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자가용 화물차 택배 합법화’.. 업체·기사 모두가 불만

유현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7.18 03:38

수정 2014.11.04 19:47

#.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인 김모씨(42)는 서울 영등포구에서 3년째 택배 차량을 운행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불법 운송행위에 대한 신고제도 때문에 벌금 단속이 늘 두려웠다. 영업용 차량 번호판을 부여받지 못한 자가용 화물차의 운송은 불법으로 규정돼 왔기 때문이다. 올해 국토교통부가 이를 구제하기 위해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영업용 번호판을 부여하기로 결정했지만 신용불량자인 그는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그는 여전히 음지에서 단속의 두려움에 떨며 하루하루 운전대를 잡는다.


정부가 지난 2월 택배업체들의 기사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해 주기 위해 자가용 화물차(지입차) 보유 택배기사에 대한 영업용 차량 허가를 대폭 확대해주기로 했지만 혜택받는 택배기사 수가 너무 적어 기사나 업체 모두 불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입차에 대해 영업용 차량 허가를 확대해주기로 한 정부의 방침이 택배업계의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택배사의 운송 차량은 자체보유차량, 영업 허가가 있는 지입차(노란색 번호판), 영업 허가를 받지 못한 지입차(하얀색 번호판)로 나뉘는데 그동안 영업 허가를 받지 못한 지입차는 단속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는 결국 택배업계의 고질적인 차량 부족 문제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CJ대한통운, 한진, 현대로지스틱스, 천일정기화물 등 16개 택배회사에 재직 중인 영업허가를 받지 못한 지입차 택배기사에게 영업용 번호판을 최대 1만3500대까지 신규 허가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택배기사 중 신용불량자가 다수인 것을 감안해 택배 차량 영업용 번호판 신규 허가 시 신용회복위원회 개인회생제도를 신청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신용불량자도 개인회생제도를 신청하면 영업용 차량 허가를 내주기로 한 것.

그러나 실제 신용불량자인 택배기사 중 개인회생제도 신청이 가능한 이들은 일부에 불과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김씨는 "신불자(신용불량자)여서 노란 번호판 신청을 못했다"며 "개인회생제도 신청이 가능했다면 일부러 지금껏 안하고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나뿐만 아니라 개인회생제도 신청 조건을 갖추지 못해 이번 영업용 번호판 신청에 참여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통합물류협회는 이 같은 제도적인 문제로 영업용 차량 허가 신청이 저조한 것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 측에 개선을 건의해 왔다.

통합물류협회 배명순 사무국장은 "신용불량자도 허가 대상으로 선정됐으나 차량을 본인이 소유해야 하는 것이 걸림돌"이라며 "본인 소유의 차량에만 영업용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조항을 가족이나 타인 명의로도 가능하게 할 경우 이 같은 문제를 다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불량자의 재산은 압류되기 때문에 대다수 신용불량자 택배기사들은 가족 명의로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택배업체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신용불량자들의 영업 허가 신청이 사실상 어려워 기사 부족에 시달리는 업계의 사정이 크게 나아지지 않아서다. 일부 영업용 차량을 확보하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실제 배송현장에서는 영업용 번호판을 부착한 차량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차량이 부족하면 새롭게 (택배기사)모집을 하거나 번호판을 사서 붙여야 하는데 다른 택배사 역시 차량이 부족해 번호판 구입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차량 부족 때문에 영업용 화물차량 번호판 가격은 지난해 7월 1000만~1100만원대에서 최근 2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업계는 이 같은 상황에서 지자체의 비영업용 차량에 대한 단속이 벌어진다면 물류대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조금이나마 증차를 허용하는 제도가 도입된 것은 환영하지만 미봉책 수준이 아닌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

영업용 번호판을 취득한 택배기사들의 이직문제도 고민이다.

당초 국토교통부는 신규 허가 차량 보유 택배기사에 대해 2년간 이직할 수 없는 조항을 반영키로 했으나 실제 허가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택배기사들의 이직을 우려하고 있다.

유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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