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장르포] 금융위기 한파 로스앤젤레스 한인사회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2.26 18:09

수정 2014.11.04 13:49

【LA(미국)=이병철기자】LA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택시 영업을 하던 김덕배(가명·67세)씨는 최근 역이민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심각할 정도로 줄어든 고객수가 회복되기는 커녕 갈수록 더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직업을 잃은 한인들, 자영업을 하는 한인들이 택시 영업에 뛰어들어 경쟁도 치열하다. 25년 전 이역만리 미국으로 이민와 여러가지 사업을 하면서 자식들을 모두 교육 시켰지만 현재 미국에 남아있는건 노부부 뿐이다. 자식들 모두가 한국기업으로 취직해 현재 한국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여기서 졸업해도 미국 기업에 취업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라며 "미국에서 모든 것을 정리하고 자식들이 있는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으로 떠났던 이민자들이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인경제가 극도로 침체되면서 역이민 숫자가 대폭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사업 위축과 더불어 비싼 자녀 등록금, 의료보험비 등의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민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한인들은 자영업 등 대부분 스몰 비즈니스(자영업)를 하고 있어 경제 위기에 특히 취약하다"고 말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한해(11월말 기준) 외교부에 접수된 영주귀국 신고자는 총 3816명이다. 특히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영주귀국 신고자는 대폭 늘었다. 국가별로 미국에서 영주귀국하는 사람은 지난 2005년 1319명에서 해마다 증가해 지난 2009년에는 2058명을 기록했다. 캐나다 역시 지난 2005년 377명에서 2009년 820명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민가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신고를 안하는 경우도 있기에 정확한 수치를 확인할 수 없지만 전체적인 추세는 역이민이 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민을 떠나는 숫자는 대폭 줄어들었다. 미국으로 이민을 가는 숫자는 지난 2005년 5083명에서 지난해 555명으로 90% 가량 줄었다. 올해는 11월 현재 594명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캐나다의 경우는 지난해 이민 등록자수가 191명으로 지난 2005년에 비해 93%가 감소했다.

이같은 현상은 한국 경제 발전과 맥을 같이 한다고 이민사회는 입을 모은다. 과거 선진국인 미국으로 아메리카 드림을 쫓아 떠났지만 대부분 어려운 환경에서 고생하고 있으며 차라리 의료보험 등 사회적 보장이 잘 돼 있는 한국이 낫다는 평가다.


LA에서 간판 가게 부장으로 일하는 B씨는 "비싼 자식들 등록금에 의료비, 렌트비를 내고나면 남는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사업 매출이 급감하면서 이민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고 있다는 것이 LA한인타운가의 반응이다.


B씨는 또 "요즈음 한인 모임에 가면 역이민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며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머무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prid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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