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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안가리는’ 중개업자.. ‘미끼 매물’ 내걸고 소비자 낚시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8.08 03:14

수정 2013.08.08 03:14

‘물불 안가리는’ 중개업자.. ‘미끼 매물’ 내걸고 소비자 낚시

#1. 유심히 봐둔 A아파트 매물을 평소 자주 찾던 포털 부동산에서 발견한 김모씨는 곧바로 중개업자에게 전화를 걸어 집을 보겠다고 했다. 중개업자는 집주인과 말해보겠다며 기다리라고 했다. 1주일이 넘게 소식이 없자 김씨는 다시 연락했고 중개업자는 계약이 가능할 것 같다며 좀 더 기다려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중개업자는 여기보다 좋은 물건이라며 다른 매물을 여러번 소개했고 수상하게 여긴 김씨가 당초 집을 보여달라고 수차례 재촉하자 중개업자는 그제서야 다른 물건 사진이었다고 실토했다.

#2. 창업을 알아보던 박모씨는 인터넷에서 '강남역 커피전문점 창업, 총 창업비용 3억원을 투자·월 순수익 2000만원'이라는 홍보글에 혹했다. 보통 커피전문점 투자대비 평균 수익률보다 무려 2배가 넘기 때문. 박씨는 당장 전화를 걸어 매물에 관해 문의했지만 관계자는 '직전에 팔렸다.

다른 매물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시장의 거래절벽이 심화되면서 포털사이트, 부동산정보업체, 블로그, 카페 등 인터넷상 허위매물이 늘고 있다.

거래가 없어 생활이 빠듯해진 중개업자들이 전화문의로 손님 유도를 위해 미끼매물을 올려 놓는 것이다. 소비자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멀쩡한 내 집이 매물로?

김씨는 "허위매물을 올린 중개업자 말만 믿다가 한 달을 허비했다"며 "이 계약건 때문에 들인 시간과 발품은 어디서 보상받나. 철저하게 속은 것 같아 매우 화가 난다"고 분개했다.

박씨도 "좋은 물건이어서 금방 나갔겠거니 하고 한 발 늦었다고만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허위매물을 상습적으로 올리는 업자였다"며 "사기 당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고 털어놨다.

버젓이 살고 있는 집을 매물이라고 올리는 황당한 업소도 있다.

최모씨는 얼마 전 집을 내놓은 적이 없는데도 거주 중인 집이 떡하니 포털 부동산에 올라와 있는 것을 봤다. 게다가 집값 또한 시세보다 1억원이나 싼 가격에 게시돼 있었다. 최씨는 해당 중개업소에 강하게 따졌고 업자는 미안하다며 슬그머니 게시글을 삭제했다.

이처럼 중개업소들이 인터넷에 허위매물을 올리는 것은 전화문의를 받아 거래를 하기 위해서다.

특히 최근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정보 의존자들이 늘면서 인터넷 부동산이 시장의 새 돌파구가 됐고 이곳에서 수요층의 눈에 띄기 위한 업소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일단 '거짓 매물'을 올려놓고 전화가 오길 기다리는 것이다.

허위매물과 관련한 패턴은 대충 이렇다.

허위매물 글을 본 고객이 전화가 오면 중개업자는 계약이 가능하니 일단 업소로 찾아오도록 유도한다. 허위매물의 역할은 애초부터 '고객 내방'이 목적이다. 고객이 오면 업자는 갖가지 핑계로 둘러댄다. 이를테면 '사진이 잘못 올라간 것 같다' '방금 계약이 됐다' '있기는 한데 사실 융자가 많고 권리관계가 복잡하며 결로도 심하다' 등이다. 그러면서 '이것보다 더 좋은 물건이 있다'며 말을 바꾼다. 구매 의지가 강한 내방 수요자들은 '발품을 판 김에 한번 보기나 하자'는 식으로 업자의 말에 넘어간다.

이처럼 피해자가 속출하는데도 업자들이 허위매물을 계속 올리는 것은 이에 대한 적발이나 처벌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포털 부동산은 소비자가 허위매물로 신고하면 3일 이내 진위에 대한 답변을 받을 수 있고 업체의 경우 3회 누적 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게 돼 있지만 솜방망이라는 지적이다.

■제재는 솜방망이

이와 관련, 지난 4월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은 중개업자의 거짓, 과장광고를 금지행위로 간주,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 신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가 철회했다.

김 의원은 "공인중개사 협회 측에서 현장 매물에 대한 실시간 업데이트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과 전 중개업소 일괄 적용이 무리가 있다며 철회요청을 해 받아들인 것"이라며 "보완·수정 등을 통해 개정안을 다듬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 공인 관계자는 "다른 매물에 비해 지나치게 싸게 올라왔다면 허위매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그런 매물은 인터넷에 올라오지 않고 오프라인으로 거래되는 게 대부분인 만큼 수요자들은 발품을 팔면서 매물을 알아보는 게 시간과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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