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국경없는 지식재산 전쟁 시대] (4) 다카바야시 류 日 와세다大 교수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5.29 16:45

수정 2013.05.29 16:45

다카바야시 류 일본 와세다대학교 교수가 지난 22일 서울 워커힐로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제3회 국제 지식재산권 & 산업보안 컨퍼런스'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특허의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다카바야시 교수는 특허를 다 출원할 것이 아니라 특허로 할 것과 노하우로 할 것을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사진=박범준 기자
다카바야시 류 일본 와세다대학교 교수가 지난 22일 서울 워커힐로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제3회 국제 지식재산권 & 산업보안 컨퍼런스'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특허의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다카바야시 교수는 특허를 다 출원할 것이 아니라 특허로 할 것과 노하우로 할 것을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사진=박범준 기자

"특허출원 건수를 따지기보다 양질의 특허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다카바야시 류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지난 22일 서울 워커힐로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제3회 국제 지식재산권 & 산업보안 컨퍼런스' 직후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쏟아지는 특허를 다 출원할 것이 아니라 특허로 할 것과 노하우로 할 것을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일본은 국제 특허출원 건수 기준으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출원 건수 증가율은 12.3%에 그쳐 중국(13.6%)에 밀린 상황이다. 다카바야시 교수는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라며 "양질의 특허를 제외한 나머지는 노하우로 남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근 특허 및 지재권 소송이 급증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특허소송보다 특허풀(특허에 대한 공동의 이익, 즉 라이선싱을 목적으로 결성한 단체)이나 특허표준화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다카바야시 교수는 조언했다. 그는 "특허 및 지재권이 기술을 활용해 사용하기 위한 것이지 소송을 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특허침해 소송으로 이익을 얻으려는 부작용을 경계했다.

―특허 또는 지식재산이 국가 이익에 미치는 영향력은 무엇인가.

▲특허나 지식재산권은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지혜로 생긴 것들에 대한 권리다. 제가 인도네시아에 자주 가는데 그 나라는 천연자원이 풍부해서 지식재산이 중요하지 않다. 반면 일본이나 한국은 천연자원이 없기 때문에 머리가 중요하고 그걸 활용할 수밖에 없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특허 및 지재권 분쟁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일본에서 특허나 지재권과 관련해 주목받는 이슈는.

▲전체적으로 특허소송이 증가하고 있다고 하는데 일본의 사정은 다르다. 분쟁이 많지 않다. 다만 삼성·애플 특허소송 사건은 예외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에서 특허분쟁이 많지 않은 이유는 특허라는 것이 기술을 활용해 사용하기 위한 것이지 소송을 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NPEs(Non Practicing Entities·보유한 특허를 활용하면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지 않고 라이선스 협상 및 소송을 통해 특허권만을 행사하는 자)나 특허괴물(특허를 활용하지도 않고 활용할 의사도 없으면서 또는 활용된 적이 없는 특허의 보유 기회를 이용해 금전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자)이란 원래의 특허법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특허는 본래 산업발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NPEs는 생산은 하지 않고 권리만 행사해 로열티를 받으려고만 하기 때문에 잘못됐다. 특허나 지재권 보호를 위해서는 특허소송보다 특허풀이나 특허표준화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에서 지재권 분쟁 중 약 40%가 화해로 종결된다고 들었다. 이처럼 일본의 분쟁해결 방법 중에서 조정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는가.

▲그렇다. 기본적으로 일본에서는 소니와 파나소닉이 싸우는 건 상상할 수 없다. 국내 기업 간 분쟁을 꺼리기 때문이다. 소송이 아닌 대화로 푸는 것, 이것이 일본의 전통적인 생각이다. 미국은 소송사회지만 일본은 대화로 푸는 것이 기본이다.

―특허 또는 지재권 소송이 화해조정으로 해결되는 경우 소송비용이나 시간을 절감하는 등 소모전을 피하는 장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특허권자에 대한 보호, 특히 손해배상 부분에 대해서는 부족한 면이 있지 않을까.

▲일본에서도 특허 또는 지재권과 관련해 기업 간 싸움이 붙을 때는 강하게 붙는다. 대신 소송 상대방을 이길 만하다고 생각할 때에만 그렇다. 분야별로도 싸움의 강도에 차이가 있다. 정보기술(IT)의 경우 여러 기술에 의해 하나의 완성품이 만들어지다 보니 싸움이 부드럽게 간다. 얽히고 설켜 싸우다 보면 양쪽 다 이익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반면 제약분야의 경우 하나의 기술이 하나의 제품과 연결되기 때문에 (싸움의 강도가 강하게) 진행된다.

―일본 도쿄지방법원이 지난 2월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권 침해 소송에서 애플의 손을 들어준 데 대해 삼성이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이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는지.

▲어려운 부분이다. 특허풀이라는 기본적인 취지가 있으니 여기에 맞게 진행돼야 한다. 다만 특허법을 살펴보면 프랜드 조항(FRAND·누구나 표준 특허기술을 쓰되 합리적이고 평등한 수준의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허용하는 원칙)에 의해 로열티 비용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데 삼성은 비밀리에 계약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독특하다(애플은 삼성전자에 대해 '898특허' 등 특허관련 라이선스를 제안했고 양사 협상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에 청구한 로열티가 비싸다며 다른 라이선스 사용기업에 요구하는 로열티 비용에 대한 정보를 FRAND조건에 의해 공개할 것을 요청했지만 삼성전자는 받아들이지 않았음). 예를 들어 A와는 500원, B와는 1000원의 로열티를 받기로 계약했기 때문에 공개를 안 하려고 한 것이다. 애플·삼성 소송은 제삼자가 내는 로열티를 조사해 봤더니 자신에게 너무 비싸게 불렀다는 데 대한 소송으로 좀 특이한 케이스다.

―한국에서 특허등록은 늘고 있는데 특허권 보호에 대해서는 아직 미비한 점이 많다. 최근 정부차원에서도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조언한다면.

▲일본과 한국의 경우가 비슷할 것 같다.
특허를 다 출원할 것이 아니라 양질의 특허, 특허로 할 것과 노하우로 할 것을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 일본은 특허출원에서 중국에 밀리고 있는 상황으로 이제 양질의 특허에 집중하고 있다.
양질의 특허를 제외한 나머지는 노하우로 남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이다해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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