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질주하는 경제대국] 中 베일을 벗긴다/② 중국도 기술력으로 승부한다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7.01 16:20

수정 2014.11.05 11:41



“몇년 전만 해도 중국의 기술력이 우리나라에 뒤진다고 확신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해외 바이어들은 중국의 기술이나 제품의 경쟁력이 우리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합니다. 3∼4년이 지나면 우리를 앞지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생겨요.”

대구에서 자동차부품 업체를 운영 중인 한 기업인의 말이다. 그만큼 중국이 기술력 측면에서도 우리나라에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는 뜻이다. 그는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저가제품을 만들어 팔던 중국은 그만 잊을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말 수출업체(연간 50만달러 이상) 1000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9.2%가 우리의 최대 경쟁국으로 중국을 꼽았다. 중국을 경쟁상대국으로 응답한 비율은 2004년 51.2%, 2005년 58.5%에 이어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주요 시장에서 대중국 경쟁력이 ‘경쟁우위에 있다’는 응답은 34.7%로 지난 2005년과 비교해 평균 10.5%포인트 감소했다. ‘경쟁열위’를 인정한 기업이 39.3%로 오히려 많았다.

세계 수출시장 1위 상품 수는 중국이 우리나라를 앞선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4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세계 1위 상품은 59개에 그쳤다. 반대로 중국은 833개를 기록, 우리보다 14배나 많았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아직은 경공업 제품을 중심으로 중국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주고 있는 상황이지만 장차 중화학공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기술우위 길어야 3∼5년

그동안 중국의 빠른 성장은 저렴한 임금에 기댄 측면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지난해 이후 중국 정부가 ‘대국’(양적 성장)에서 ‘강국’(질적 고도화)으로 산업발전 전략을 전환했기 때문이다. 자동차·기계·조선·정보기술(IT) 등 주요 산업에서 ‘기술력 확보’를 위한 중국 정부의 집중적인 연구개발(R&D)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당장 우리가 중국을 앞서 있지만 이같은 우위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는 게 중국을 아는 사람들의 입에서 한결같이 흘러나오고 있다. 중국의 기술 수준 상승 속도가 우리보다 빨라지면서 길어야 3∼5년에 불과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중국의 11차 5개년 계획이 끝나는 2010년에는 우리기업들과 경쟁하는 품목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선진국의 기술을 100으로 봤을 때 철강은 2005년 70에서 2010년에는 85, 섬유는 60에서 70, 석유화학은 70에서 80, 자동차는 80에서 90, 조선은 70에서 78, 전자는 70에서 75로 각각 오르는 등 주요 산업의 기술경쟁력이 한단계씩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0년 조선이 선진국 대비 97, 전자가 90 수준에서 각각 정체되는 것을 비롯해 철강은 95에서 98, 자동차는 95에서 98로 소폭 향상될 뿐이다.

이에 따라 철강은 냉연강판, 자동차는 소형승용차 및 범용부품, 조선은 탱커·컨테이너선, IT는 메모리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할 것으로 KIET는 전망하고 있다.

윤우진 KIET 연구본부장은 “우리나라가 자동차·통신 등 주력산업에서 2010년까지는 중국보다 높은 기술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그러나 중국의 기술 수준 상승 속도가 우리나라보다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그 이후에는 세계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인식은 국책연구기관들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어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현정택 원장도 최근 “한·중간 기술경쟁력 평균 격차는 2004년 4.4년에서 2005년 3.8년으로 축소됐다”면서 “오는 2015년에는 이같은 기술력 격차가 1∼2년 이하로 축소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나라가 전력을 쏟아 일본을 따라가고 있는 부품소재산업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5년 뒤에는 중국의 기술 수준이 지금의 우리 기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자칫 ‘일본을 따라잡기 전에 중국에 따라 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김성진 산은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 부품소재산업의 기술 수준은 83.7(미국 100 기준)로 중국(65.4)보다 한참 앞서 있지만 오는 2012년에는 우리나라가 92.2, 중국이 82.3으로 예상된다”면서 “중국의 기술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술 격차가 현재 18.3포인트에서 9.9포인트로 대폭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총연구개발비 우리나라보다 많아

외형적으로 중국의 R&D 능력은 이미 우리나라에 버금갈 정도로 수준이 향상됐다. 전체적인 연구개발투자 규모 등에서는 오히려 우리나라를 추월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R&D 투자 규모는 지난 2004년 237억5700만달러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23%를 기록했다. GDP에서 R&D가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나라(2.63%)보다 크게 뒤지고 있지만 절대 규모는 우리나라(160억1100만달러)에 비해 50% 정도 많다.

중국의 R&D 투자 규모는 미국·일본·독일·프랑스·영국에 이어 세계 6위에 해당한다. 중국 정부는 중장기 과기발전계획에서 오는 2010년 474억달러(3600억위안·1달러=7.6위안), 2020년에는 1184억달러(9000억위안)까지 대폭 늘릴 방침을 밝힌 바 있어 중국의 잠재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전체 R&D 지출에서 정부재정 비중이 지난 90년 54.9%에서 2000년 33.4%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으나 2020년에는 다시 40%까지 끌어올릴 것임을 천명했다. 중국 정부가 기술개발을 주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조윤애 KIET 연구위원은 “중국은 지난 86년 이후 과학기술활동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지출을 줄이며 시장 메커니즘을 통한 재원의 분배를 강화해왔는데 기존의 정책기조를 전환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은 또 ‘인구대국’답게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92만명의 연구원을 보유하고 있다. 종업원 1000명당 연구원 수는 1.2명에 불과, 우리나라(6.9명)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지만 전체 규모를 고려할 때 중국의 엄청난 잠재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런 가운데 해외 유학인력 및 해외근무 전문인력의 중국 복귀가 중국의 첨단기술 획득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미국 내 중국 유학생 수는 6만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IT의 산실’로 통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중국계 기술인력도 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과거에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 미국 등지에 ‘주저앉는’ 사례가 많았지만 중국경제의 발전과 함께 중국 내에서 일자리와 사업기회를 얻기가 더 쉬워지면서 최근에는 ‘컴백’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문형 KIET 연구위원은 “베이징 중관춘의 경우 지난 2001년 IT 분야에서만 1000명 이상의 해외 기술인력들이 중국으로 돌아와 창업 및 중국기업의 핵심기술인력으로 활동중”이라고 말했다. 머지않아 ‘중국발 IT산업 폭풍’을 예고하는 대목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대목이다.


아울러 외국인 투자기업들의 진출이 증가하면서 R&D센터가 자연스럽게 늘고 있는 점도 중국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다. 이를 통해 기술이전 및 확산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투자기업이 설립한 중국 내 R&D센터는 2002년 252개에서 2003년 420개, 2004년 690개(누적 기준) 등으로 해마다 200개 가량 증가하고 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기자

※공동기획: 산업연구원(KI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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