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시멘트값 4월1일 인상 놓고 마찰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3.23 17:07

수정 2014.11.07 00:12

시멘트 업체들이 다음 달 1일부터 가격 인상에 나선다고 밝히면서 레미콘 업체와 마찰이 예상된다.

예단하기 힘들지만 레미콘 업체와 마찰이 계속될 경우 ‘시멘트 공급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선택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일고 있다.

시멘트 업체는 지난 2009년에도 레미콘 업체가 시멘트 가격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자 공급 중단을 실행에 옮겼고 한때 수도권 건설현장을 중심으로 ‘시멘트 대란’이 벌어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양회는 현재 t당 5만2000∼5만3000원대인 시멘트 가격을 지난 2009년 6월 수준인 6만7500원으로 올리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주 각 대리점과 수요업체에 발송했다.

한일시멘트 역시 지난주 유선이나 공문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통보했으며 동양시멘트는 조만간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다. 성신양회나 아세아시멘트 등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멘트 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하는 이유는 표면상 원자재 가격이 올랐기 탓이다. 시멘트를 만들려면 유연탄이 필요한데 이 유연탄 가격이 t당 평균 80달러 선에서 큰 폭 상승한 137달러 수준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연탄은 시멘트 생산원가의 35∼40%가량을, 시멘트 생산연료의 85%를 각각 차지하고 있으며 시멘트 업체는 대부분 유연탄을 수입해 사용한다. 따라서 국제 유연탄 가격 상승은 당연히 시멘트를 만드는 비용이 늘어나는 것을 뜻한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 회복이 안 되는 상황에서 수요는 줄고 시장 및 경영상황은 악화되는 등 한마디로 어렵다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급등으로 도저히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격 인상의 이면에는 그동안 건설경기 침체로 많게는 수백억원대의 적자가 계속되는 등 경영위기에 직면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멘트 업계는 수익성이 줄어들고 부채는 늘어나는 바람에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제 수준을 찾지 못하면 결국 도산할 수밖에 없고 이는 전체 건설업체에 타격이 될 것”이라며 “건설경기가 어렵다고 가격이 계속 낮아지면 품질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레미콘 업체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야 하는데 시멘트 업계가 힘들다고 일방적으로 시멘트 가격을 올리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사업 손실을 메우기 위해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여론 수렴이라든지 이런 것이 전혀 없는 일방통행은 수용 불가”라면서 “시멘트 재고량이 늘고 건설경기가 얼어붙어 있는 등 정황상 가격 인상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시멘트 업계에서 사용하는 ‘환원’이라는 단어도 적절하지 않다”면서 “수요공급에 따라 시멘트 가격이 자연스럽게 낮아졌던 것을 마치 그동안 선심을 썼다는 뉘앙스를 풍긴다”고 꼬집었다.


레미콘조합연합회는 일단 상황을 지켜본 뒤 레미콘 업체들의 의견을 모아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당분간 갈등이 예상된다.

/jjw@fnnews.com정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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