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건설업계 최저가낙찰제 확대 공방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1.10 17:45

수정 2011.11.10 17:45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을 놓고 정부와 건설업계 간에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건설업계는 최저가낙찰제가 확대 시행되면 덤핑입찰과 부실시공 등 부작용이 큰 만큼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비해 기획재정부는 공공사업에서 경쟁을 통한 예산절감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고 덤핑입찰에 대한 보완대책이 마련돼 있기 때문에 최저가낙찰제를 예정대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오는 2012년부터 공공공사 최저가낙찰제 대상 공사를 현행 3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을 놓고 쟁점이 되는 것은 크게 3가지다. 덤핑·출혈경쟁에 따른 낙찰률 하락 및 품질저하, 중소업체 경영 위기 초래, 일자리 감소 등이다.


■낙찰률 하락에 따른 품질 저하

10일 기획재정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업계는 최저가낙찰제가 확대 시행되면 과당경쟁에 따른 낙찰률 하락과 이에 따른 공사부실화를 우려하고 있다. 업계는 현재의 최저가낙찰제에서도 평균 낙찰률이 70% 초반에 머물고 있는데, 3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확대할 경우 입찰참여업체 수가 더욱 많아져 60%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K건설 관계자는 "공사입찰에 가보면 보통 수십개 업체가 등록을 해 참여한다"면서 "당연히 과당경쟁으로 낙찰률이 크게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될 경우 건설사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적정공사비가 확보되지 않아 공사 품질도 떨어질 수 있게 되고 나아가 공사가 완공되더라도 유지보수비가 갑절로 들어 '배보다 배꼽이 큰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재정부는 이에 대해 무리한 가격 낮추기에 따른 품질저하 우려를 해소할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우선 입찰자격사전심사(PQ) 시 발주기관이 지정한 핵심공법을 보유했거나 최근 시공경험이 있는 업체를 우대하고, 부실시공으로 벌점·행정처분을 받는 업체는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부실시공으로 인한 하자가 발생하면 감리업체에 배상책임을 묻고 향후입찰 시 불이익을 부과할 계획이다.

■중소건설사 경영위기 초래

최저가낙찰제가 확대 시행되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이 중소건설사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시공능력순위 100∼200위권 건설사들이 300억원 이하 공사를 많이 수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억원까지 확대된다면 중소건설사 외 건설사들의 참여가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지고 당연히 수주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한건설협회 최상근 계약제도실장은 "지난해 1억원 이상 공사를 한 건도 수주 못한 중소건설사가 전체의 29%에 달한다"면서 "최저가낙찰제 대상공사가 100억원으로 확대되면 절반 가까이가 경영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정부는 업계의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중소업체의 수주물량을 일정 수준 확보해 주는 방안의 하나로 등급별 제한경쟁 입찰제도를 확대 시행키로 했다. 등급제한입찰제는 종합건설업체를 시공능력평가액에 따라 6개 등급으로 나눈 뒤, 해당 등급 규모의 공사에만 입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현재 조달청과 토지주택공사만 시행하고 있다.

재정부는 대형업체가 중소업체와 공동수급체를 구성해 하위 등급공사에 참여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이럴 경우 대형업체의 최대 참여지분을 현행 50%에서 30%로 축소할 방침이다. 재정부는 이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업체 간 직접 경쟁이 최소화되면 중소업체가 받을 수 있는 물량이 현행 37%에서 52%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자리 감소 등 경제 악영향 우려

건설업계는 최저가낙찰제를 확대 시행할 경우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산업재해가 증가하는 등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자리 감소는 건설사가 최저가낙찰제 공사를 저가로 수주하면 결국 노무비 부족으로 저임금·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게 돼 내국인 일자리가 자연히 줄어들게 된다는 주장이다. 또 외국인 근로자는 대부분 비숙련공들이기 때문에 부실공사 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저가로 수주한 공사의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건설사가 무리하게 공사기간을 앞당기게 되고 이로 인해 근로자의 산재사고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런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저가 심사 시 노무비·하도급 대금 심사를 신설했다"며 "가령 업체가 써낸 노무비가 예정가격상 노무비의 80%에 미치지 못하면 해당 업체를 입찰에서 제외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는 공사비 부족에 따른 손실을 건설근로자나 하도급 업체로 전가하는 것을 막겠다는 뜻이다.

/shin@fnnews.com신홍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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