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대기업 못지 않은데..” 1등급 中企들도 구인난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0.11 17:30

수정 2010.10.11 17:30

창사 이후 처음으로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한 벤처기업 A사. 각 대학에 공문도 보내고 학과 사무실마다 잘 보일 수 있도록 채용공고도 내는 등 첫 공채인 만큼 신경도 많이 썼다. 하지만 이 회사 인사 담당자는 마감 시한까지 들어온 이력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A사가 국내에선 이미 경쟁자가 없고 해외에서도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을 상대하며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등 평판과 명성을 쌓아온 터였지만 막상 지원자들의 이력을 보니 당초 기대에 크게 못미쳤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인재를 유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번 공채를 통해 현실을 뼈저리게 알게 됐다"면서 "공채보다는 인맥을 통해 선후배들을 추천받아 유능한 인물을 식구로 뽑는 게 당사자나 회사에나 훨씬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일 것 같다"며 앞으로 공채보다는 기존의 추천방식을 적극 활용할 것임을 내비쳤다.

11일 관련 기업들에 따르면 업종별 선두권의 중소·중견기업들은 연봉, 복지지원 등 객관적 조건이 뛰어나면서도 기존 대기업을 지향하는 구직자들의 왜곡된 인식 때문에 취업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못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조건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가장 큰 재산이랄 수 있는 인재의 성장 가능성은 오히려 대기업에 비해 훨씬 유리한데도 세간의 이 같은 시각에 관련 기업들은 답답한 심정이다.


경기 성남 분당에 위치한 다산네트웍스. 통신 관련 장비를 개발, 제조하는 이 회사는 매년 인턴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공채로 활용하고 있다. 신입사원 초봉은 연봉 기준으로 2700만∼2800만원 정도로 각종 수당을 합하면 연 3000만원은 넘어설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매년 회사 이익의 일정 부분은 종업원들의 몫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실제 연봉은 훨씬 높다.

다산네트웍스 정재훈 인사팀장은 "인턴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한 신입직원이 제출한 특허가 출원돼 실제 제품 개발에 활용되는 등 열정과 의지만 있으면 포용할 수 있는 것이 벤처기업이고 또 중소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연말께 10∼15명의 인턴을 뽑을 계획이다.

올해 10명가량의 신입사원을 채용할 예정인 반도체 검사장비 제조업체 고영테크놀러지는 연봉이 2000만원대 후반이다. 이 회사도 지난해 본봉 기준으로 400%가량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회사 이익을 직원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11월 중 채용공고를 낼 계획인 누리텔레콤은 신입사원 연봉이 2000만원대 중반이지만 전세자금대출과 주택자금대출을 회사에서 무이자 대출해주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적용하고 있다.

이미 중견기업을 넘어 새로 대기업 반열에 올라선 회사들의 채용조건은 주요 그룹 계열사와 다를 바 없다.

웅진그룹내에서 가장 대우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웅진코웨이는 신입사원 연봉이 인센티브를 제외하고 3400만원 수준이다. 이 외에 학자금 지원, 주택자금 이자 지원, 차량유지비 지원 등 복리후생조건도 뛰어나다.


이달 11일까지 공채를 진행한 교원그룹의 경우 대졸 군필자 기준으로 초봉이 연 3200만원가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고영테크놀러지 고광일 대표는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은 공부 잘하는 샌님보다는 공격적이고 주관이 뚜렷한 사람을 선호한다.
특히 조직에 순응하기보다는 엉뚱한 짓을 많이 해 일을 낼 사람, 진취적인 사람이 인재상"이라며 "젊은이들에게는 기회가 생명인데 수년이 지난후 어느 회사에서 근무한 사람의 몸값이 더 높을지는 잘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bada@fnnews.com김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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