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일등을 넘어 일류를 창조하라] (2) “오너 바뀌면 새브랜드 만들기 급급,롱런하는 브랜드가 기업에 더 큰 이익”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12.09 16:43

수정 2012.12.09 16:43

[일등을 넘어 일류를 창조하라] (2) “오너 바뀌면 새브랜드 만들기 급급,롱런하는 브랜드가 기업에 더 큰 이익”

"국내 브랜드의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 이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브랜드가 주는 로열티를 믿을 수 있어 확신을 갖고 안정적이고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다. 기업으로서는 지속적인 성공 프리미엄을 붙여 유통 마진에 있어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이승창 교수는 브랜드의 수명을 늘리는 것이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효율적 마케팅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창 교수는 100년 넘는 외국 브랜드의 역사에 비해 우리나라가 브랜드 개념을 인식한 지 20년이 채 안되는 이 시점에서 기업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를 성장·유지시키기 위해 브랜드 관리 전문인력 양성에 투자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로부터 국내 기업들의 브랜드 관리 문제점과 해결해야 할 과제를 들어봤다.

―브랜드란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

▲브랜드는 기업이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검증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자 소비자에게 이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것이다. 제품 하나의 성공으로는 브랜드의 생명을 오래 유지시킬 수 없다. 기업의 역량과 연구개발(R&D)력의 총아가 브랜드로 귀결되는 것이다. 좋은 브랜드는 소비자가 다른 것을 따지지 않고 브랜드 하나만으로 계속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든다. 또 좋은 브랜드, 장수하는 브랜드는 시장을 보호하고 안정시키는 최적의 수단이다. 하지만 좋은 브랜드의 구축에는 오랜 시간 관리와 투자가 요구된다. 당장은 비용이 많이 드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업에 더 큰 이익이 된다. 롱런하는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통일성과 일관성이 필요하다.

―국내 브랜드 수명이 다른 나라에 비해 짧은 이유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산업의 역사가 짧다. 우리나라 산업은 한국전쟁 이후인 1950년대 중반에야 기업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길게 잡으면 산업의 역사가 60년 정도인 셈이다. 그 가운데 마케팅 개념이 도입된 지 30년 정도 됐고, 브랜드의 중요성이 인식된 것은 20년이 채 안 된다. 급격한 경제성장 속에서 국내 시장 내 트렌드 변화가 빠르다 보니 장기적인 브랜드 전략을 수립해 제품을 생산하기보다는 단기적으로 치고 빠질 수 있는 브랜드를 양산하게 됐다. 기업은 경영환경에 따라 장기 또는 단기 브랜드 전략을 구사할 수 있고, 단기 브랜드 전략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브랜드를 하나의 공적을 쌓기 위한 수단으로 많이 사용했다. 오너가 바뀌면 그 전까지 잘되던 브랜드를 폐기하고 새 브랜드를 론칭하는 데 급급했다. 그러다보니 모든 분야에서 브랜드의 영속성과 지구력이 떨어졌다.

이제는 선진국 반열에 진입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기업들도 장기 브랜드 전략을 통한 헤리티지(국가·사회의 유산)를 만들어 가야 한다.

―국내 브랜드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각계에서 요구되는 것은 무엇인가.

▲국가 차원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이고 '코리아 프리미엄'을 가질 수 있도록 국가 브랜드를 올바르게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 브랜드 이미지는 일관성이 부족한 상태다. 세계에 비춰지는 한국에 대한 명칭부터 통합하는 등 기본을 닦는 과정이 필요하다. 개별 기업들은 브랜드 아키텍처(Brand Architecture)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건물을 지을 때 입지와 건축물의 성격, 거주자, 건물주의 욕구 등 다각도로 분석해 공간 구성을 하듯이 브랜드도 경쟁 브랜드, 시장, 상품의 관계 등을 전부 고려하면서 만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브랜드 관리자를 제대로 육성해야 한다. 브랜드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 시장상황을 고려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판단능력을 갖춘 브랜드 관리자의 부재가 심각하다. 브랜드의 장수를 결정짓는 것은 얼마나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느냐 그리고 그에 맞게 변화하느냐다.

브랜드는 생명체와 같다. 변하지 않는 브랜드 철학을 갖되 모든 것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박지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