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박용만 회장 "어머님 생전에 화투라도 더 쳐드렸어야 했는데"

조용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9.19 13:39

수정 2014.11.06 00:25


고(故) 명계춘 여사가 타계한지 사흘 째 되던 지난 18일 저녁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사진)은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살아 생전에 그렇게 좋아하시던 화투라도 더 쳐드렸어야 하는데”라며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 회장은 “어머님이 96세에 돌아가셔서 호상이지만, 자식된 도리로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박 회장은 “어머님이 형님들, 며느리들이랑 화투 치시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다”며 “일요일에 화투라도 같이 쳐드렸어야 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한 “그 때는 바쁘게 일하는 것이 자식된 도리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함께 해드리는 것이 더 중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어머님에 대해 검약정신과 비즈니스마인드가 투철한 분이라고 회상했다.

이에 관련된 일화로 박 회장은 두산 연강원에 벚꽃이 많이 피어 이를 어머님에게 보여줬던 경험을 소개했다.
당시 박 회장이 어머님에게 “예쁘지요”라고 물었더니, 명 여사는 “이 정도 시설이면 돈이 얼마나 드나. 많이 벌어야겠다”고 말했다고 박 회장은 기억했다. 박 회장은 이 같은 어머님의 말씀이 항상 검약정신을 되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박 회장은 어머님이 주부로서 드물게 기업가 정신이 투철했으며, 오랫동안 옆에 계셔주셨던 것이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회장은 또 “어머님이 1년전 입원한 뒤에는 유언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며 아무런 유언이 없었음을 전했다. 그리고 평소에 어머님의 삶의 모습을 유언으로 생각하겠다는 뜻도 덧붙였다. 그는 “어머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세계적인 기업을 만드는 것으로 표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 회장은 현재 글로벌 금융 위기에 따른 두산의 경영 전략을 소개했다. 박 회장은 “세계 경제가 어려운 국면이지만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전략만 채택할 수는 없다”며 “회복기가 왔을 때를 대비해 기업 인수합병(M&A)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인프라 사업의 경기 하락기가 2년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 건설장비업종은 교체수요가 상시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위기극복의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한 두산그룹의 판단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대우조선 인수는 회사에 도움이 될 방편들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었고 인수 포기는 여러 옵션들 중 하나를 골라냈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며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동일한 재원을 투자하겠다는 그룹 차원의 판단에 따라 인수를 접은 것이며 개인적으로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경제는 과거 선진국이 주도했던 때와 달리 신흥 시장의 중요성이 커졌고 이 시장이 세계의 투자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면서 “국가가 주도하는 인프라 구축 지원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yscho@fnnews.com조용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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