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아시아나機 착륙 사고] 기장 “자동속도장치 작동 안돼”.. ‘기체 결함’ 가능성 시사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7.11 03:05

수정 2014.11.05 11:05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사고 4일째인 10일, 사고 항공기에 들어 있던 수화물 인수작업을 시작하는 등 사고현장 조사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원인을 놓고서는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자동속도설정 기능(오토 스로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기장의 진술이 나오면서 기체결함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아울러 샌프란시스코 공항 자체 문제와 조종사 과실 등에 대한 의구심도 이어지고 있다.

■"오토 스로틀 작동 안했다"

10일 외신 및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사고 당시 조종사들이 오토 스로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체결함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고 있다.

데버라 허스먼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위원장은 사고 조사 브리핑에서 "두 기장이 '착륙 준비를 하면서 권장 속도인 137노트(시속 254㎞)로 날도록 자동 속도 장치를 설정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조종사들이 착륙하는 과정에서 속도를 입력하고 오토 스로틀 기능을 사용했지만 뒤늦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했고 급하게 속도를 높이고 기수를 올리려 했으나 결국 사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NTSB는 실제 오토 스로틀이 작동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자 블랙박스 분석 및 비행기록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이 장치는 조종사가 원하는 속도를 입력하면 그에 따라 비행기가 스스로 속도를 유지하는 장치로, 수동으로 전환해도 기능을 유지하게 돼 있다.

속도가 지나치게 떨어진 것이 이번 사고의 핵심 원인이었기 때문에 조종사들이 왜 속도를 심하게 떨어뜨렸는가를 놓고 많은 의혹이 제기됐었다. 따라서 오토 스로틀이 오작동한 것이 밝혀질 경우 사고원인인 조종사의 과실보다 기체결함 쪽으로 크게 기울 것으로 관측된다.

B777은 지난 2008년 영국항공 소속기가 런던 히스로 공항에 착륙 도중 엔진이 꺼져 불시착했고 당시 엔진제작사는 엔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대대적으로 교체한 바 있다.

최근에도 대한항공 B777-300이 러시아 극동 추코트카 공항에 비상착륙했고 일본항공 보잉 777기가 이륙 이후 기체 유압장치 결함으로 추정되는 문제가 발생해 회항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공항 문제"

샌프란시스코공항의 결함이 심각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온라인판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의 사고는 단지 시간문제였을 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 문제를 조명했다.

NTSB가 아시아나 기장들의 샌프란시스코 착륙 경험 미숙을 주장하는 가운데 슈피겔은 루트프한자 조종사들의 경험담과 사례를 중심으로 샌프란시스코공항 자체의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짚은 뒤 이 공항에서의 사고는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술적인 문제로 착륙 안전 관련 몇몇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 샌프란시스코공항 측이 항공기들에 급한 각도로 활주로에 접근하도록 요구하는 일이 잦다는 점, 항공기들 사이에 착륙 간격이 지나치게 짧다는 점, 활주로가 열십자 형태로 교차되도록 설계됐다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는 최근 5년간 55건의 안전사고가 발생,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 4위에 올라 있다.

■조종사 과실 의혹도 이어져

조종사 과실 논란도 여전하다.

NTSB가 조종 과실을 주요 원인으로 보는 듯한 취지의 발언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허스먼 NTSB 위원장은 조종사들의 개인적인 건강과 근무여건, 약물 복용여부 등 인적요소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그는 또 "조종간을 잡은 조종사는 비행시간이 9700시간에 이르는 베테랑이지만 사고가 난 기종은 35시간만 조종해봤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김호연 기자·이환주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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