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침몰하는 중소 조선사,조선강국 뿌리 흔들린다

김재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10.28 17:43

수정 2012.10.28 17:43

침몰하는 중소 조선사,조선강국 뿌리 흔들린다

"세계 조선산업은 한국과 중국의 '2강구도'로 재편됐다. 하지만 국내 중소 조선소들이 수주량 급감과 정부의 지원 부족으로 문을 닫으면서 최전선이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

국내 대형 조선소 고위 임원의 푸념이다. 중소형 조선소들이 중국 업체들과 중소형 선박시장에서 수주 경쟁을 벌인 덕분에 대형 조선소들은 대형 선박과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중소 업체들이 무너지면서 다양한 선종을 건조할 수 있는 한국 조선산업 특유의 장점도 빛을 잃어가고 있다. 대형 조선소들의 최전선이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조선업체들은 건조 효율성만 지나치게 고려, 일부 선종에 집중하다 세계 조선산업 패권을 한국에 내줬다.

■중소 조선소 메카 '통영'의 침몰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종료되는 신아sb의 대표이사가 지난 9월 말 교체됐다. 채권단은 신임 사장으로 유재억 세광조선 전 대표이사를 임명했다. 이번 인사로 신아sb가 사실상 청산절차에 돌입했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유재억 신임 사장은 올해 3월 폐쇄된 세광조선의 청산을 주도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에 노조도 유재억 사장 및 채권단과의 면담을 통해 회사 회생에 대한 약속을 거듭 촉구했다. 유 사장과 채권단도 수주활동과 그에 따른 자금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유 사장이 부임한 지 한달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실질적인 수주활동과 채권단의 자금지원은 없었다. 오히려 채권단은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이달 중순 작성을 마친 '신아sb 실사보고서'를 공개조차 하지 않고 있다.

현재 노조는 이달 말까지 신아sb의 존폐 여부에 대해 채권단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채권단은 다음 달 말까지 기다려 달라며 맞서고 있다. 내년 3월이면 신아sb의 일감은 끊긴다. 전국금속노조 신아sb지회 정경국 부회장은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연장해 3자에게 기업을 매각하겠다는 어떠한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선박 건조작업을 중단하는 일이 있더라도 청산을 막을 것이다. '제2의 쌍용차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아sb가 청산절차를 밟을 경우 통영 지역 5개 조선소 가운데 성동조선해양과 SPP조선만 남게 된다. 삼호조선은 지난 2월 문을 닫았고 21세기조선은 청산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빅4' vs. 1000개 조선소

중소 조선소 몰락으로 다양한 설계 및 건조 기술도 사장될 위기에 처해있다. 실제 해양플랜트 발주가 늘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다목적 심해 작업지원선'이 그렇다. 이 선박은 심해작업을 위한 잠수정 작동, 석유자원탐사, 파이프라인 설치, 기타 해저 작업지원이 가능한 최신 특수선박으로 유럽 업체들이 독점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3월 청산된 세광중공업이 이 분야에 특화된 업체였다. 국내 대형 조선소는 생산 효율성과 사업성 등을 고려, 해양플랜트에 집중하고 있다.

세광중공업 청산으로 한국 조선산업은 다목적 심해 작업지원선을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 셈이다.

국내 중소업체들의 빈자리는 중국 조선소들이 빠르게 메우고 있다.
1000여개에 달하는 중국 업체도 수주난을 겪고 있지만 자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으로 '버티기 모드'에 돌입했다. 시황이 살아나면 언제든 수주경쟁에 뛰어들 태세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양종서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중형 조선산업의 몰락으로 중국 최상위 조선소와 한국 대형 조선소(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의 경쟁이 불가피하다"며 "향후 시장 변화에 따른 기술개발 부재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ironman17@fnnews.com 김병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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