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동차-업계·정책

서울모터쇼 가보니.. 콧대 높은 수입차 전시장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4.04 17:53

수정 2013.04.04 17:53

BMW와 벤츠, 아우디, 재규어 등 수입차업체들이 서울모터쇼 전시기간 중 자동차 문을 잠가 관람객들의 공분을 샀다. 지난달 28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프레스데이의 벤츠 부스. 사진=김범석 기자
BMW와 벤츠, 아우디, 재규어 등 수입차업체들이 서울모터쇼 전시기간 중 자동차 문을 잠가 관람객들의 공분을 샀다. 지난달 28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프레스데이의 벤츠 부스. 사진=김범석 기자

"모르겠는데요."(BMW), "글쎄요"(벤츠), "팔린 차라서 문을 못 열어드려요."(아우디)

서울모터쇼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전시자동차의 문을 왜 잠가 놓았느냐"고 묻자 업체 관계자들이 해명한 말이다. '2013 서울 모터쇼'가 개장 7일 만에 58만8000명(3일 기준)이 넘는 관람객을 유치했지만 일본차를 제외한 대다수의 수입차업체들이 자동차문을 잠가 놔 관람객들의 진노(?)를 샀다. 한 관람객은 "수입차업체들이 일반 관람객을 무시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 이럴 거면 뭐하러 전시해 놨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자동차를 보러 나온 관람객이라면 전시된 자동차 운전석에 직접 앉아 이것저것 살펴보고 싶은 게 당연지사다.
전시장을 이동하기 위해 나오면 다시 입장하는 것도 불가능해 나중에 다시 둘러보기도 어려웠다. 한 관람객은 "조직위 측이 관람객들의 편의보다는 티켓팔기에만 급급했던 것 같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팔린 차라서 문 잠갔다"

실제 지난 3일 킨텍스 전시장 차량 중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 기아, 한국지엠, 쌍용, 르노삼성)와 일본차 3개사(도요타, 닛산, 혼다)를 제외한 대다수의 수입차 업체들은 부스에 전시된 자동차의 문을 잠근채 전시하고 있었다.

독일차 4사(BMW,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중에는 폭스바겐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이 모든 자동차 문을 잠갔다. BMW는 유일하게 미니(MINI) 부스에서만 자유롭게 운전석 앞에 앉을 수 있었다. 이외 다른 모든 차종은 문이 열리지 않아 관람객들이 유리창 너머 안을 대충 �어봐야 했다. 일본차 3사 부스의 차량들은 대부분 문을 열 수 있었지만 렉서스 하이브리드카인 ES300h는 문이 열리지 않았다. 미국차인 캐딜락과 포드는 포드만 문을 열어놨다. 재규어랜드로버, 푸조 시트로앵도 관람객들이 앞문 유리에 코를 바짝 붙이고 속을 들여다봐야 했다.

자동차 문을 열어주지 않는 이유도 다양했다. BMW부스와 벤츠, 재규어랜드로버 전시장의 직원들은 왜 문을 닫아놨는지 이유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답했다. 푸조 시트로앵 측은 "부스가 좁아 차들을 붙여 전시하다 보니 문을 열게 되면 사고가 날 수 있어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아우디 전시장 직원은 "이 차는 (고객에게) 팔렸기 때문에 문을 열어줄 수 없다"고 했다.

서울 사당동에서 온 김형선씨(38·가명)는 "느긋하게 모터쇼를 즐기려고 일부러 평일날 휴가까지 내서 왔는데 수입차들은 문고리밖에 만져볼 수 없어 대단히 실망했다"면서 "외국 모터쇼에선 차 문을 다 열어볼 수 있는데도 이렇게 수입차들이 국내 모터쇼에서 문을 잠근 걸 보면 얼마나 차 문이 확실히 잠기는지 홍보하려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한 자동차업체 관계자는 "일부 수입차 업체들은 개막 전날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프레스데이 때만 자동차 문을 열고 다음날부터 몽땅 차 문을 걸어잠갔다"면서 "겉모습과 레이싱모델만으로 전시에 치중하는 행태가 참으로 안타깝다"고 논평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입차협회 관계자는 "차량 문을 열게 되면 어린아이들이 문틈에 손이 끼는 등 다양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안전문제 때문에 그렇게 조치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재입장 안돼 점심시간은 전쟁터

당일날 전시장에 다시 들어갈 수 없게 한 조치도 문제를 부추겼다. 킨텍스의 전시장 2개관(제1전시장, 제2전시장)은 통로가 이어져 있지 않다. 제1전시장에서 제2전시장으로 가려면 1전시장을 나와야 하는데 한번 나온 전시장은 다시 들어갈 수 없다. 이때문에 관람객들은 전시장을 나와 점심을 먹은 후엔 다른 전시장으로 이동해야 했다.
이동시간이 대부분 식사시간이다보니 식당 수가 부족해 주말에는 점심시간마다 관람객들이 줄을 서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한 관람객은 "2개 전시장을 한번 돌아본 후 더 재미난 곳을 선택해서 둘러볼 수 있어야 하는데도 한 번씩만 보게 한 건 불합리한 것 같다"고 논평했다.


이에 대해 서울모터쇼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재입장은 불가하지만 원하는 사람에 한해 손목에 스탬프를 찍어 재입장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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