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차 노조 결국 파업 결의..생산라인 또 멈추나

윤정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8.10 03:41

수정 2013.08.10 03:41

현대차 노조 결국 파업 결의..생산라인 또 멈추나

올해도 여지없이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쟁의발생을 결의하고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실제 파업까지 이어질 경우 현대차는 생산 차질에 따른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는 한편, 울산 등 지역경제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조 파업 결의 '폭풍전야'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쟁의발생을 결의하고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울산공장 문화회관에서 열린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 만장일치로 쟁의발생을 결의했다.

이에 앞서 노조는 지난 6일 회사와의 올해 임단협 체결을 위한 제18차 교섭에서 "회사 측의 만족할 만한 제시안이 없었다"며 교섭 결렬을 선언했었다.

노조는 쟁의발생을 결의함에 따라 13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가결될 경우 20일 이후부터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

파업에 들어갈 경우 2년 연속 파업을 벌이게 된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으로 △기본급 13만498원(정기호봉승급분 제외) 100% 정액 인상 △상여금 통상임금의 750%→850% 인상 등을 제시해 놓고 있다. 여기에 △정년 61세 연장 △대학 비진학 자녀 기술취득 지원금 1000만원 지원 △노조 간부 면책 강화 등 논란의 소지가 많은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사측은 파업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경우 근로자 1인당 1억원의 추가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한편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도 14일 전면 파업을 선언했다. 기아차 노조 역시 현대차 노조와 같은 일정으로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13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노조, 파업 결의 노림수는?

노조 측은 이번 파업을 무기 삼아 추가 교섭을 순조롭게 진행하자는 데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다. 9월 새 노조위원장 선거 정국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현 노조 집행부와 현장 노동조직들의 치밀한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노조 측이 회사측에 요구한 사안은 75개 조항, 세부 안건까지 합하면 총 180개에 이른다.

회사 측은 이번 단협수위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입장인 데 비해 노조 측은 회사 측이 사실상 교섭에 응하지 않고 노조 대의원 와해 전략을 세우는 등 부당노동행위에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파업 결의는 사측이 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중앙노동위원회가 파업의 합법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조정 중지' 명령을 내지 않더라도 회사 측의 노조 방해행위 등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과거 노조가 파업 수순을 밟을 때는 통상 9~10차 교섭 단계로 2개월 만에 파업 결정을 했지만 이번에는 18차 교섭까지 진행하는 등 우리로선 할 만한 노력을 다했다"면서 "사측은 일부 문구 조정 외에는 구체적인 일괄조정안을 제시하지 않았고, 노조 대의원을 와해하려는 계획이 담긴 사측의 문건이 발견되는 등 부당노동행위 사실이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조 측의 단협 요구안이 무리한 수준이어서 교섭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 정책홍보팀 관계자는 "노조 측의 요구안에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자녀에 대한 기술취득비용 지원, 정당한 노조행위의 경우 불법을 저지르더라도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는 등 요구의 수위가 너무 높았다"면서 "현재까지 사측이 노조의 요구사항을 숙지한 단계이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을 두고 교섭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조 파업…예상 손실은

현대차 노조가 올해에도 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하반기 국내공장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 현대차는 지난해에도 8월 노조 파업 여파로 열두 차례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31% 줄어든 5만3333대에 그쳤다. 이를 매출로 환산할 경우 약 1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올해는 현대차가 주간 2교대제 실시에 따른 3월 노조의 주말특근 거부로 2·4분기 1조6000억원의 손실을 입은 상황이다. 같은 기간 내수 판매는 지난해 동기 대비 0.8% 감소한 17만1790대였고 수출도 9.5% 줄어든 30만3100대였다.

여기에 현대차 비정규직도 오는 14일 전면파업을 선언한 만큼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실제 파업까지 이어진다면 올해 4조원가량의 생산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울산, 아산 등 지역경제 '긴장'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예고하면서 현대차 공장이 들어서 있는 울산, 충남 아산 등의 지역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주변 상권의 매출이 평균적으로 절반 이하로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울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안 그래도 다음주 희망버스가 또 내려올 예정인 데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결의해 지역 상권에 긴장감이 배로 흐르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아산 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충남북부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노조의 파업 예고는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에 커다란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협력업체까지 벼랑 끝으로 몰게 되지 않을까 염려의 목소리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아산 공장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노사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원만하게 쟁점사항들이 해결될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yoon@fnnews.com 윤정남 김성환 김병용 박지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