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일본식 표현 난무하는 건자재시장

유현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8.02 03:52

수정 2013.08.02 03:52

#. 취미로 목공을 배우기 시작한 이윤영씨(34)는 서울 을지로 건축자재 매장에서 합판이나 제재목을 자주 구입한다. 목공을 배운 지 한 달가량 됐지만 그에게는 매장 점원들이 쓰는 용어가 여전히 낯설다. 처음 매장에서 "몇 헤베(㎡의 일본식 표현)나 필요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용어를 몰라 한참을 머뭇거린 후에야 4×8(1220㎜×2440㎜)사이즈 합판을 구매할 수 있었다.

서울 을지로와 논현동 등 건축자재 매장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여전히 일본식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 DIY(Do It Yourself) 열풍으로 이씨처럼 취미로 목공을 배우는 이들이 늘면서 건축이나 인테리어 업종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이 일명 건재상(건축자재 매장)을 찾는 빈도가 크게 늘었다. 그러나 건축이나 인테리어 업종 종사자들에게는 익숙한 용어들이 오히려 취미로 목공을 배우는 이들의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재상을 중심으로 헤베(㎡), 루베(㎥), 사이(才) 등 일본식 표현이 표준화된 수치보다 빈번하게 쓰이면서 소비자에게 혼란을 야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들 건재상에서는 ㎡나 ㎥보다 헤베나 루베가 표준어처럼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 생소한 수치인 사이도 제재목과 철재 등을 중심으로 널리 통용되는 단위다. 1사이는 우리말로 1재라고도 표현하며 3㎝×3㎝×3.6m가 1재다. 1㎥는 300재다.

일본식 표현은 규격에 국한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건재상에서 문과 문틀을 구매하다보면 점원들에게 '와꾸'라는 표현을 자주 들을 수 있다. 틀을 의미하는 일본식 표현이 바로 와꾸다. 인테리어 필름이나 무늬목 등을 부르는 명칭도 생소하긴 마찬가지다. "이건 마사고 이건 이다메예요"라는 점원의 설명을 관련업종에 종사하지 않는 이는 한 번에 알아듣기조차 어렵다. '마사'는 곧은 나뭇결 무늬를, '이다메'는 물결처럼 무늬가 있는 나뭇결을 의미한다. 우리말로는 곧은결, 무늬결로 표현한다.


이 밖에도 가꾸목(각목), 하바끼(걸레받이:마루 시공 시 마루와 벽면의 이음새를 가려주는 몰딩), 도비라(문) 등 일본식 표현은 건설현장과 이어진 건재상에서 널리 통용되는 용어다.

건축자재업계에서는 이 같은 일본식 표현이 취미로 DIY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지만 대리점이나 제품 취급점까지 일일이 관리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한다.


한 건축자재 업체 관계자는 "오랫동안 건재상에 근무한 이들은 오히려 우리말의 규격이나 용어로 이야기할 때 혼선이 있을 정도"라며 "관련업계 종사자도 거부감이 드는 일본식 표현에 DIY 입문자들이 꺼려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유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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