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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LCD사업부-SMD ‘뒤바뀐 운명’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2.19 17:40

수정 2012.02.19 17:40

삼성전자 LCD사업부-SMD ‘뒤바뀐 운명’

 "당혹스럽다."(삼성전자 LCD사업부)

 "어리둥절하다."(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가 삼성전자 액정표시장치(LCD)사업부를 흡수합병키로 사실상 결정된 직후의 반응이다. 양측 반응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 LCD사업부의 경우 원치 않게 부정적으로 반전된 상황에 대한 당혹감이 녹아 있다.

 반면 SMD 반응에는 예상치 않게 긍정적으로 반전된 상황을 반색하는 심경이 담겨 있다.


 한마디로 삼성전자 LCD사업부는 '설상가상(雪上加霜)', SMD는 '금상첨화(錦上添花)'란 사자성어가 어울리는 상황인 것.

 ■1주일 만에 반전된 '합병주체'

 삼성전자 LCD사업부와 SMD의 운명을 가른 변수는 흡수합병 주체다. 즉 '합병 하느냐'와 '합병 되느냐'의 차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삼성 안팎에서는 삼성전자 LCD사업부가 SMD를 흡수합병한다는 게 정설이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7일 한국거래소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삼성전자는 사업 시너지 제고 차원에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의 합병 등을 검토 중이나 확정된 게 없다"면서 SMD를 끌어안는 합병을 시사했다. 지난해 12월 삼성LED 흡수합병을 결의한 삼성전자가 올해 SMD를 합병하는 일은 시간문제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상황은 지난 14일 반전됐다.

 삼성전자가 LCD사업부를 분사한 후 SMD로 합병시키는 방침을 내부 확정했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LCD사업부 분사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게 없다"는 진전된 입장을 내놨다. 인수주체가 삼성전자 LCD사업부에서 SMD로 바뀌는 순간이다.

 그간 SMD 임직원은 지난 1년여 동안 삼성전자 LCD사업부로의 흡수합병설로 인해 불안감을 느껴 왔다. 특히 두 조직 간 업무가 중복되는 지원부서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설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인수주체가 바뀌면서 SMD의 분위기는 반전됐다.

 반면 삼성전자 LCD사업부는 임직원이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그나마 박동건 삼성전자 LCD사업부장(부사장)이 지난 15일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분사 관련 설명회를 열고 임직원을 다독이면서 표면적인 혼란은 잠재워졌다. 그러나 국내외 1만7000여명에 달하는 삼성전자 LCD사업부 임직원이 한꺼번에 SMD로 이동되는 변화에 대한 불안감은 남아 있는 모습이다.

 ■'새옹지마' 삼성 LCD사업

 삼성전자 LCD사업부는 지난 20여년간 분리이동이 심했던 사업조직으로 유명하다. 심지어 삼성전자 LCD사업부를 일명 '새옹지마 사업조직'이라고 부를 정도.

 본래 LCD사업은 삼성전관(현 삼성SDI)이 주도적으로 연구개발과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후 지난 1991년 삼성전관은 대형 LCD사업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로 이관하면서 첫번째 변화를 겪었다.

 두번째 변화는 지난 2004년에 있었다. 그해 LCD조직이 LCD총괄로 격상되면서 반도체사업부에서 분리됐다.

 세번째 변화는 지난 2009년 삼성전자가 삼성SDI와 디스플레이 합작법인인 SMD를 설립하면서다.
이때 삼성전자의 중소형 LCD사업이 SMD로 이관됐다.

 네번째 변화는 올해 공식화된 삼성전자 LCD사업부 분사 후 SMD로의 합병이다.
LCD사업조직이 20여년 만에 삼성전자의 품을 떠나 계열사로 넘어가는 것.

 삼성전관에서 태어나 '새옹지마 20년'의 험로를 달려온 삼성 LCD사업이 또 한번 변화를 통해 재도약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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