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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숙집은 줄고 원룸은 포화 상태”

이정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14 17:43

수정 2013.11.14 17:43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 하숙 밀집 골목.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 하숙 밀집 골목.

1990년대 중반 서울 서대문구 '신촌하숙'을 배경으로 한 케이블방송 드라마가 최근 인기를 끌면서 하숙집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대학가 앞에 남아 있는 하숙집은 과거에 비해 수가 큰 폭으로 감소했을뿐더러 하숙비나 거주문화도 크게 달라졌다.

■"수요 감소에 하숙비도 못 올려"

14일 서울시 주거정보조사단 하우징스토리와 중개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서대문구 인근 하숙비는 방 크기나 학교까지 거리에 따라 월 30만원부터 55만원대로 다양하게 나뉜다. 이 중 40만~45만원대가 가장 보편적이다.

물가 오름폭에 비해 많이 오르지는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숙명여대 인근 여성 전용 하숙집은 5년 전 35만~45만원이던 것이 지금은 40만원대 중·후반으로 소폭 오른 상태다.

서대문구 창천동 R하숙 관계자는 "물가 오름폭에 비해 하숙비가 별로 많이 오르지 않은 편"이라며 "학생들이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고 오기 때문에 가격경쟁이 심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주거정보조사단으로 활동 중인 연세대 학생 김시우씨는 "예전에는 집주인끼리 가격담합이 이뤄지거나 시세를 모르는 1학년 학생에게 하숙비를 올려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 지금은 수요·공급 간 서로 눈치보는 경향이 조금 생겼다"며 "5년 전에 비해 가격부담은 확실히 덜한 편"이라고 전했다.

수요 감소로 하숙집은 많이 줄고 경쟁도 치열해졌다. 신촌 인근 T공인 대표는 "과거 하숙집을 운영했던 다가구주택 주인들이 이제는 미니원룸 식으로 개조해 학생들을 받고 있다"며 "예전에는 이 일대가 다 하숙집이었는데 지금은 원룸촌으로 부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천동 W하숙 주인은 "요즘 학생들은 간섭을 받거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생활을 불편해하다 보니 하숙생이 10여년 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며 "하숙집은 줄고 원룸은 포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하숙집들은 수요를 끌기 위해 무료 인터넷이나 뷔페식 식사 등으로 특화경쟁 중이다.

■하숙문화도 변화

하숙과 원룸의 장점을 합한 원룸형 하숙도 최근 늘고 있다. 원룸형 하숙은 원룸처럼 욕실이나 화장실을 방 안에 갖추고 있으면서도 하숙처럼 조식과 석식이 제공된다. 이화여대 졸업생 고모씨는 "최근 이대 인근에서 원룸형 하숙이 늘고 있다"며 "식사 제공 여부를 고를 수 있으며 밥을 먹을 경우 추가로 10만원만 더 내면 된다"고 설명했다.

드라마에 비치는 과거 모습과 달리 하숙문화도 크게 달라졌다.

최근 하숙집은 층별로 남녀가 엄격하게 구분돼 있는 경우가 많은 데다 개인주의적 성향도 한층 짙어졌다.

서대문구 창천동 S하숙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하숙생끼리 함께 어울려 밥이나 술을 먹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하숙생끼리 말도 하지 않고 밥도 따로 먹는 등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인근에 거주하는 대학원생 김모씨(28)도 "같이 하숙을 해도 안면을 트고 지내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드라마가 20년 전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지금 현실과는 많이 다르다"고 전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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