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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알파로스 무산’ 은평뉴타운 주민 반응

이다해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7.04 03:15

수정 2014.11.05 12:27

사업 부지를 알리는 펜스 사이로 높게 자란 잡초가 최근 사업이 중단된 알파로스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사업 부지를 알리는 펜스 사이로 높게 자란 잡초가 최근 사업이 중단된 알파로스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공공기관이 알파로스 개발사업을 무산시키니 어이가 없네요. 처음 분양받을 때 누가 아파트만 보고 들어왔겠습니까. 사기 당한 기분이네요." (은평뉴타운2지구 힐스테이트 주민)

"입주한 지 5년이 지나도록 개발이 지지부진하더니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습니다. 차라리 빨리 무산되고 다른 사업자를 찾는 게 주민들 입장에선 낫죠." (은평뉴타운2지구 H공인 대표)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에 복합 상업시설을 건립하는 알파로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지난 2일 무산이 확정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커져가고 있다. 이곳 중개업소들은 사업 무산으로 집값이 당장 큰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향후에도 다른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집값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상업시설 없어 수년째 큰 불편

3일 찾은 은평구 진관동 알파로스 개발 부지는 오랜 시간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듯 황량했다.
회색펜스만 답답한 주민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듯 길게 늘어서 있었다.

주민들은 사업 무산에 따라 상업시설 조성이 지연된 점을 가장 아쉬워했다. 은평뉴타운 2지구에 살고 있는 박모씨(61)는 "왜 이렇게 편의시설 조성이 안 되는지 모르겠다"며 "눈이 안 좋으신 87세 노모를 모시고 사는데 주변에 안과가 하나도 없다 보니 매번 연신내까지 차를 타고 나가야 한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은평뉴타운 3지구에 5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홍모씨(49)도 "이제 대형마트에 가기 위해 차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불광동이나 연신내로 나가는 일이 익숙해졌다"며 푸념했다.

SH공사는 사업시행자인 알파로스PFV가 물러남에 따라 새로 시행자를 모집하거나 자체개발을 통해 주민편의시설을 우선 공급할 예정이라고 했으나 주민들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은평뉴타운에 거주하는 이모씨(41)는 "개발한다고 기대감만 올려놓고 속 태운 게 몇 년인데 그 말도 못 믿겠다. 사업자 선정이다 뭐다 늦어질 게 뻔하다"고 말했다.

중개업소들도 회의적인 반응이다. 1단지 인근 E공인중개 대표는 "SH공사가 우선적으로 주민편의시설 개발을 위해 활용하겠다는 일반상업용지(1·3·4지구)는 기존 알파로스 개발 부지(5만426㎡)의 3분의 1 정도로 작은 면적"이라면서 "나중에 중심상업지가 개발되면 타격이 크기 때문에 작은 상권으로 들어오려는 민간 사업자들이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그동안 SH공사가 여러 번 개발을 번복해왔다"며 "불편 해소를 위해 우선 개발을 하겠다는 것도 결국 뜬구름 잡는 소리일 거라는 불신이 주민들 사이에 팽배하다"고 덧붙였다.

뉴타운 내 M부동산 관계자도 "알파로스 공동시공사로 들어왔던 건설사들이 개발 시작할 때 뉴타운 내에 계열사 주유소를 들여와서 이익만 챙기고 나가버린 형국"이라면서 "건설부동산 경기가 워낙 좋지 않은데다 시공사들 간의 이익싸움 때문에 추후 개발도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매매가 회복 전망 어려워

이번 사업 무산으로 인해 은평뉴타운 아파트값 회복도 낙관하기 어려워졌다. 은평뉴타운 아파트값은 전용면적 85㎡의 경우 분양 시점인 2008년 5억~6억원에서 현재 3억5000만~4억5000만원 선까지 물러앉은 상태다.

은평뉴타운 인근 H공인 관계자는 "알파로스 개발이 무산됐다고 해서 갑자기 집값이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면서 "개발이 빨리 되면 집값이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은 있지만 개발 무산 소식을 접한 상황에서 속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추후 빠른 개발 진행을 위해 알파로스가 물러난 것이 주민들에게는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덧붙였다. 주민들 사이에선 SH공사의 빠른 후속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SH공사 관계자는 "현재 일반상업단지에 우선적으로 들어올 유통업체들과 의사 타진 중"이라면서 "진행상황을 밝힐 단계는 아직 아니다"라고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강수련 이다해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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