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세계 물류 무한경쟁…글로비스의 도전] <상> 앨라배마의 기적

조용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9.27 17:08

수정 2014.11.04 23:32



지난 2001년 국내 물류시장에 등장해 초고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글로비스. 지난해 매출액 1조8850억원을 달성한 글로비스는 단일 매출규모로는 국내 육상 물류업계 정상을 달리고 있다. 이제 글로비스는 도요타수송, 혼다익스프레스, 벡터SCM 등 세계 굴지의 자동차물류 전문기업들을 경쟁상대로 삼아 '초대형화·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신항만개발, 동서내륙철도 연계, 성공적인 통합물류센터 운영, 항만통합 등 미국 시장에서의 선전이 눈부시다. 이에 본지는 3회에 걸쳐 글로비스가 미국에서 펼치고 있는 물류사업을 짚어보며 향후 성장 가능성을 점검해본다.

【앨라배마=조용성기자】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공항에서 자동차로 20분 정도 달리면 광활한 목장 곁으로 거대한 글로비스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2005년 영업을 시작한 글로비스 앨라배마법인이다.


총면적 24만7935㎡(약 7만5000평)에 펼쳐진 이곳에는 글로비스가 자랑하는 최첨단 통합물류센터(CC)가 있다. 지난 2004년 12월에 준공된 앨라배마 CC는 설립당시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현재는 글로비스 최고의 자랑거리로 거듭났다.

글로비스 앨라배마법인의 주요 임무는 인근 현대자동차 앨라배마공장에 부품을 납품하고 완성차를 미국 각 주에 흩어져 있는 자동차 딜러상들에게 출고시키는 일이다.

그 중 부품을 제 때에 납품해야 하는 조달물류는 2000여개의 각기 다른 부품이 소요되고 복잡하고 변수가 많아 난이도 높은 작업으로 손꼽힌다. 부품조달 과정에서 단 한번의 실수만으로도 전체 자동차공정이 멈춰버리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자동차 앨라배마공장은 54초에 한대 꼴로 완성차가 생산된다. 하루 생산량 1300대, 연산 30만대라는 대형 규모를 자랑하는 앨라배마공장이었기에 애초에는 UPS나 TNT같은 현지 물류업체에 아웃소싱하려 했다고 한다.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으로서는 하루에도 700번의 부품오더가 떨어지고 각 부품이 제 때에 정확한 공정장소에 공급돼야 하기 때문에 경험이 많고 인프라가 축적된 미국 현지 유수의 물류기업들이 매력적이었던 것.

하지만 글로비스의 가능성과 토종기업 특유의 열정과 근면함이 인정돼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은 물류부문을 글로비스에게 아웃소싱하게 됐다. 당시 미국 내 경험이 일천했던 글로비스로서는 앨라배마공장의 조달물류를 맡은 자체가 ‘역사적인’ 도전이었던 셈이다.

■북미 물류시장 안착 성공

글로비스 앨라배마법인 CC는 작업들이 복잡하고 방대함에도 불구하고 표준화·전산화되어 있고 최대한 동선을 단순하게 했다는 시스템상 강점이 있다. 또한 한국인 특유의 책임감과 열정으로 어떻게 해서든지 임무를 완수해 낸다는 인적 경쟁력도 있다.

우선 앨라배마CC는 컨테이너차량으로부터 하차, 검수, 입고 작업을 한다. 이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입고정보가 전산에 등록돼고 바코드를 통해 재고이력이 등재된다. 이후 선입선출에 의해 재고정리가 이뤄지며 가용재고 역시 전산으로 관리된다. 이후 앨라배마공장의 주문에 의해 정확한 수량만큼이 적재돼 공장으로 나눠진다. 이 과정에서 대포장으로 돼있는 재고는 각각의 주문서에 따라 소포장으로 분류 되며 출고정보 역시 실시간으로 네트워크로 전송된다.

앨라배마CC에서는 이같은 과정이 2000여개의 각기 다른 자동차부품에 거쳐 매일 700번이 반복된다. 재고관리에 조그만 공백이라도, 단 한번의 프로세싱 실수라도 생기면 공장전체가 멈추기 때문에 CC의 효율성은 공장의 생산성과 가동률에 직결된다.

앨라배마CC는 영업개시 이래 2년7개월 동안 단 한차례의 오류도 발생하지 않았다. 보통 1년에 수십차례씩 에러가 발생하는 자동차물류 CC로서의 이 같은 성과는 미국 현지인들조차도 혀를 내두르고 있다는 평이다.

■현지업체 러브콜 잇따라

글로비스 앨라배마CC는 가격경쟁력에서도 현지업체들에 비해 우월하다. 글로비스 앨라배마법인 최진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우리는 당초 현지 다국적 물류기업이 현대자동차 앨라배마공장에 제시했던 가격의 60%만을 받고 있다”며 “60%비용으로 그들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 미국물류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글로비스에는 최근 현지업체들의 물류대행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리를 생산하는 푸야오글래스, 일본업체인 NSK 등 10여곳의 기업들이 글로비스 앨라배마법인에 조달물류 대행을 부탁해 왔다고 한다.

최진호COO는 “별도로 홍보를 하지도, 광고를 내지도 않은 상태에서 입소문만으로 현지 제조업체들이 우리를 찾고 있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라며 향후 기업 성장 가능성에 자신감을 보였다.


/yscho@fnnews.com 조용성기자

■사진설명=통합물류센터(CC)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미국에서 성장가능성을 보인 글로비스 앨라배마법인의 전경. 앨라배마CC의 성공으로 글로비스는 현지 업체들로부터 잇단 물류위탁 제안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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