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태양광 불황에..” KCC-현대重 소송전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6.11 22:19

수정 2013.06.11 22:19

범현대가 기업인 KCC와 현대중공업 간에 폴리실리콘 합작 사업을 둘러싼 소송전이 시작됐다. 태양광 산업의 불황이 길어지면서 야심 차게 손잡았던 두 회사의 관계가 뒤틀리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KAM에서 발을 빼기로 결정하자 KCC가 '혼자 손해를 감수할 수는 없다'며 연대책임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 KCC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KCC의 자회사인 KAM은 지난달 21일 대한상사중재원에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금전적 손실을 배상하라는 내용의 손해배상 중재신청을 했다.

KAM은 2008년 KCC와 현대중공업이 각각 51대 49의 비율로 240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폴리실리콘 생산업체다.
폴리실리콘은 태양전지판의 핵심소재로 쓰인다.

당시 두 회사는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이해를 같이해 회사를 세웠다. 이들의 협력은 범현대가의 '사촌기업' 들이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업계로부터 크게 주목받았다. 정몽진 KCC 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조카로,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와는 사촌 간이다.

하지만 KAM은 지난해 2273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난을 겪었고 앞으로도 시장이 언제 회복될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결국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가지고 있던 지분 전량을 무상소각하고 손을 털었다.

KCC로서는 KAM의 지분을 100% 갖게 되면서 향후 발생할 부실을 혼자 떠안아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 셈이다. 현대중공업 역시 1100억원이 넘는 초기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렸다.

KCC 관계자는 "이번 중재신청건은 합작회사가 종료되면 으레 발생하는 사례"라며 "지금으로선 손해배상 내용이나 사업을 접을지 여부 등을 자세히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 측도 현재 중재 조정 중이므로 결과를 지켜봐야 하고 추후 나오게 될 결과에 따라 추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수년 전부터 신재생에너지 확보 대안으로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던 대기업들이 최근 잇달아 폴리실리콘 사업 축소 혹은 중단을 선언하고 나서면서 폴리실리콘 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중공업 외에 OCI와 LG화학도 폴리실리콘 시설 신규 투자를 통해 태양광 산업을 강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근 계획을 거듭 연기한 바 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김호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