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은 이번 주총에서 일명 장하성 펀드로 불리는 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이하 라자드펀드)측이 추천한 사외이사를 거부하고 기자의 취재를 통제하는 등 ‘은둔의 왕국’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했다. 라자드펀드가 공세적으로 나섰으나 태광의 방어망은 더욱 견고해졌다는 게 이번 주총에 대한 평가다.
18일 서울 신문로 시네큐브에서 열린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주총은 각각 1시간30분씩 진행됐다. 라자드 측이 주주제안으로 요구한 배당 및 사외이사 선임건 모두 표 대결로 갔으나 안건별로 약 85%대 15%의 표결로 태광의 압도적인 우세로 끝났다. 현재 라자드측은 태광그룹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주식 3.32%와 8.89%를 가지고 있다.
당초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은 현금 배당액을 주당 1750원, 750원씩 산정한 데 반해 라자드펀드는 각 4만2000원, 3000원을 요구했다. 또 라자드펀드가 사외이사로 세우고자 했던 경제개혁연대 소속 활동가 김석연 변호사와 김경률 변호사는 모두 선임되지 못했다.
이날 주총은 취재진의 주총장 출입을 막은 가운데 곳곳에 진행요원을 배치하는 등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라자드를 비롯, 이 펀드에 자문역할을 하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측 참석자들도 주총 진행 중 상황점검에 나서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주총장 밖에선 이호진 회장 등 기존 경영진의 퇴진을 외치는 전국사무금융노조연맹 및 흥국생명 해고자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이번 주총에서 ‘은둔의 기업’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태광은 종전보다 한층 강한 방어막을 친 것으로 분석된다. 총수의 재판이 다음주 예정된 가운데 가능한 한 라자드 등 기업지배구조 측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겠다는 구상으로 파악된다.
태광은 지난 2007년 당시 장하성펀드와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지배구조개선에 합의했으나 현금성 자산 매각 및 이에 대한 투자, 주가 부양 등의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2009년부터 양측 간 갈등이 점화됐다. 특히 지난 2008년 라자드측이 사외이사로 추천, 선임된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이 금융당국 등에 태광그룹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라자드측 입지가 넓어지자 태광측의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김선웅 소장(변호사)은 “대주주 구속 등 초유의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 위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주주제안을 했으나 회사측은 성의 없는 답변만 제시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향후 이호진 회장의 재판결과에 따라 임시주총을 열어 감사를 추천하거나 주주대표소송을 진행하는 등 후속대응에 착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hcho@fnnews.com조은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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