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重, 고비때마다 사업다각화로 돌파구

김재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9.28 15:47

수정 2012.09.28 15:47

'인수합병(M&A) 큰손' 현대중공업그룹이 또 움직였다. 이번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다.

지난 27일 마감된 KAI 지분 매각 2차 예비입찰에 현대중공업이 전격적으로 합류한 것이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8년 CJ증권(현 하이투자증권), 2009년 현대종합상사, 2010년 현대오일뱅크에 이어 다시 한번 '보폭 넓히기'에 나섰다.

현대중공업이 이처럼 수차례의 M&A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뭘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조선사업에 편중된 리스크를 '사업다각화'를 통해 분산시키겠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2008년 리먼쇼크 이후 조선 시황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경기가 안 좋을 때 대규모로 투자했다가 경기 상승 시 유럽.일본 등의 경쟁사를 압도하던 이전의 전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 같은 현대중공업의 전략 변화는 중국이라는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 때문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과거 불경기 때 유럽과 일본의 조선소들은 고임금으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면 한국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금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이 등장하면서 시황이 회복된다 하더라도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은 문제가 생겼다.

특히 기능인력난까지 가중되면서 현대중공업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때문에 해양플랜트, 풍력발전소, 태양광 등 신성장동력을 대안으로 찾고 있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한 임원은 "최근 그룹 차원에서 사업다각화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고민이 있었다"며 "사업성 등을 고려해 인수 기업을 선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5년간 사업을 가장 많이 다각화한 기업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7년 6개에 불과하던 업종이 지난해 15개로 150%나 늘어났다.

KAI에 현대중공업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KAI가 기존 사업과 기술적 연관성이 높으면서도 조선 업황과 사이클이 다르기 때문. 현대중공업의 사업다각화에 최적의 매물로 꼽히는 이유다. 인수 대금도 적절하다. 현재 KAI 인수 금액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합쳐 1조4000억원 선으로 점쳐진다. 지난 6월 기준 현대중공업의 부채율은 104.2%에 불과하다.
또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와 포스코, 현대상선 등 지분 가치만 2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항공산업은 아무래도 방산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고 자연히 수익성 측면에서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며 "여기에다 그동안 수주한 드릴십 등의 건조가 본격화되는 시점이어서 차입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김병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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