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헤드헌팅업체 인재사냥] <하> 40대 이직,마음가짐부터 새롭게

조용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10.14 16:03

수정 2014.11.04 22:01



지난 2005년 국내 굴지의 대기업 이사였던 K씨(51세)는 자신의 퇴직 통보에 망연자실했다. 임원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듣게 된 ‘청천벽력’에 그는 눈물이 나올 뻔 했다. 회사에 한평생을 바쳤음에도 불구하고 50세도 넘기지 못하고 퇴출당했다는 생각에 스스로 자괴감에 빠진 채 2개월여를 두문불출했다.

자신을 바라보며 한숨을 짓는 가족들, 한창 일하고 있을 친구들, 자신에게 퇴직을 통보하던 인사담당 전무, 유학준비 중이던 큰딸…. K씨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이후 K씨는 친구들의 등쌀에 떠밀려 작은 컨설팅업체의 임원으로 재취업됐다. 하지만 1년을 버티지 못했다.


대기업 임원이었던 그가 직원 12명의 작은 업체 임원이라는 직책에 도저히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우선 지시를 해도 움직이지 않는 직원들이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또한 식당 예약, 팩스 보내기 등 작은 일도 자신이 처리해야 하는 데서 오는 자괴감도 가슴을 압박했다. 거래처 상대방에게 명함을 내밀기도 부끄러웠다. 자연스레 직원들에게 화를 내는 일이 잦아졌고 업무 성과도 초라해져 갔다. 그는 또다시 퇴직했다.

이후 1년여간의 칩거생활 끝에 그는 직원 수 100여명의 중소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 발탁됐다. 과거를 잊고 현실에 적응하려고 부단히도 노력했다고 한다. 마음을 비운 그는 1년째 중소기업의 CEO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사회 정년이 40대로 단축돼 가고 있는 상황에 40대의 젊은 관리자나 임원들에게 자신의 진로 문제는 현실로 다가온 문제다. 일단 40대의 재취업은 상당히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대부분 높은 직급의 퇴직자들은 전 직장에서 1∼2년은 급여를 지급하고 눈높이만 낮추면 중소기업의 CEO나 부사장, 임원 등의 직급으로 재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문제는 정신적인 혼란과 좌절감이다. 자신의 ‘퇴출’은 본인의 능력 문제가 아니고 사회 구조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짙은 것이 현실인 만큼 노력 여부에 따라 재취업의 기회도 다가오게 마련이다.

잡코리아의 안연희 이사는 “눈높이를 낮출 때에는 낮추고 부지런히 구직 활동을 한다면 새로운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마련”이라며 “결심한 이상 노력하는 모습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구직자의 정신자세를 강조했다.

부장급 이상의 높은 직급에서 물러난 퇴직자들이 재취업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네가지 자세가 권해진다.

첫째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의 눈높이에 맞추라는 것이다. 약 20여년간 경력을 쌓아온 40대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전문성과 연봉 기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지사다. 하지만 기대치보다 낮은 대우를 받더라도 향후 본인의 능력 여하에 따라 대우는 올라갈 수 있다. 일단 재입사가 되면 본인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기대치에 비해 부족하더라도 일단 입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칫 직장을 비교해가면서 시간을 끌면 끌수록 재취업의 길은 멀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헤드헌터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둘째는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것이다. 40대의 퇴직은 감당하지 못할 자괴감으로 다가온다. 중년의 나이에 취직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무겁게 느껴진다. 또한 재취업 노력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스스로를 자포자기 상태로 몰아가는 경우도 많다. 결국 재취업에 자의반, 타의반의 소극적인 모습으로 대응하기 일쑤다.

엔터웨이의 유윤동 부사장은 “자신이 쌓아왔던 가능한 모든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취업시장에는 공개적인 정보보다 비공개적인 정보가 훨씬 많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인이나 거래처 상대방들에게 자신이 현재 구직 활동을 하고 있음을 앞장서서 알려야 한다.

셋째는 재취업 직장이 새로운 분야라도 도전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보기술(IT) 기업 출신이 유통산업에 뛰어들거나 식품산업 종사자가 패션업에 진출하는 등의 경우도 비일비재라는 것. 40대 재취업자는 자신의 방면에 최고의 전문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최근에는 이종업계 전문가의 시각이 창의력 발휘에 용이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퍼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넷째는 박수칠 때 떠날 수 있다는 유연한 자세다. 어느 업체에서 일하면서 회사가 원하는 수준까지 업무를 수행했다면 새로운 길을 찾아보는 것도 이로운 결심이다. 회사가 어느 정도 괘도에 오르고 부하 직원이 자리를 잡아 할일이 많지 않음에도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것은 후배에게나 본인에게나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카우트 설재돈 부사장은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되면 다른 길을 찾아보는 편이 유리하다.
자신의 업적이 가장 부각될 수 있을 때 몸값이 높아지며 이직 회사에서도 그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yscho@fnnews.com 조용성기자

■사진설명='사오정'이라는 유행어가 나올 정도로 40대 퇴직자들이 급증하는 가운데 헤드헌팅업체들이 40대 퇴직자의 이직을 위한 해법 제시에 나서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헤드헌팅업체에서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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