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정부 전기차 보급 프로젝트 ‘제자리걸음’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10.31 17:22

수정 2012.10.31 17:22

정부 전기차 보급 프로젝트 ‘제자리걸음’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 온 전기차 보급 프로젝트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도 전기차 개발과 보급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어 자칫 전기차 개발이 관심권 밖으로 밀려날 판이다. 한국도 전기차 배터리 업체 등은 이미 양산 체제에 들어가 있다. 하지만 완성 전기차의 제조단가가 비싸고 인프라마저 부족해 전기차 수요가 없는 형편이다.

■지자체들만 전기차 구입

현재 민간인 전기차 수요는 거의 '제로(0)'에 가까운 형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경차인 기아자동차의 전기차 '레이'가 4000만원대에 달하기 때문. 환경부는 차량 1대당 1500만원의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지만 지원금을 받아도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미국의 경우는 차량구매자에게 모델별로 2500~7500달러 범위에서 세금환급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에 6만위안, 플러그를 꼽아 충전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엔 5만위안을 지원해주고 있다.

지난달 31일 환경부와 자동차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기차 수요가 가장 많은 곳은 지방자치단체다. 수요가 매년 늘고 있다. 지자체는 환경부를 통해 예산을 할당받아 쓰기 때문에 전기차를 활용하기 편하기 때문.

환경부 전기차 보급추진팀에 따르면 지난해 지자체 등에 지원키로 한 전기차 보조금 예산은 약 500대분에 달한다. 올해는 현재까지 700여대의 지원예산이 반영됐다.

하지만 법인이나 개인까지 관심을 보이기에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아직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시내에 거의 없는 실정이다.

개인 운전자 중에서는 유일하게 연예인 박진희씨가 중소전기차 제조업체가 만든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아무리 적극적으로 구매한다 해도 차량구매 숫자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현 시점에선 제조업체 입장에서 이득을 보기 어렵기 때문에 향후 기술개발 등이 더 이뤄져야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하이브리드 우선"

완성차 제조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전기차를 개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자들이 쓸 만한 전기차는 이미 출시했지만 기존에 투자한 하이브리드 차량이 투자비용 대비 제조원가, 가격 측면에서 아직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자동차 등을 포함한 하이브리드 차량 제조업체들은 수백만원의 할인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도요타 자동차는 지난달 전기차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공개선언하기도 했다.

자동차업체 A사 관계자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 우리나라의 전기차 배터리 성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제조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붙이기엔 이르다"면서 "전기차 개발 속도에 비해 석유를 연료로 쓰는 자동차 엔진의 기술개발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대기아자동차 관계자는 "전기차 관련 기술에 꾸준히 투자해오고 있지만 현재 제조단가 대비 손익이 맞지 않는다"면서 "대량 양산이나 신제품 개발은 쉽지 않지만 핵심 요소인 배터리의 가격과 성능이 기존 차량보다 좋아질 때가 온다면 시장 판도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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