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뼈깎는 구조조정 나선 대기업 2곳] “얼마나 급했으면”..STX, 알짜배기 ‘팬오션’ 판다

김재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12.12 17:36

수정 2012.12.12 17:36

[뼈깎는 구조조정 나선 대기업 2곳] “얼마나 급했으면”..STX, 알짜배기 ‘팬오션’ 판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승부수를 던졌다.

STX조선해양과 함께 그룹의 2대 축인 STX팬오션 매각에 나선 것. 획기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극약처방이 불가피하다는 강 회장의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STX팬오션 매각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해운시황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어 인수자가 선뜻 나설지 의문이다. 국부유출 논란으로 해외 매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룹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점도 문제다.

STX팬오션은 STX의 조선.해운 수직계열화의 중심이자 핵심이다. STX팬오션이 없는 STX그룹은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다. 다른 계열사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알짜 계열사 매각 왜?

STX는 12일 "사업구조 개편 및 안정적 재무구조 확충을 위해 STX팬오션 매각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룹 차입금 부담을 줄이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핵심 계열사인 STX팬오션의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TX 관계자는 "STX팬오션 매각 추진은 향후 STX그룹이 조선산업을 중심으로 플랜트, 에너지 주축기업으로 사업구조를 재조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STX의 차입금 규모는 총 10조원에 달한다. 올해 만기도래액만 1조3000억원이다. STX는 이 가운데 1조원가량을 상환했다. 문제는 매년 1조2000억원의 차입금을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STX는 그동안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 압박을 받아왔다. 산업은행은 동반침체에 빠진 해운과 조선 사업을 분리할 것을 줄곧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STX팬오션의 2대주주이기도 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STX는 계열사 합병 및 일부 지분 매각 등으로 시황이 회복될 때까지 시간을 번다는 전략이었는데 STX팬오션 매각은 마침내 산업은행에 백기투항을 한 형국"이라며 "산업은행의 재무구조 개선 압박 수위가 그만큼 높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STX는 지난 5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체결하고 STX OSV 매각과 STX메탈, STX중공업 합병 및 STX에너지 지분 매각 등 자구노력을 진행해왔다.

■STX팬오션 새 주인 해외기업 유력

시장에선 STX팬오션의 기업가치를 2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STX가 보유한 지분 36.09%를 인수하려면 7500억원가량이 필요하다. 여기에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합치면 STX팬오션 인수가격은 1조원 안팎으로 전망된다.

STX팬오션의 시가총액이 한때 7조원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헐값이다. STX 측은 국내외 주요 투자자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장기 시황침체가 걸림돌이다. 운임 지표인 벌크운임지수 BDI가 1000을 밑돌고 있다. STX팬오션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BDI가 최소 1500을 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업체로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대형 선사들이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도 수년간 이어진 시황침체로 주머니사정이 넉넉지 않다.

포스코 등 해운업 진출에 관심을 보이는 대형 화주들은 규제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현행 해운업 24조는 원유.제철원료 등 국가전략화물을 소유한 화주의 해운업 진출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다.

오히려 STX팬오션에 대한 관심은 해외에서 더 뜨겁다. STX팬오션이 국내 1위 벌크선사인 데다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다. 실제 2004년 범양상선(STX팬오션의 전신) 매각 당시에도 일본 선사인 NYK를 비롯해 미국 투자기관인 AMA 등이 인수 의사를 밝혔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황과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국내 업체가 인수자로 나서기가 쉽지 않다"며 "해외 선사 및 사모투자펀드(PEF)가 인수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STX, 한발로 뛸 수 있을까

STX팬오션은 그룹 내 현금창출력이 가장 좋은 알짜 계열사로 꼽힌다. 또 그룹 성장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실제 STX는 지난 2004년 범양상선을 인수하면서 급성장했다.

현재 STX는 '선박 발주(STX팬오션)→선박 수주.건조(STX조선해양)→조선 기자재 조달(STX엔진.STX중공업)'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구축했다.

이는 해운시황이 좋을 땐 계열사 간 시너지효과 창출이라는 긍정적인 면이 강하지만 일부 계열사에 대한 의존도 상승과 그룹 리스크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문제였다.

ironman17@fnnews.com 김병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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