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반값TV 부메랑 맞은 중소기업 ‘한숨’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5.22 17:43

수정 2012.05.22 17:43

반값TV 부메랑 맞은 중소기업 ‘한숨’

반값TV 부메랑 맞은 中企

일부 대형 유통사에서 시작된 '반값TV' 전쟁이 결국 국내 중소 TV 제조사의 몰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보급형 TV 시장에 대형 유통업체에 이어 국내 대기업까지 진출하면서 국내 중소 TV 제조사가 설 땅을 잃고 있는 것.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국내 중소 TV 제조사는 가격경쟁력에서 대형 유통업체의 반값TV(주로 중국산)에 밀리면서 아성으로 여겨졌던 보급형 TV시장을 상당수 내줬다. 최근에는 품질과 사후관리(AS) 문제로 대형 유통업체의 반값TV 수요는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보급형 저가TV 수요가 품질과 AS가 보장되는 대기업의 비슷한 제품군으로 쏠리면서 국내 중소 TV 제조사의 제품은 시장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형 유통매장에서 중국산 반값TV는 수요가 거의 없어져 판매가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전해진다. 보급형 TV 시장에서 반값TV 수요를 대신하는 것은 '국민TV(삼성전자)' '알짜TV(LG전자)' 등 대기업의 보급형 TV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까지 반값TV는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보급형 시장을 잠식해 들어왔다. 하지만 최근 반값TV의 품질과 서비스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대기업의 보급형 TV를 구매하고 있는 것.

유통업체 관계자는 "반값TV의 품질과 AS에 불만을 느끼고 제품을 반품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특정 점포의 경우 반품률이 최고 30% 수준에 달한다"며 "반값TV의 품질과 AS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고객에게 반값TV를 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제품에 비해 가격이 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보급형 제품을 찾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산 반값TV를 구매한 고객이 반품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반값TV를 추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업의 보급형 TV가 유통업체의 반값TV 수요를 대체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이마트 드림뷰가 처음 출시됐을 때는 삼성전자 제품에 비해 약 50만원 저렴했지만 현재 삼성전자의 보급형 TV인 '국민TV'와 이마트 드림뷰의 가격차는 15만원 내외"라며 "AS와 품질이 담보된 대기업 제품이 싸게 나오는 상황에서 반값TV나 중소업체의 TV를 구매할 고객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대형 유통업체와 대기업이 보급형 TV시장을 놓고 경쟁하면서 기존 보급형 시장에서 제품을 팔던 국내 중소 TV 제조사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 TV 제조사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국내 TV시장의 95%를 점유하고 나머지 5%를 놓고 중소업체들이 경쟁해왔다"며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반값TV 열풍으로 시장구도가 크게 흔들리면서 5% 안팎의 틈새고객들이 브랜드 제품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급형 TV 시장을 회복하기 위해 최근 중소 TV 제조사들은 다양한 방법을 고민 중이지만 뾰족한 해결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중소 TV 제조사 관계자는 "품질과 AS에서 문제가 있는 반값TV의 영향으로 제품 가격은 떨어지고 소비자의 제품에 대한 눈높이는 높아졌다"며 "대기업 제품에 대항하기 위해 가격을 내리자니 적자를 피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제값 받고 팔자니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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