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여성구 범한판토스 사장 “B2C 국제특송사업 강화”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5.11 18:32

수정 2010.05.11 18:32

범한판토스 여성구 사장(64)은 지난 2002년 취임 당시 매출 1800억원이던 회사를 8년만에 2조3000억원으로 키운 물류업계의 입지전적 인물이다.

LG그룹에서 재무통이었던 여 사장은 이제는 물류업계에서도 인정하는 물류 전문가로 변신했다. 범한판토스 사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만 해도 여 사장은 물류에 대해 백지상태였다. 하지만 8년만에 범한판토스를 국내 최대 물류 전문 회사로 키워내자 물류 업계는 여 사장에 대해 “혈관에 잠자던 물류 바이러스가 깨어난 것 같다”라는 평가를 내린다.

여 사장이 생각하는 물류는 제조업과 맞닿아 있다. 11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만난 여 사장은 “세계적 물류 업체들은 제조업과 함께 성장했다”면서 “국내 물류 업체들 역시 제조업과 함께 가야 한다”며 ‘물류·제조 동반성장론’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물류산업이 제조업과 동반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 여 사장의 지론이다. 그는 “물류는 인체로 따지면 온 몸 곳곳에 퍼져 있는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물류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인식 아래 정부 역시 국내 물류 기업중 글로벌 기업 2∼3개를 만들기 위해 육성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여건 속에서 범한판토스는 글로벌 물류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최근 ‘비전 2020’을 선포했다.

■물류 최적 솔루션 제공

여 사장은 국내 물류 업체 중 글로벌 회사로 거듭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춘 회사는 범한판토스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국내서 유일하게 창고에서부터 화물을 실어 통관을 거쳐 목적지에 최종적으로 화물을 전달할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을 갖고 있는 것이 범한판토스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여 사장은 “범한판토스는 지난 2002년부터 해외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 35개국에 걸쳐 83개의 해외법인·지사를 설립하고 이를 통합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인재풀이다. 물류는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야 하는데 이는 시스템으로도 가능하지만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려는 직원들의 역할도 크다는 것이 여 사장이 입장이다.

그는 “화물을 운송할 때는 기차, 비행기, 트럭 등 다양한 운송수단과 여러가지 이동 경로가 있다”며 “이들을 전부 고려해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 화주의 비용을 줄여주는 것이 물류업체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운송수단, 수송루트를 개발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고 범한의 강점은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범한판토스는 미국에서 중동으로 전략 물자를 수송하는 미국적 화물기가 빈 채로 귀항하는 것을 알고 이를 이용해 운송비를 대폭 절감하기도 했다.

현재 여 사장의 모든 관심은 2020년에 맞춰져 있다. 글로벌 물류기업 톱10에 들어가기 위해 범한판토스는 국내 물류기업으로는 최초로 본사와 전 세계 35개국 83개 법인·지사의 모든 시스템을 웹을 기반으로 통합, 단일화하는 GSI 프로젝트를 지난해부터 진행 중이다.

이는 전세계 법인 및 지사의 업무프로세스, 인사, 재무, 조직 관리 및 각종 물류 사업의 계획과 실행 등을 하나의 시스템 아래 통합하고 이를 손바닥 보듯 관리하도록 하는 고도화된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

여 사장은 “GSI에만 100억원이 넘는 투자를 하고 있다”며 “2020년 매출 12조3000억원, 200개 이상의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초석이다”고 말했다.

■승산있는 국제특송 사업

또 기업·소비자간(B2C) 국제 특송 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여 사장은 “페덱스 같은 초대형 국제 특송회사가 하지 않는 두바이 허브전략 등 틈새 시장을 공략해 사업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범한판토스는 두바이에 국제 특송을 위한 자체 법인을 설립해 중동 지역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특송회사들은 허브앤스포크(여러 항공노선을 대도시 터미널에 집중시키는 방식) 방식을 채택해 화물이 허브인 유럽을 경유해 중동에 도착하는 체제다. 반면 범한판토스는 두바이 지역을 허브로 두고 포인트 투 포인트(출발지와 도착지를 한번에 연결) 방식의 직항로를 개설해 중동까지 운송에 걸리는 시간을 글로벌 회사 대비 1∼2일 단축하고 있다.


그는 또 비전 달성을 위해 해외 기업이나 국내 기업의 물량을 대거 유치할 계획이다. 여 사장은 “범한판토스가 세계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아 아직 물량을 많이 획득하지 못하지만 현재 꾸준히 경쟁 입찰에 도전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며 “물류 경쟁력 부문에서 뒤처지지 않기 때문에 인지도만 높으면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처음부터 잘할 수 있는 사업은 없다”며 “범한이 지금까지 쌓은 노하우와 경험, 혁신 정신만 있으면 비전 2020은 달성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pride@fnnews.com 이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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