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3無 대한민국,지식재산 후진국 우려] “전담팀 필요하지만 돈이..” 국내기업 특허분쟁 대비 소홀

강재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06 17:06

수정 2014.05.06 17:06

[3無 대한민국,지식재산 후진국 우려] “전담팀 필요하지만 돈이..” 국내기업 특허분쟁 대비 소홀

#1.국내 자전거부품 중소기업인 A사는 최근 세계 1위의 자전거부품 기업인 일본 B사에 2조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목적은 특허침해 및 손해배상과 생산.수입 및 판매금지 가처분이다. 두 회사의 분쟁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사는 당시 독일 지방법원에 B기업을 상대로 1조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B사는 2009년부터 최근까지 일본과 중국, 유럽, 미국 등에 A사를 상대로 특허 무효 소송을 냈고 모두 A사가 이겼다. A사는 이 같은 법원의 판단에 탄력을 받아 네덜란드와 중국에서의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2.반도체·액정표시장치(LCD)·태양광 장비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은 2003년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AMAT)가 대만 지방법원에 제기한 특허 소송에 휘말렸다. 7년여가 지난 2011년 주성은 1심 판결에서 승소했고 이어 지난해 7월 각고의 노력 끝에 2심에서도 승소했다. 특허침해금지 소송을 당한 지 10년 만이다.

위 사례는 종종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묘사되는 특허 분쟁 사례다. 국내 중소기업이 글로벌 기업을 이겼다는 사실이 워낙 고무적이어서 관심거리로 회자되지만 안타깝게도 극히 일부의 이야기다. 실상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과의 소송이 벌어지면 중도에 포기하거나 아예 전후좌우를 잘 따져보지도 않고 특허 사용료을 지불하는 형식으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대응해보지도 않고 패소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처럼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국을 무대로 분쟁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고 이는 국내 기업들에 막대한 부담이 되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많은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지만 외국기업들이 제기한 특허소송으로 문턱에서 좌절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국내기업 대상 특허분쟁 급증세

한국기업과 외국기업 간 국제특허소송 건수는 매년 빠르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6일 특허청에 따르면 국제특허소송 건수는 2009년 154건, 2010년 186건, 2011년 280건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기업이 제소한 것보다 피소된 경우가 더 많았다는 데 있다. 200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제기된 국제특허소송 1235건 중 한국기업의 피소 건수는 1015건으로 제소 건수 220건의 5배에 육박했다.

전기전자, 정보통신 등 정보기술(IT) 분야 소송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최근에는 장치산업, 기계소재, 항공, 섬유 등으로 소송 분야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정보통신산업의 다른 분야 소송 건수를 보면 잘 나타난다.

특허청이 지난해 발표한 지식재산관리회사(NPEs) 동향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별로 정보통신산업 관련 소송이 전체 전체 288건 중 138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전기.전자산업 95건, 장치산업 31건, 기계.소재산업 15건, 기타 산업 9건 순이다.

■기업들의 준비 수준은 '낙제점'

이런데도 국내기업의 관심도는 낮고 준비도 허술한 실정이다. 최근 삼성전자·애플 간 세기의 특허전쟁으로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은 부각됐지만 그때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한 중견그룹 관계자는 "그룹에 3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고 계열사에는 1~2명의 관련업무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지식재산 관리에 대한 필요성은 알고 있지만 비용으로 직결되는 만큼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지식재산을 전담하는 조직이나 인력은 없고 법무팀에서 함께 관할하고 있다"며 "전담인력을 배치하면 좋겠지만 효용성 면에서 과연 얼마나 투자 대비 효과를 거둘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지식재산 관련 인력이라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보유인력의 전문성 강화에도 인색하다. 특허청과 무역위원회가 지난해 조사한 '2013년도 지식재산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식재산 담당인력을 보유한 기업 중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기업은 전체의 44.5%에 그쳤다.
절반을 넘는 기업들이 지식재산 담당인력의 직무능력을 키우기 위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지식재산전략기획단 고기석 단장은 "기업들의 지식재산에 대한 관심은 과거에 비해 분명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아직도 선진국들과 비교해 보면 전문성이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특히 지식재산과 관련한 전문인력 육성 및 채용도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미진한 상태"라며 "최고경영자들이 지식재산에 대한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비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박하나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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