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국경없는 지식재산 전쟁 시대] (2) 존 보크노빅 세계지식재산보호협회 회장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5.27 16:47

수정 2013.05.27 16:47

존 보크노빅 세계지식재산보호협회(AIPPI) 회장이 파이낸셜뉴스 기자와 인터뷰에서 지식재산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보크노빅 회장은 파이낸셜뉴스가 지난 22일 서울 워커힐로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주최한 '제3회 국제 지식재산권 & 산업보안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지식재산 분쟁의 배경과 영향'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사진=김범석 기자
존 보크노빅 세계지식재산보호협회(AIPPI) 회장이 파이낸셜뉴스 기자와 인터뷰에서 지식재산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보크노빅 회장은 파이낸셜뉴스가 지난 22일 서울 워커힐로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주최한 '제3회 국제 지식재산권 & 산업보안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지식재산 분쟁의 배경과 영향'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사진=김범석 기자

"지식재산이 글로벌 경제침체 해결을 위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지난 22일 서울 워커힐로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개최된 '제3회 국제 지식재산권 & 산업보안 컨퍼런스'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존 보크노빅 세계지식재산보호협회(AIPPI) 회장은 "지식재산은 새로운 기술 발명을 촉진시켜 새로운 경제를 창출한다"면서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식재산이 기업의 직접적인 이익과 연관돼 있다는 것이 보크노빅 회장의 설명이다. 이어 그는 "1930년대 세계대공황의 역사처럼 경기가 어려울 때 특허권 소유자들은 특허에 대한 소유권을 더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크노빅 회장은 또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은 승자가 없는 싸움이며, 장기화될수록 혁신과 기술 개발에 대한 노력과 비용이 줄어들어 소비자들이 외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식재산권(IP)의 정의를 내린다면.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지식 창조물의 재산권이다. 특허, 상표권, 브랜드, 디자인 등을 포함하고 있다.

―오늘날 기업에 지식재산은 어떤 의미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가.

▲최근 대부분의 기업들이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지식재산권은 기업이 행사할 수 있는 중요한 권한 중 하나다. 지식재산은 기업의 근본이 되는 이익추구와 사업의 성공, 더 나아가 기업의 존재 자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허권을 통한 로열티, 소송 등을 통해 지식재산권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지식재산으로 비즈니스를 하기도 한다.

―현재 글로벌 지식재산 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요한 변화가 있다면.

▲여러 가지 움직임이 있지만 주요 선진국들이 모든 나라에서 통용 가능하고 신뢰할 만한 특허관련 사법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시도하고 있는 것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각 나라마다 특허 관련 법이 다르다 보니 당장 통일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먼저 유럽 국가들이 함께 통합 사법시스템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식재산이 글로벌 경기침체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는가.

▲가능성은 있다. 지식재산권이 새로운 기술발명을 촉진시켜 경제 발전을 이끈다는 점에서 경기침체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현재 세계 경제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이 속한 동아시아 중심으로 이동 중이다. 지식재산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아시아에서도 변화는 있다. 1980년대 아시아의 특허 강국이었던 일본은 현재 지식재산 산업이 정체기를 겪고 있다. 당시 소니는 최신 기술을 끊임없이 선보이는 기업이었고, 전 세계 사람들이 소니의 제품을 갖고 싶어 했다. 하지만 최근 15년간 상황은 바뀌었다. 소니를 모방하기 시작했던 삼성이 컴퓨터 모니터에서 반도체, 텔레비전, 스마트폰 등을 개발하며, 이제는 사람들이 소니 대신 삼성의 제품을 갖고 싶어 한다. 결국 열쇠는 창조성을 바탕으로 한 지식재산이다. 아울러 창조의 시작은 모방에서 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부 선진국이 지식재산을 보호무역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사실일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국가가 그 국가에 속한 모든 회사의 특허권을 보호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특허 소유자가 특허권 권리 행사에 있어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중요하다. 특허라는 지배적인 기술로 시장을 지배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 과거 인텔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특허로 회사를 보호할 수는 있지만 특허를 통해 시장을 지배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텔은 특허를 통해 반도체 회사와 공급자 등을 지배하려 했다. 이는 애플이 오픈 소스를 사용한 것과 차별되는 방침이었다.

―삼성·애플 간 특허 소송에서 최종 승자를 예측해 본다면.

▲이 소송에서 승자는 없다. 과거 특허 전쟁의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싸움이 길어지면 혁신과 기술 개발에 대한 노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때문에 특허 소송을 시작하려는 기업은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1970년대 복사기 시장에서 거의 모든 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제록스는 IBM이 이 산업에 뛰어들자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10여년간 특허소송을 겪은 제록스와 IBM은 이후 시장에서 지배력을 잃었다. 특허권을 위해 싸울 수는 있었지만 다음 단계를 위한 기술개발과 발전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특허에서 이긴다고 해도 성공하는 게 아니다. 소송이 끝난 후 피해 여파가 남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간 이어지는 특허 소송에서는 어떤 기업도 승자가 될 수 없다. 회사의 내부 비용이 소송에 들어가면서 기술자와 경영자에게 주어져야 할 비용들이 낭비되고, 결국은 혁신적인 제품을 기다리는 소비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다.

―전 세계 지식재산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고, 전망은.

▲특허 관련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항상 소송이 발생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지식재산 산업국가인 미국은 가장 큰 특허시장이기도 하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50여년 전부터 기업들이 특허 문제로 법정에 가는 게 흔한 일이 됐다. 향후에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특허 갈등이 지속될 것이다. 최소한 2050년까지는 지금 상황과 비슷할 것으로 예측한다.

―한국의 지식재산 수준과 시스템을 평가한다면.

▲지식재산 수준을 평가할 때 두 가지 기준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시스템 운영'이다. 이 부분에 있어 한국은 IP5(특허선진 5개국)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줬다. 지식재산권에 있어서도 미국, 유럽 등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정부주도형 정책이 세계 경제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지식재산을 지키기 위한 '소송에 대한 태도'에서는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 국제무역위원회(ITC)에 기록된 소송을 보면 한국 기업은 전형적으로 피소송 주체였다. 70~75%는 한국 기업이 특허 침해 고소를 당했고 20% 정도만 한국 기업이 소송을 걸었다.
한국은 세계경제에서 중요한 소비시장이므로 앞으로 더 많은 소송이 일어날 수 있다. 앞으로 한국 산업의 특허 전쟁은 다국적으로 발생하고 더 늘어날 것이다.
이에 한국 기업들도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인 태도로 특허 시장에서 더욱 강력한 명성을 만들어야 한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이환주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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