의 내집 마련이 쉬워질 것이란 생각은 착각"이라며 "집 값을 1000만원 싸게 사면 팔 때 그대로 팔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장 실장은 "보금자리주택과 마찬가지로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역시 최초 수분양자에게 자본 이득을 안겨주면서 수요자들은 재고 주택은 안 사고 신규 시장에 남으려고 한다"면서 "이러다보니 전세시장에 자발적 세입자들이 늘어나고 정말 전세를 얻어야 하는 서민들은 전셋값 급등에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양가 상한제의 최고 피해자는 전세입자들"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주택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분양가를 올려받을 배짱 좋은 업체는 없다"며 "설사 분양가가 올라간다고해도 과거처럼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부작용은 나타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분양가는 하락하고 전매제한기간은 대폭 단축돼 분양가 상한제가 유명무실해졌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 김연화 부동산팀장은 "서울 동대문구 전농7구역에서 조합원들이 사업성을 높이고 빠른 자금 회수를 위해 3.3㎡당 분양가를 200∼300만원씩 낮춘데 이어 왕십리 일부 사업장 등은 분양가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시공사를 교체하는 등 합리적인 분양가를 모색하려는 노력이 건설사를 넘어 재개발·재건축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도 집 값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winwin@fnnews.com오승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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