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동차-업계·정책

[현장르포] 현대차 노조 파업에 협력사 ‘한숨’

윤정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8.29 04:48

수정 2013.08.29 04:48

현대자동차 노조가 지난 21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하면서 생산차질에 따른 출고지연 등으로 고객들의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 판매대리점도 출고지연 사태로 인해 판매실적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지난 21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하면서 생산차질에 따른 출고지연 등으로 고객들의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 판매대리점도 출고지연 사태로 인해 판매실적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앞뒤 꽉꽉 막힌 형국'. 이는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에 따른 협력업체와 소비자들의 처지를 놓고 하는 말이다. 현대차 파업에 협력업체는 올해도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천수답 생산'(노조 파업만 바라보는 생산체제)에 아연실색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출고지연으로 인해 다가오는 추석에 새차를 타고 고향길에 오르려던 기대를 접어야 할 판이다. 현대차 노조 파업으로 인한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현대·기아차 노조 파업은 '욕심의 문제'이지만, 협력업체 입장에선 '생존의 문제'다."(협력업체 K사 대표)

28일 오후 경기 평택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협력업체 K사. 평소 같으면 생산라인이 한창 바삐 움직일 시간이지만 일부 라인을 제외하곤 조업을 중단한 채 손을 놓고 있었다. 자동차 생산라인이 멈췄는데 부품공장만 돌려봤자 소용이 없어서다. 직원들은 공장 내부를 청소하거나 일부는 안전교육을 받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하면 우리 같은 하청업체엔 바로 타격이 온다"며 "당장 잔업이나 특근 등 일거리가 없어져 직원들의 월급은 절반으로 준다"며 "아직은 부분파업이라 일감이 30%가량 줄었지만 전면 파업으로 이어질까봐 가슴을 졸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월급 중 대부분은 잔업 수당이 차지하는데 노조가 파업해 일감이 줄어들면 잔업이 바로 끊긴다"며 "추석을 앞두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1973년 설립된 이 회사는 '도어시스템' 부품과 '오픈&클로징 시스템'을 생산 중이다. 이미 국내 5개 지사와 해외 10개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날 평택공장에서 만난 대표이사는 "지난 30여년 동안 회사가 꾸준히 발전하고 있으나 파업소식이 들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며 "올 들어 현대·기아차 노조의 주말 특근거부로 이미 20%의 매출 손실을 본 데다 이달 노조 파업이 가세해 전체 매출 손실을 따지면 30%는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우린 그래도 규모가 되는 편이라 (현대.기아차가 파업을 해도) 버틸 수 있지만 진짜 문제는 2·3차 협력업체들"이라며 "우리가 일감을 줄이면 아예 회사 문을 닫아야 하는 영세업체가 한둘이 아니다"고 했다.

직원들 사기저하도 큰 문제다.

그는 "현대차 노조가 우리 회사 직원들보다 2~3배는 더 많이 받는데 파업을 할 때마다 직원들은 박탈감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현대차가 해외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에 적극적인 지지 입장을 보였다.

그는 "현재 현대·기아차의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42%를 차지하고 이 중 28%는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한다"며 "현대차가 해외 생산 확대를 모색한다고 하는데 사실 우리 같은 협력사 입장에서는 가동만 제대로 된다면 공장이 어디에 있든 큰 상관은 없다"고 말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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