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장르포] 고유가 시대 주유소·가스충전소

강두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2.19 17:25

수정 2012.02.19 17:25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가스충전소. 오후 시간인데도 한산한 모습이다. 2월에 인상된 가스가격은 3월에도 올라 역대 최고가를 경신할 전망이다.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가스충전소. 오후 시간인데도 한산한 모습이다. 2월에 인상된 가스가격은 3월에도 올라 역대 최고가를 경신할 전망이다.

 휘발유 가격과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의 역대 최고치 경신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31일 사상 최고가인 L당 1993.17원을 기록한 이후 안정세를 보이던 휘발유 가격은 중동지역 긴장감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세 속에 40일 넘게 연속 오르며 당장이라도 신기록을 갈아치울 기세다.
지난 17일 기준 보통휘발유 L당 평균가격은 1985.37원으로 최고가와는 8원 남짓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LPG 가격 역시 마찬가지다. 매달 초 결정되는 차량용 부탄가스 가격은 지난해 6월 1120.91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운 이후 안정세를 유지하다 최근 국제가격 급등으로 오름세로 돌아서 이달에는 1101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 17일 휘발유와 LPG 가격 급등으로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서울 시내 주유소와 충전소를 둘러봤다. <편집자주>

 ■아차산역~군자역 주유소 거리

 주유소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지하철 5호선 아차산역과 군자역 사이의 대로변. 지난 17일 퇴근시간이 다가오는 오후 늦은 시간 이곳을 찾았지만 주유소 안은 대부분 한산했다. 주유기 앞에 일렬로 늘어서 손님들을 맞아야 할 직원들도 추운 날씨를 피해 사무실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주유소 소장들의 표정은 대부분 어두웠다. 휘발유 가격이 40일 넘게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매출에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요즘만큼 사업하기 힘든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A주유소 우모 소장은 "우리 주유소를 포함해 근처 주유소 매출의 30%가 줄었다"며 "마진을 줄여가며 운영을 이어가고는 있는데 답답할 뿐"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싼 집, 비싼 집 따져봐야 10원 정도 차이 나는데 손님들은 조금이라도 싼 집으로 몰린다"며 "이런 상황에서 값을 못 내리면 하루종일 파리만 날리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군자역에서 아차산역 사이에 위치한 주유소들의 휘발유 판매가격 차는 13원. 각 주유소의 상황을 20분 정도씩 지켜보니 가장 저렴한 곳에 10대가량의 승용차가 찾아든 반면 비싼 곳에는 단 2대만이 찾아들었을 정도로 차이가 확실히 드러났다.

 이곳에서 만난 장한우씨(초등학교 교사)는 "경기 과천에서 광명까지 출퇴근을 하는데 최근 기름값이 뛴 뒤에는 같은 학교 선생님들과 카풀을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 지역 주유소들은 서울에서 휘발유 가격이 가장 싸다고 알려져 외지에서도 손님들이 기름을 넣기 위해 일부러 찾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다른 지역 주유소들의 사정은 더욱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정부의 유류세 인하를 통해 휘발유 가격을 낮추자고 주장해왔던 주유소들은 이미 체념한 듯 보였다. 이에 대해 주유소 소장들에게 묻자 "답이 없는 문제다. 궁여지책으로 세금 대신 인건비를 줄이려 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실제 이 지역 B주유소에서 근무하던 직원 수는 2년 전만 해도 12명이었는데 현재 7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직원들이 하루 2교대로 근무하게 되면서 일하는 시간도 짧아졌다. B주유소에 근무하는 이모씨는 "일을 적게 하는 건 좋은데 그만큼 월급도 줄어드는 게 문제"라며 "세금은 안 내려주고 인건비를 깎게 하는 건 불합리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대신 최근 부각되고 있는 '카드 수수료'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C주유소를 운영하는 박모 소장은 "하루에 카드 결제를 2000건 처리하는데 건당 매출액을 5만원씩으로 계산할 때 한 달 수수료만 거의 3000만원에 달한다"며 "카드 수수료만 줄어도 주유소 운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영등포구 한 가스충전소

 "휘발유 가격이 너무 비싸 LPG차를 탔는데 이제는 연비를 감안할 때 차라리 경유차로 바꾸는 게 나을 것 같네요."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가스충전소에서 만난 LPG 차량 운전자들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LPG 가격 부담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충전소 소장인 김모씨는 "내가 생각해도 LPG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며 "국제가 인상 요인이 반영된다면 다음달에는 충전소에 따라 LPG 가격이 L당 1200원을 훌쩍 넘어서 최고가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LPG 가격 상승은 반대로 충전소들의 매출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이곳 충전소는 오후 시간이었지만 몇몇 택시기사들만이 무리를 지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뿐 대체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김씨는 "LPG 가격에 대한 운전자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L당 900∼1000원 선인데 이 선이 무너지면서 전체 고객 수가 줄고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다음달에도 이달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이 오른다면 매출이 10% 정도는 줄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LPG 소비가 많은 택시 운전기사들이 받는 압박감은 더 크다. 당장 수입에 직격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LPG 차량 운행자 중 택시 등 영업용의 비중은 50∼60%로 나머지는 렌터카나 LPG 전용 차량, 각종 레저용 차량 등이 차지한다.

 이곳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하루 10만원을 번다 가정했을 때 연료값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은 25∼30% 정도인데 현재 4만원 가까이가 유류비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여기에 L당 200원 정도의 보조금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란 설명이다.

 주요 포털사이트 내 LPG 차량 동호회 회원들의 글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LPG 가격에 차량 교체까지 심각하게 고민 중인 것을 알 수 있다.

 한 동호회 회원은 "LPG 가격이 너무 올라 아침에 예열도 맘놓고 못하겠다"며 "연비 따지니 디젤과도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LPG 가격은 수입업체들이 국제 공급가격에 세금·환율·유통비용 등을 고려해 매달 초 발표한다. 그 결과 LPG 수입판매사인 E1은 이달 초 가정용 프로판과 자동차용 부탄가격을 ㎏당 각각 90원, 83원씩 올렸다.
문제는 이달 국제 공급가격이 프로판은 160달러, 부탄은 130달러씩 인상돼 인상요인이 모두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3월에도 인상 압박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1 관계자는 "불안한 중동 정세로 국제 LPG 가격이 크게 급등했다"며 "국제 가격이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어 3월에도 국내 LPG 가격은 크게 인상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dskang@fnnews.com 강두순 기자 김유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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