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디지털 윈윈스토리] (10) 삼성전자와 제이티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9.19 17:58

수정 2014.11.20 14:29

"삼성전자는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글로벌 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함께하는 협력사도 당연히 글로벌 톱 수준이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유홍준 제이티 대표가 제시한 동반성장 철학이다. 여기엔 "중소기업도 세계시장에서 겨룰 수 있는 핵심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는 유 대표의 지론이 녹아있다.

이런 이유에서 유 대표는 '경쟁력의 해답이 자체 기술력에 있다'는 신념으로 기술력 확보를 경영의 최우선 요소로 여겨왔다. 그 결과, 제이티는 사업을 시작한 지 11년 만에 반도체사업 부문 올해 매출 500억원, 내년 1000억원을 목표로 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런 기술력 확보의 이면에는 제이티와 삼성전자 간 협력이 크게 작용했다.


실제 지난 1990년 '국산 반도체 장비를 만들어 보겠다'는 포부로 설립된 제이티는 1996년에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메모리 반도체가 열에 견디는지 여부를 검사하는 '번인 소터(Burn-in Sorter)'를 개발하면서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어 1997년에는 '번인 소터' 장비로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이에 힘입어 2000년에는 처음으로 매출 100억원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장밋빛 나날도 잠시.

반도체시장에서 '치킨게임'이 심화되던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사태까지 겹치면서 반도체 기업들이 줄줄이 감산에 들어갔다. 제이티는 창업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위기였다.

바로 그때 구원군이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제이티에 시스템LSI 반도체 검사장비 개발을 제안한 것이다.

유 대표는 "지금도 당시를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한다"며 "삼성전자에서 신기술 개발을 함께 하자는 제안이 없었다면 제이티가 현재의 모습처럼 존재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물론 개발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삼성전자의 제안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당시 제이티에 시스템LSI 반도체 검사장비 분야는 생소했기 때문이다. 제이티와 삼성전자의 엔지니어들은 함께 공부하고 토의하면서 필요한 기술력을 착실히 쌓아갔다. 그렇게 장비 개발에 1년을 매달렸다. 그 결과는 눈부셨다.

제이티와 삼성전자 엔지니어들은 세계 최초로 반도체 16개 소자를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는 '16파라 하이스피드 LSI 테스트 핸들러(16para Highspeed LSI Test Handler)'를 개발해냈다. 이 장비를 통해 제이티는 올해 2·4분기에만 매출액이 전년 동기비 29.7% 증가한 188억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1억원, 9억원을 올렸다.

결국 제이티는 삼성전자와 함께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것.

유 대표는 "제이티와 삼성전자야말로 동반성장의 모델"이라며 "중소기업이 혼자 개발하면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지만 삼성전자가 방향을 확실히 정해주고 제이티는 기술력으로 서로 도우며 함께 공동개발을 해왔기 때문에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hwyang@fnnews.com양형욱기자

■사진설명=19일 충남 천안 신갈리 소재 반도체장비 제조기업인 제이티의 생산라인에서 현장 직원이 시스템LSI 검사장비를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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