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동차-업계·정책

“손예진이 타던 차 봤어? 예쁘지? 근데 이름이 뭐지?”

김병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8.29 17:11

수정 2014.11.03 17:13

드라마상에서 배우 손예진이 폭스바겐 골프 카브리올렛을 타고 있다.
드라마상에서 배우 손예진이 폭스바겐 골프 카브리올렛을 타고 있다.

최근 외산차 업체들이 간접광고(PPL·Product Placement)에 '한류'를 적극 이용하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한국은 물론이고 한류의 영향을 받는 해외 국가들이 마케팅 타깃이다. 이 때문에 간접광고엔 이들 외산차 한국지사는 물론이고 본사까지 가세하고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우리 자동차를 등장시킨 한국드라마가 동남아시아와 중국권에서 큰 인기몰이를 하면서 본사와 각국 지사에선 '한국에서 PPL을 하면 효과가 배가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수입차 업체들의 '한국 드라마 출연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유다.

국내시장에서도 유명 연예인을 등장시킨 단발성 광고보다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보다 지속적인 노출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인지도를 넓히는 편이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 '못난이 주의보' 강소라 차로 나온 'RAV4'.
드라마 '못난이 주의보' 강소라 차로 나온 'RAV4'.


■'장근석이 타고 나온 차가 뭐였지'

2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재는 KBS 드라마 굿닥터에 아우디가 4종의 차량을, 혼다는 tvN 드라마 유리가면에 4종의 차량을 협찬 중이다. 또한 도요타와 렉서스는 SBS 드라마 못난이 주의보에 5종의 차량을, 포드도 SBS 드라마 결혼의 여신에 5종의 차량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가 '한류 열풍'을 타고 전 세계 각국으로 넘어가면서 수입차 업체들의 '한국 드라마 출연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업체 입장에서는 드라마 한 곳만 차량을 지원해도 다양한 국가에 홍보를 할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를 보기 때문이다.

한류로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본 수입차 PPL 사례도 상당수다. 지난 2009년 드라마 미남이시네요에서 배우 장근석이 아우디 S4를 타고 등장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이 드라마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장근석이 일본에서 한류스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아우디 관계자는 "장근석 인기가 높아지면서 장근석이 타고 나온 차량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늘었다"며 "이후 2011년에 아우디 A6 아·태지역 사전 시승회 발표를 한국에서 진행하게 됐는데, 행사에 참석하는 일본인들이 장근석 팬미팅까지 요구하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아우디코리아에서 시승발표 행사와 동시에 장근석 팬 미팅을 준비하기도 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김현중이 타고 다녔던 BMW 뉴 미니 컨버터블도 비슷한 효과를 누렸다. 꽃보다 남자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수출되며 큰 인기몰이를 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한번은 싱가포르 지사에서 한국 지사에 직접 연락이 와 한국 드라마에 우리 차량 PPL을 지원할 수 없느냐"며 "한국 드라마에 등장해야 싱가포르는 물론 동남아시아와 일본, 중국 등에 홍보 효과가 크다며 부탁을 하더라"고 전했다.

■과도한 PPL은 금물, '스토리' 담아야

부작용도 있다. 지난 6월 '최고다 이순신' 등 인기 드라마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자동차 PPL이 과도하다며 '주의' 조치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차량 투입으로 홍보 효과를 노리기보다는 '스토리'를 담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PPL의 성공관건이 노출빈도보다는 스토리마케팅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자동차업체들은 주인공에게 신차만 배정하는 건 아니다.

스토리상 주인공의 성격과 등장인물 간 갈등을 해소하고 가까워지는 과정 등에 맞춰 정교하게 차량을 '캐스팅'한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결혼의 여신의 경우 라디오 작가역이자 주인공인 남상미에겐 '포커스 디젤', 터프한 성격의 건축설계사인 이상우의 애마로 '익스플로러', 엘리트 검사인 김지훈에겐 럭셔리 중형세단 '링컨 MKZ'를 지원해 캐릭터의 특징을 살려주고 있다.

숙명여대 박상일 교수(마케팅)는 "PPL은 시청자들이 광고라고 인식을 하는 순간 스토리 전개에 방해를 받게 돼 오히려 역효과를 보게 된다"며 "하지만 적정선의 PPL은 작품의 완성도도 높이고 홍보 효과가 일반 광고보다 좋다"고 말했다.

ironman17@fnnews.com 김병용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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