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세계는 에너지자원 전쟁중] <3> 자원부국 ‘아제르바이잔’

김시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5.28 16:24

수정 2014.11.07 03:14



【바쿠(아제르바이잔)=김시영기자】 아제르바이잔은 ‘불의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고대부터 천연가스가 많아 지표면에서 가스가 분출돼 불이 솟구쳐 올라왔기 때문. 세계사 시간에 배운 조로아스터교(배화교)가 성행했던 것도 바로 이곳 아제르바이잔이다.

인구 859만명에 한반도의 40% 규모인 8만6600㎢의 아제르바이잔은 에너지 자원부국이자 에너지 수송로의 요충지며 경제적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아제르바이잔은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의 영도하에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로 정치적 안정을 다진 후 지금 새로운 경제성장 모델을 찾고 있어 압축 개발성장 경험을 갖고 있는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의 장이 될 전망이다.

■자원부국 아제르바이잔

아제르바이잔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자원부국이다. 석유 및 천연가스 산업을 밑천 삼아 최근 연 25%의 기록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이 전체 수출의 90%, 국내총생산(GDP)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현재 석유 추정매장량은 70억∼130억배럴로 지난해 하루평균 86만배럴의 석유를 생산·수출했다. 석유의 생산·수출은 2005년 아제르바이잔 최대 유전인 ACG 유전 개발과 ‘아제르바이잔 바쿠-그루지야 트빌리시-터키 세이안’을 잇는 ‘BTC 송유관’ 완공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ACG 유전은 확인매장량만도 54억배럴. 지난해에는 하루평균 55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했다. 최대 지분을 보유한 영국 석유회사 BP는 2020년까지 이곳에서의 석유생산량을 연간 5억배럴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천연가스 역시 무궁무진하다. 지난해 말 기준 천연가스 확인매장량은 2조8600만㎥(30조입방피트)에 달한다. 2006년에는 2410억입방피트의 천연가스를 생산했다. 현재 아제르바이잔은 천연가스 생산량보다 소비량이 많은 순수입국이나 최대 가스전인 샤데니즈 가스전을 중심으로 2010년까지 연 생산량을 1조1000억입방피트까지 증산할 계획이다.

알루미늄, 알루미나, 철광석 등 금속광물 자원도 풍부하다. 현재 100여종의 광물자원을 개발 중이며 다슈케산 지역의 철광석 매장량은 5000만t 규모. 1·2차 알루미늄과 알루미나를 합쳐 연간 30만t 이상의 알루미늄을 생산하고 있다.

■자원확보·경협 다양한 활동 시작

연평균 20%가 넘는 고속 경제성장 중인 아제르바이잔이지만 아직 사회기반시설은 취약하기만 하다. 한국의 정보통신기술이나 산업다변화 경험, 교통관리 등은 경제성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현실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이다.

이 때문에 우리기업들도 이곳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9일 대우인터내셔널은 바글란그룹과 바하르 가스전 개발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바쿠 남쪽 카스피해상 45㎞ 지점 바하르 가스전 공동개발 생산 및 인근 추가 유망광구 탐사권을 확보함에 따라 양사는 향후 6개월간 매장 유망성 평가 등을 실시한 후 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광업진흥공사와 환경자원부는 코카서스 지역 광물자원 공동탐사에 합의했다. 코오롱그룹은 드림아일랜드(복합단지) 건설 등 2억달러가 넘는 수주성과를 올렸다.

최근 한승수 국무총리의 자원외교 순방 중에 성사되지 못했지만 석유공사는 유망광구에 대한 독점적 조사평가권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이것이 성사되면 석유공사는 1년간 공동조사와 독점적 평가권한을 갖고 신규 탐사광구 발굴에 나서게 되며 평가 결과에 따라 신규 탐사계약 체결 가능성도 확보하게 된다.

■바쿠는 BTC라인·BTE라인의 시발점

아제르바이잔은 카스피해와 유럽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에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미국과 유럽의 카스피해 지역 전략기지인 동시에 유럽에는 새로운 에너지 공급원이기도 하다.

수도 바쿠는 중요한 에너지 라인 2개의 시발점이다. 아제르바이잔-그루지야-터키를 잇는 BTC 라인은 바쿠에서 시작, 그루지야의 트빌리시를 거쳐 터키 세이안을 잇는 총연장 1768㎞의 송유관이다. 샤베니즈 가스전에서 생산한 가스를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한 BTE 가스관은 바쿠에서 그루지야의 트빌리시를 거쳐 터키 에르주룸까지 연결돼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2005년 카스피해에서 지중해 연안인 터키 세이한항까지 송유관을 개통하며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옛 독립국가연합(CIS) 국가 가운데 최초로 러시아 영토를 통과하지 않고 유럽으로 원유를 수송하는 직접공급망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아제르바이잔에 자극을 받은 쿠르크메니스탄도 이란과 러시아를 거치지 않고 카스피해를 직접 관통, 아제르바이잔까지 이어지는 가스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국부의 원천, 상가찰 오일터미널

바쿠 시내에서 남쪽 카스피해 연안을 향해 자동차로 달리면 20여분 후 양쪽에 ‘메뚜기’라고 불리는 시추공이 수없이 많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는 땅속에서 막 퍼올려진 원유가 끈적끈적한 형태로 커다란 구덩이에 고여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1848년 세계 최초로 원유를 상업적으로 개발한 아제르바이잔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다.

자동차를 조금 더 달리면 바쿠 남쪽에서 45㎞ 지점에 거대한 정유공장이 있다. 파이프라인과 발전소, 석유 및 가스 저장탱크 등이 끝없이 펼쳐진 이곳이 바로 아제르바이잔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는 ACG 광구에서 나오는 원유와 샤베니즈 가스전 가스를 유럽으로 운반하는 BTC 라인이 시작되는 곳이다.

ACG 광구 내 약 8개 플랫폼은 상가찰 오일터미널과 연계돼 있다. 아제르바이잔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는 ACG 광구의 지분은 영국 BP가 34.1%를 갖고 있고 나머지는 일본과 미국, 터키, 아제르바이잔 국영회사인 소카르 등이 보유하고 있다.


가라다크 지역에 위치한 상가찰 오일터미널은 약 730㏊ 부지에 석유·가스 저장탱크, 처리시설, 발전소, 중앙통제실을 갖춘 육상 종합터미널로 석유는 하루평균 100만배럴, 가스는 연간 7조㎥ 이상을 처리한다. 아제르바이잔 국부의 원천인 만큼 중요한 시설로 초입부터 경계가 삼엄했고 사진촬영도 허락되지 않았다.


상가찰 오일터미날에서 만난 BP 마이클 바튼 운영본부장은 “BTC 파이프 라인을 개설한 이유는 두가지 전략적 이유 때문”이라면서 “첫째는 러시아로 가는 북쪽길을 이용하면 불순물이 섞여서 카스피해 광구의 프리미엄 질을 떨어뜨리고 둘째는 오일 생산량이 늘면서 탱크 용량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y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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