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동차-업계·정책

현대·기아차 국내 장악력 ‘흔들’.. 수입차 점유율 12% 육박

윤정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9.08 17:15

수정 2014.11.03 14:54

현대·기아차 국내 장악력 ‘흔들’.. 수입차 점유율 12% 육박

국내 자동차 시장은 정대 강자였던 현대·기아차가 주춤한 가운데 르노삼성차와 쌍용자동차, 수입차가 약진하면서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여기에다 경기침체와 부동산시장 침체로 중산층 소비가 위축되면서 자동차 시장은 국산-수입차 간, 차종 간 양극화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보다 다양해져 자동차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치열한 경쟁으로 자동차 업체들이 품질은 높이고 가격은 낮춘 '밸류카'(가격 대비 높은 품질)나 새로운 차종인 '브리지카'를 대거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점유율 '갉아먹기'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이 5년 만에 60%대로 떨어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총 8만6402대를 판매, 점유율 69.1 %를 기록했다.
지난달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수입차와 국산차를 더해 12만5051대였다.

현대.기아차가 월간 기준 내수 점유율 70%대가 무너진 것은 2008년 9월 66.3% 이후 처음이다.

하락한 점유율은 수입차와 다른 국산차 브랜드가 나눠 가졌다. 수입차는 지난달에도 전년 동월 대비 32% 증가한 1만3977대가 팔려 11.2 %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또 한국지엠은 점유율 11.3 %로 4년여 만에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였으며, 올 들어 존폐 위기에 있던 르노삼성차와 쌍용차도 각각 4%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은 2009년 6월 80.4 %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노조파업이 끝나도 70% 수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70%대 유지를 자신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파업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점유율이 떨어진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노조 파업 문제와 임단협 문제가 해결된 만큼 자동차 공급이 늘고 빨리 점유율이 회복될 것 "이라고 덧 붙였다.

■시장양극화 '확대'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발표한 8월 자동차 판매실적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등 국내완성차 5개 업체들의 1~8월 누적 판매량은 90만332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91만3661대보다 1.01%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입차는 총 10만3417대의 판매실적을 내면서 지난해 8만3583대보다 23.7%나 성장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달 정점을 찍었다. 8월 국내 완성차 5개사의 판매실적은 전월 대비 11.6% 감소했다. 노조파업, 차량 결함으로 인한 리콜 등 특수 상황을 고려한다고 해도 급감한 수치다. 같은 기간 수입차는 32.2% 늘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7~8월에 계약이 4000대가 들어왔지만 이 중 판매된 차는 절반도 안되는 1958대"라며 "이번 달에도 하루 평균 90~100대정도 계약이 성사됐으나 특정 트림이나 컬러를 선택한 고객이 많아 실제 차를 받는데까지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기지표 '울고', 소비자는 '웃고'

사실상 독과점 구조였던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국내 완성차의 점유율이 줄어들면서 국내 경기지표는 악화되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보다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전후방 산업효과 등 국내 경기지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큰데다 최근 같은 불황기에는 미세한 숫자 차이로 경제지표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것.

자동차 부문은 광공업 생산의 약 10.7%를 차지, 국내총생산(GDP)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 자동차 생산이 10% 감소할 경우 광공업 생산은 평균 1.2% 감소한다.

예컨대 상반기 전체 자동차 수요가 정체된 가운데 국산의 감소분(2.7%)만큼 수입차의 점유율이 확대될 경우 완성차 생산 감소분(2.7%)에 광공업 생산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10.7%)을 곱하면 전체 광공업 생산이 0.3% 줄어든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체들이 자동차의 품질은 높이고 가격은 낮추는 밸류카(가격 대비 높은 품질) 등 경쟁력 있는 다양한 제품들을 대거 시장에 나오고 있다.

지난달 현대차는 아반떼 디젤을 출시했다. 독일차의 전유물로 여겨져오던 디젤차를 내놓으면서 수입차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수입차 시장은 디젤 승용차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올해 점유율 12%에 육박했다. 특히 디젤 모델의 비중은 7월 현재 60.3%로 최초로 60% 벽을 넘었다. 이는 전년 동기(48.8%)에 비해 11.5%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등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주말엔 레저용으로, 주중엔 출퇴근용으로 적합해 활용도가 높은 '소형 SUV'는 소형차와 SUV를 잇는 '브리지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내수시장에선 소형차와 SUV가 중대형차보다 인기가 급상승 중"이라며 "이 둘의 장점을 합쳐놓은 소형 SUV에 대한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투싼ix와 기아차 스포티지R, 쌍용차 코란도C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이 시장에 나왔으며, 르노삼성차는 QM3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시장은 전체 파이가 제한되면서 국산차는 안방사수를 위해, 수입차는 시장 확대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특히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고품질의 다양한 차량 출시에 몰두해 있다"고 말했다.

yoon@fnnews.com 윤정남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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