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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팰리스 조차 굴욕 “마치 꿈만 같네요”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6.24 17:59

수정 2012.06.24 17:59

타워팰리스 조차 굴욕 “마치 꿈만 같네요”

타워팰리스 등 집값 추락.. ‘반값 아파트’ 시대

한창 거래가 잘될 때는 1분 차이로 늦어 계약을 못했다고 울고불고 하는 일도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일이 마치 꿈만 같네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 O공인 관계자

자고 일어나면 가격이 올라 있으니 무리하게 대출을 안고 투자한 사람들이 많았죠. 그런데 이제는 대출 비용까지 생각하면 가격이 거의 반토막 난 셈이어서 화병 난 사람도 여럿 있어요.

-서울 송파구 잠실동 D공인 관계자
부동산시장 장기침체로 가격 하락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여름 비수기에 들어서면서 서울 강남 일대 중개업소는 고요했다. 간혹 전월세 문의 전화는 있지만 매매 손님은 문의전화조차 하지 않는 날도 많다는 게 대다수 중개업소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거래가 끊기자 그동안 매물을 내놨던 매도자들은 가격을 하향 조정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아무 효과가 없었다.

■버블세븐 반토막 행렬

강남 3구 일대 중개업소 거래가 실종되고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2006년 최고점을 찍은 후 하락세를 보이며 30% 이상 가격이 하락한 곳이 속출하고 있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누적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약 18.18%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실질가치로 '반값 아파트'인 곳이 많아진 것이다.

그동안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타워팰리스가 가장 대표적이다.


강남구 도곡동 S공인 관계자는 "타워팰리스도 실거래가보다 싸게 급매물로 내놔도 거래가 쉽사리 되지 않고 있다"면서 "주상복합의 인기가 떨어진데다 가격이 계속해 하락하고 있으니 섣불리 매매에 나서려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부동산 호황기 시절 큰 인기를 끌었던 강남 재건축 단지들 역시 하락세가 가파르다. 송파구 잠실동의 잠실5단지 83㎡는 2006년 이후 16억 6000만원까지 거래됐다. 그러나 4월 실거래가는 10억원으로 6억6000만원가량 하락했다. 이 역시 실질금액만으로도 40%가량 하락한 셈이고 물가상승률을 감안한다면 실질가치는 58%가량 떨어져 반값아파트의 대열에 들어선 격이다.

이 같은 현상은 버블세븐 지역도 마찬가지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시범삼성 192㎡의 지난 4월 실거래가는 9억 8000만원으로, 최고점이었던 2006년 11월 15억 8000만원에서 6억원이 하락해 최고점 대비 38%가 떨어졌다.

■손절매에도 '냉랭'…하락세 계속

문제는 가격이 고점 대비 '반값' 안팎 하락해도 좀처럼 거래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 O공인 관계자는 "호황기 때는 간발의 차이로 늦게 도착해 계약을 놓쳤다고 안타까워하는 현상이 흔했는데 지금은 문의전화조차 뜸하니 격세지감"이라고 말했다.

잠실의 D공인 관계자 역시 "당시 고점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안고 샀던 사람들의 경우 지금 이자 비용까지 생각하면 물가상승률을 제외하고라도 거의 절반가량 까먹은 셈"이라며 "5년 동안 아파트값이 반토막이 났는데 제정신인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손절매해서라도 팔고 나가려 하지만 이 역시 거래가 실종돼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매시장에서도 반값 아파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 태인에 따르면 서초구 서초동 롯데캐슬클래식 105동 1701호는 지난 1월 약 6억6111만원에 낙찰되며 41.32%의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 132동 306호도 지난 3월 6억5189만원인 43.46%의 낙찰률에 낙찰됐다. 이처럼 버블세븐 지역의 고가아파트들이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낙찰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팀장은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강남불패' 신화도 무너지면서 이 지역을 중심으로 반값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면서 "알짜단지도 하락하는 상황에서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인한 악재로 각종 부동산 대책마저 약발이 먹히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하락세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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