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4대 주력산업 ‘中의 추격’에 휘청

조용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1.10 17:23

수정 2009.11.10 17:23



조선, 철강, 정유, 해운 등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4대 주요 업종에서 중국의 대추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값싼 가격과 압도적인 물량 규모를 내세우는 중국은 이미 조선 업종에서는 우리나라를 따라잡았으며 나머지 업종 역시 곧 추월할 기세여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산업은 이미 중국이 수주잔량에서 한국을 따돌리고 세계 1위에 올랐다. 한국 조선업은 수주잔량 기준으로 지난 2000년 2월 일본을 추월한 이후 지금까지 10년 가까이 세계 1위를 지켜왔다.

국제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 등에 따르면 11월 초 중국의 수주잔량은 5496만2018 CGT(점유율 34.7%)로 5362만6578 CGT(33.8%)를 기록한 한국을 앞섰다. CGT는 표준화물선 환산톤수다.


척수 기준으로 한국은 올해 56척을 수주했으나 중국은 142척으로 전 세계 발주량(264척)의 절반 이상을 휩쓸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남은 기간에 한국 업체가 수주할 수 있는 물량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연말 기준 수주잔량과 신규 수주량에서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줄 것"이라고 토로했다.

철강산업에서는 중국산 저가제품의 수입이 급증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위기 국면으로 몰리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철강제품은 지난 9월부터 월간 70만t 이상씩 국내로 수입되고 있다. 특히 중국산 열연강판의 가격은 t 당 연초 600달러였던 것이 최근 400달러선으로 하락했고 철근은 지난 9월 t당 560∼590달러였던 것이 이달 들어 510∼520달러로 낮아졌다.

중국의 물량 공세에 국내 제철소들도 가격을 낮추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달 철근, H형강, 열연강판 가격을 각각 5만원씩 인하했다. 포스코 역시 지난 5월 주요 철강제품의 가격을 t당 10만∼17만원씩 인하했다.

정유산업에서도 위기감은 증폭되고 있다. 중국은 2011년 말까지 시노펙, CNOOC, 페트로차이나 등 국영정유사를 통해 일산 200만배럴에 달하는 정유시설을 추가로 증설할 계획이다. 지난해 전체적으로 680만배럴 규모였던 중국의 석유정제설비는 2년 후면 880만배럴로 급증, 우리나라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의 생산량인 290만배럴을 더욱 압도하게 된다.

만약 중국이 낮은 가격의 제품을 대규모로 국제시장에 내놓게 되면 국내 정유업체들의 수익구조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또 우리나라 업체들의 대 중국 수출물량 역시 급감할 전망이다.

해운업종에서의 도전도 거세다. 현재 국내 해운업체들은 중국 해운사와 운항 노선을 공유하면서 공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해외 자원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향후 거대한 자원운반 물동량을 기반으로 한 중국 업체들의 도약이 예상되고 있다. 그 때가 되면 지금까지의 공조는 깨질 수밖에 없으며 우리 기업들이 중국 업체들의 몸집 불리기로 인한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김원규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성장해온 우리나라의 주력 업종들이 이제는 중국의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산업구조적 측면에서는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을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전환시키는 강도 높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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