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통상임금 논란 확산] “통상임금 해결” 약속한 朴대통령에 재계는 ‘희망’ 걸고 노동계는 ‘황당’

김재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5.12 16:53

수정 2013.05.12 16:53

[통상임금 논란 확산] “통상임금 해결” 약속한 朴대통령에 재계는 ‘희망’ 걸고 노동계는 ‘황당’

#. 재계 핫이슈로 떠오른 '통상임금'문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해법을 찾겠다"는 발언을 하면서 재계와 노동계가 또다시 들끓고 있다. 현재까지 현대·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등의 대기업 근로자들은 통상임금에 상여금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줄소송을 제기한 상황. 이미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 판례가 있어 현재까지는 기업들에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다. 40조원에 가까운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기업들은 지푸라기라도 잡을 심정이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박 대통령 발언 이후 정부의 추가 중재대책이 나오길 바라고 있지만 노동계 입장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기업 "부담스럽다"

현재까지 벌어진 통상임금 소송을 놓고 보면 기업들이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만큼 통상임금은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간의 대법원 판례를 감안해 법원은 상여금 역시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결정을 줄줄이 내렸다.

현재 한국지엠 노조가 사측을 상대로 관련 소송을 제기했고, 1~2심까지 모두 승소해 대법원 판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한국지엠은 패소할 것에 대비해 지난해 결산기준 8140억원을 미리 재무제표에 반영해 놓은 상태다.

한국지엠에 이어 현대차 노조 역시 지난 3월 5일 서울 중앙지법에 소장을 제출, 14일 1차 변론을 앞두고 있다.

조합원이 집단 소송을 제기한 기아차 역시 1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현대차는 1조4000억~1조8000억원, 기아차는 6000억~8000억원 등이 추가 인건비로 빠질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의 추세로 볼때 기업들이 통상임금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미 판례가 남아 있어 동일한 형태의 소송을 두고 법원이 다른 결정을 내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A사 관계자는 "이미 법원 판례가 있는데다 노조 측이 다른 기업들의 승소 사례를 비교해보고 소송을 건 것으로 보여 우리는 매우 부담스럽다"면서 "패소할 경우 어느 정도의 돈이 더 나갈지는 내부적으로 산출했지만 노조 측에 알려지면 좋을 것이 없으니 거기까진 묻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상장사 순익 절반, 추가부담액으로

통상임금 논란이 거세지면서 기업들의 추가부담비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신규투자 감소로 인한 일자리창출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고용노동부, 통계청 각종 노동통계를 기초로 분석한 결과, 기업들이 통상임금 산정범위에 고정상여금을 포함시켜야 할 경우 일시에 부담해야 하는 추가비용은 최소 38조5509억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2011년 기준 상장회사 순이익의 54.9%, 전산업 임금총액의 8.9%, 국내총생산의 3.1%에 달하는 수치다.

또한 기업의 추가비용 부담은 단순히 한 해만 발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매년 발생, 우리 경제에 중장기적인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매년 8조8663억원의 추가비용 부담이 발생하며, 임금상승률을 감안하면 판결 이후 5년간 기업들의 추가비용 부담은 78조원으로 늘어난다.

막대한 추가비용 부담은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일자리창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경총에 따르면 기업이 일시에 부담해야 하는 38조5509억원은 37만2000~41만8000개의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고정 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여부는 막대한 기업의 추가비용 부담을 초래해 신규투자와 일자리 등의 축소를 야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우리 산업 전체의 파급효과를 면밀히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통상임금 논란 확산] “통상임금 해결” 약속한 朴대통령에 재계는 ‘희망’ 걸고 노동계는 ‘황당’


■국내 진출 외국계기업 반응은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기업들의 경우 아직까지 동요하지는 않는 모습이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제너럴 일렉트릭(GE)코리아는 현재 임금 체계를 감안할 때 특별히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GE코리아 임원은 "기본적인 임금 체계가 연봉제로 일정 금액을 열두 번에 나눠서 주는 만큼 통상임금의 범위 확대 등에 따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976년 한국에 진출한 GE코리아는 현재 국내에서 항공기 엔진, 발전, 석유와 가스, 헬스케어, 센싱, 수처리, 가전과 조명, 운송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14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회적이나마 우려의 시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다른 외국계 화학업체의 한 관계자는 "임금 이슈의 경우 국내 동종업계 현황을 기준으로 노조와의 협의를 거친 후 결정한다"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일지라도 실제 사업은 국내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기준에 맞춰 수당, 상여금 등 세부사항을 산정한다는 것이다. 자연히 향후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반영하게 되면 일정부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법원 판결 바꿀 건가" 노동계 불만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노동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통상임금 문제는 이미 법원을 통해 판가름 났기 때문에 대통령이 좌지우지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해 3월 대법원이 통상임금에 대해 최초 판결한 '금아 리무진' 19명 근로자들에 대한 판례 때문이다.

당시 대법원은 매월 급여와 함께 지급한 상여금 역시 통상적인 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보고 금아 리무진 측에 승소판결했던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대구 고법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

민주노총의 정호희 대변인은 "통상임금 문제는 작년에 법원 결정이 났고, 사실은 줄소송이 이어지도록 할 필요도 없이 분쟁이 있을 때마다 법원 판결에 따른 행정처리를 하면 됐던 일"이라며 "이미 근로자들이 승소한 유사 판례들이 많은데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GM 측에 그런 얘기를 했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 대변인은 "결국은 미국 자본 배불리기 위해 한국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주겠다고 약속한 거나 다름없게 돼버렸다"며 "너무 가벼운 처신을 했다"고 비난했다.

현재까지는 노사정위원회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미 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왔으니 정치권과 재계, 노동계가 머리를 맞대고 합일점을 찾아보자는 것.

노총이나 경총, 고용부 등이 개선책을 제안할 경우 노사정위는 의제 조정반에서 각계 전문가들을 모아 협의채널을 만들고 논의하는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논의되는 사안의 경우 통상 논의가 끝나는 데만 1년가량 걸린다.

노사정위원회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청와대나 그 어느 쪽으로부터도 통상임금에 대한 논의 제안을 받은 바가 없다"면서 "제안을 받아 개선대책을 논의하려면 정부 측(고용부) 관계자, 노동계관계자, 공익위원 등 총 15~20명 정도가 참여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해서 합의점을 찾더라도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법원이 판단하는데 일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sh@fnnews.com 김성환 김호연 김병용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