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90초 전쟁’..라바, 지구촌 사로잡고 ‘新한류’ 우뚝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19 17:20

수정 2013.11.19 17:20

위부터 투바앤의 단편 애니메이션 '라바', 선데이토즈의 스마트폰 게임 '애니팡'.
위부터 투바앤의 단편 애니메이션 '라바', 선데이토즈의 스마트폰 게임 '애니팡'.

#. 플랫폼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마다 스마트폰에 정신이 홀려 있다. 1분, 지하철이 들어오자 잠깐 눈을 떼고 객차에 오른다. 다시 스마트폰으로 고개를 떨군다. 90초, 다음 정거장에 닿을 때쯤 안내방송이 나오자 고개 들어 지하철 역명을 확인한다. 1분은 모바일 게임을 즐기기에 충분한 시간, 장거리 이동이라면 15분짜리 웹 드라마 몇 편을 감상해도 좋을 것이다.

'웹툰.모바일 게임.단편 애니메이션.웹 드라마' 등으로 대표되는 킬링타임 시장이 PC중심의 온라인 콘텐츠시장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국가 간 장벽도 상대적으로 낮아 국내 산업의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규모가 작은 국내 시장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어 미국과 일본 등의 선진 시장은 물론 거대 시장이 형성 중인 중국으로의 진출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풀어야 할 숙제는 무료 콘텐츠에 익숙한 국내 시장의 한계와 저작권 보호에 관한 체계적인 대책이다.

■낮은 문화 장벽 '신(新) 한류' 기대

지난 8월 페이스북은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모바일을 통해 월간 8억명 이상이 이용하는 페이스북이 게임 업체와 협력해 전 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사업의 초기 협력자로 한국 모바일 게임 업체인 게임빌과 위메이드가 선정됐다. 이들 업체 이외에도 위메이드의 자회사인 조이맥스와 바른손게임즈, 와이디온라인 등의 업체들도 페이스북과 게임 퍼블리싱 관련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모바일 게임 업체들은 퍼즐과 보드게임 등 조작이 단순하고 플레이 시간이 짧은 '킬링타임용 게임'을 제작해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기록했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 업체의 규모가 작다는 점에서 해외 시장의 개척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다.

페이스북의 게임 퍼블리싱 사업에 국내 모바일 게임 업체의 참여는 글로벌 시장에서 실력 및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것 이외에도 그동안 국내 시장에 한정된 사업 영역을 글로벌 시장까지 확대할 수 있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성공 여부에 따라 모바일 게임에서 K-팝(pop)을 이을 수 있는 '신(新) 한류'가 탄생할 수도 있는 것.

게임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과 라인에 게임을 공급할 때는 시장 규모가 1억~2억명 수준이었다면 페이스북 시장은 4~5배 이상 크며 지역적으로도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퍼져 있다"며 "전 세계의 스마트폰 이용자를 상대로 게임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문화적 장벽이 낮고 세계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게 조작이 단순한 게임이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단편 애니메이션 '라바'도 세계 40개국에 수출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애니메이션으로 부상했다.

라바는 내년 2월에 열리는 국제 에미상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국제 에미상은 1년간 가장 우수한 업적을 이룩한 TV프로그램에 대해 시상하는 것으로, 영화 부문의 아카데미상에 견줄 만큼 그 권위와 명성을 자랑하는 상이다. 앞서 라바는 지난 6월 아시아 최대 TV 축제인 상하이 TV페스티벌에서 애니메이션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라바의 특징은 90초의 짧은 시간 동안 대사 없이 진행되는 슬랩스틱 코미디 애니메이션이다. 짧고 대사가 없으며 전 세계에서 수용이 가능한 슬랩스틱 코미디를 채용했다는 점이 문화적 진입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했으며 성공으로 이어졌다"며 "그동안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은 기술적으로는 뛰어났지만 언어와 문화적 장벽을 넘지 못해 세계 시장에 나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 시장을 신성장 동력으로

'애니팡'으로 유명한 선데이토즈는 올해 야심찬 계획을 세운다. 수명이 짧은 모바일 게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저작권을 바탕으로 캐릭터 상품, 애니메이션, 공연, 방송 등의 시장에 적극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선데이토즈는 12종의 캐릭터 상품을 출시했고 지난 1.4분기 기준 100만건을 판매했다. 이 같은 계획이 성공한다면 선데이토즈는 8000억원 수준의 모바일 시장과 함께 8조원에 육박하는 캐릭터 시장까지 넓은 시장을 보며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아직은 규모가 작은 킬링타임 콘텐츠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저작권을 이용한 연관 산업 진출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웹툰이다.

웹툰은 킬링타임 시장의 핵심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공짜라는 인식을 얻고 있다. 한번 굳어진 공짜 이미지를 바꾸기 쉽지 않자 웹툰 시장은 최근 저작권을 이용한 상업화에 적극적이다. 웹툰 하단에 웹툰 주인공 캐릭터를 이용한 기업 광고를 올리거나 아예 광고를 위한 한 편의 웹툰인 '브랜드 웹툰', 영화 시나리오 시장 진출 등이 대표적인 예다.

웹툰에서 가장 크게 보는 시장은 영화다. 실제 '이끼'와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의 성공으로 웹툰은 영화 시장에서 가장 인기 높은 콘텐츠가 됐다.

최근에는 처음부터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웹툰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는 웹툰 사업자가 규모가 작은 웹툰 하나만을 볼 경우 규모가 3000억원(오는 2015년 웹툰 시장 규모 전망치)에 불과한 시장을 보고 사업을 해야 되지만 웹툰의 영화화까지 고려하고 시장에 참여할 경우 1조2357억원(2011년 한국영화 극장 매출 기준)의 대형 시장까지 동시에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웹툰은 위에서 아래로 읽어 내려가는 형태를 가지고 있어 영화 시나리오와 유사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영화 시장에서 웹툰은 매력적인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며 "과거 웹툰은 영화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같은 인기 작품이 나오면서 유명 웹툰 작품 상당수는 영화화를 위한 판권 계약이 이뤄져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을 이용한 연관 산업 진출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이른바 '짝퉁'과의 전쟁이다. 불법복제 시장이 정품 시장을 위협할 수준까지 확대되면서 콘텐츠 사업자가 저작권을 활용한 연관 산업 진출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저작권보호센터의 '2013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복제물 유통으로 인한 콘텐츠산업에서의 직.간접적인 생산감소는 약 2조6000억원, 기타산업에서의 생산감소가 약 1조5000억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산업에서 약 4조1000억원의 생산감소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생산감소가 발생한 분야는 영화산업이며 음악, 게임, 출판 등의 순으로 생산감소가 이뤄졌다. 이와 함께 콘텐츠산업에서의 고용손실은 약 2만5000명, 전체 산업에서는 약 3만4000명의 고용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콘텐츠 산업의 부가가치 감소가 약 1조2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탐사보도팀 최경환 팀장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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