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동차-업계·정책

수입차 유예할부의 덫.. ‘카푸어’ 급증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3.25 17:31

수정 2013.03.25 17:31

수입차 유예할부의 덫.. ‘카푸어’ 급증

#1. 직장인 박모씨(33)는 지난 2010년 4000만원대 BMW 1시리즈를 구매했다. 당시 1000만원을 먼저 내고 36개월간 할부 이자를 낸 뒤 잔금을 한꺼번에 내는 원금유예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문제는 3년 후 발생했다. 이자와 함께 원금까지 같이 갚게 되자 부담을 느끼게 됐고 할 수 없이 차량을 중고차 시장에 내놓았다. 중고차 시장에서 1시리즈 시세가는 2800만원. 남은 잔금을 치르기에도 모자란 돈이었다.

'수입차 10만대'시대에 들어서면서 차량을 구입한 지 3년 후 차량 가격을 지불하지 못해 차를 되팔거나 경매로 넘기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이 판매율을 높이기 위해 진행하는 '유예할부' 제도 영향이다. '유예할부'는 구매 시에는 매월 이자만 갚고 약 3년 뒤에 원금을 갚도록 하는 제도로 합법적인 판매전략이지만 젊은층의 구매충동을 과도하게 자극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매로 넘어간 수입차 급증

25일 경매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돈을 갚지 못해 법원경매로 넘어간 차량 중 수입차 비율은 지난 2008년 4044대 중 78대로 1.93%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3682대 중 400대로 10.86%까지 늘었다. 4년 새 5배가량 급증한 것이다.

2008년에서 2012년까지 경매로 넘어간 차량 총 대수는 4044대에서 3687대로 오히려 줄었음에도 수입차는 78대에서 157대, 176대, 297대, 400대 등으로 매년 건수와 비율이 늘어난 것이다.

올 초부터 3월까지 통계를 보면 더 심각하다. 1월에는 353대 중 39대(11.05%)가 수입차였고, 3월에는 295대중 45대(15.25%)가 외산 자동차였다.

■유예할부 등이 주범

최근 들어 수입차 매물이 급증하는 이유는 수입차 '유예할부 프로그램 기간 만료' 등이 주된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유예할부 프로그램은 차량 가격의 20~30%를 선납하고 36개월 동안 이자를 낸 뒤 나머지 차량 가격을 한꺼번에 지불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유예할부는 말 그대로 원금을 '유예'하는 것뿐이라는 점이다.

36개월 동안 이자로 몇십만원을 지불한 뒤 한꺼번에 목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을 맞은 수입차 구매자들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중고차 매물로 내놓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 30대가 수입차 주 고객층으로 등장하면서 카푸어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20대와 30대가 사들인 차량은 각각 7176대, 2만8199대로 2009년 2044대, 8719대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했다.


지지옥션 하유정 연구원은 "법원 경매로 나온 대부분의 물건들이 캐피털 업체가 압류해서 넘기는 것들로 사실상 대부분 대출받아 산 후 갚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지난해부터 경매물건 중 수입차가 포함되는 비율이 많이 늘어 수입차 유예 할부로 인한 시한폭탄이 이미 곳곳에서 터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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