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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하락·세금 부담에 집 안산다

김남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7.24 04:15

수정 2014.11.04 17:08

가격 하락·세금 부담에 집 안산다

#.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전용 59.88㎡)에 전세로 거주하는 김모씨(35)는 계약 만기일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현재 전세 1억9000만원에 살고 있지만 집주인이 1000만원을 더 올려달라고 했기 때문. 김씨는 이 아파트의 매매가(2억8000만~2억9000만원)가 전셋값보다 1억여원 더 비싸다는 점을 감안, 차라리 사버릴까 고민했지만 결국 전세금을 더 올려주기로 했다. 대출을 더 받아 집을 사기엔 이미 전셋값 대출금 이자가 만만치 않고, 매입해서 오래 살기엔 노후화된 아파트라는 점이 마음에 걸려서다.

■"세금과 대출이자 부담"

최근 전세가격이 치솟으면서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23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57.3%로 전달 56.7%보다 0.6%포인트 높아졌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 25개 구 중 8개구에서 전세가율이 60%를 넘어섰다.

전세가율은 성북구가 64.7%로 가장 높고 △관악구 62.0% △서대문구 61.9% △동대문구 60.6% △강서구 60.4% △동작구 60.4% △구로구 60.3% △중구 60.2% 등의 순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전세가율이 높은데도 집을 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집값 상승 가능성이 적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더라도 집값이 떨어질 경우 이자 부담만 커지는 데다 재산세나 취득세 등 세금까지 내야 하기 때문에 손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또 이미 전세금 대출 비중이 높다는 점도 집을 사지 않는 주요 이유로 꼽힌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팀장은 "재산세나 취득세 등 세금보다 집값이 더 올라야 집을 사는데 집값이 떨어질 확률이 높다 보니 사지를 않는다"고 설명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도 "실수요자든 투자자든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어야 집을 사는데 대출 받아서 집을 사는 상황에서 집값 하락으로 손해를 더 볼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세로 살 경우 자금을 보전할 수 있지만 시장이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목돈을 들여 집을 사는 것이 불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세가율 '톱10' 아파트 어디?

이처럼 주택 구매를 꺼리다 보니 서울에서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단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7월 3주차 기준 서울시에서 매매가 대비 전세가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강남구 역삼동 '진넥스빌2'로, 평균 3.3㎡당 전세가가 1184만원인 데 비해 매매가가 1367만원을 기록, 전세가율이 86.61%에 달했다. 이어 양천구 신정동 동원데자브가 86.31%, 강남구 대치동 대우아이빌멤버스 84.88%, 도봉구 창동 미소애가 83.33%, 강동구 명일동 중앙 아파트가 83.09%로 뒤를 이었다. 서초구 서초동 서초이오빌(82.06%), 서초구 방배동 한신트리플(81.36%), 마포구 노고산동 현대벤처빌(80.65%), 서초구 서초동 서초대림리시온(80.37%), 강동구 성대동 동방아파트(80.05%)도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아파트는 소형에 역세권이라는 공통점을 보였다.

부동산써브 조 팀장은 "전세가율이 높은 아파트들은 주로 소형에 지하철역 인근에 위치한 것이 많다"며 "임대도 많고 회전율도 빠른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어진 지 10~15년 된 아파트로, 재건축 연한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는 반면 보수하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드는 아파트들도 전세가율이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리얼투데이 양 팀장도 "투자수요가 적고, 실수요자가 많은 지역일수록 전세가율이 높다"며 "반면 노후된 강남 재건축단지는 매매가는 높고, 전세가가 낮기 때문에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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