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국경 없는 지식재산 전쟁 시대] (上 )“타국 지재권 존중때 자국 보호받아… 중국, 변하고 있다”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21 17:18

수정 2014.10.27 07:44

신혜은 충북대 교수(왼쪽)가 지난 14일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 아테네가든에서 우한동 중국 지식산권연구회 부이사장을 인터뷰하고 있다.
신혜은 충북대 교수(왼쪽)가 지난 14일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 아테네가든에서 우한동 중국 지식산권연구회 부이사장을 인터뷰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가 특허청과 공동으로 주최한 '제4회 국제 지식재산권 및 산업 보안 컨퍼런스'가 지난 14일과 15일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동북아 한·중·일 시대의 지식 재산'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컨퍼런스에는 한·중·일 3국의 지재권 전문가들이 모여 각국의 제도와 문제점, 미래상을 논의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끈 인물은 중국 최고의 지재권 전문가로 꼽히는 우한동 중국 지식산권연구회 부이사장이다. 우 부이사장의 방한에 국내는 물론 일본 지재학회, 산업계가 큰 관심을 보였고 그의 강연 시간에는 좌석이 부족할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이에 본지는 14일 당일 롯데호텔에서 우 부이사장과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신혜은 교수의 만남을 주선했고 이들은 한국과 중국의 지재권 발전 방향에 대해 강연 시간과 패널 토론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편집자 주>

대담=신혜은 충북대 로스쿨 교수
―이번 컨퍼런스를 위해 한국에 오신 걸 환영한다. 일본은 2002년부터 지재권 강국을 선언했고 중국은 2008년부터 지재권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이 이런 행보를 보이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지역은 전 세계에서 지식재산권 사업이 가장 활발한 곳이다. 그만큼 창조 능력이 뛰어나고 이로 인해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여력이 많다. 중국은 지식재산권 발전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의 경험을 많이 참고하는 편이다. 관찰한 바에 의하면 중국과 일본의 과학기술 혁신은 1950년대 비슷한 시기에 이뤄졌고, 한국은 40년 만에 혁신 국가의 대열에 들어섰다. 중국의 목표는 2020년에 혁신 국가를 완성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2008년 국가지식재산전략 요강을 반포하고 실시하고 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우 부이사장이)발표한 내용 중 흥미로운 것이 많아서 참석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중국 정부의 지재권 강화 노력에 힘입어 출원 건수나 양적인 면에서 굉장히 많은 성장을 했다는 내용이 있던데 현실은 어떠한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지 13년이 지났고 국가지식재산전략요강을 시행한 지는 6년이 됐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의 특허 출원 수는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현재 미국은 세계 출원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데 이를 제치고 중국이 1위로 올라섰다는 것은 중국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물론 미국, 일본, 한국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허의 질과 수준이 특히 그렇다.

―특허의 질이 낮다는 것은 무엇을 근거로 말하는 것인가.

▲작년 톰슨 로이터스의 보고에 따르면 반도체 등 12개 핵심기술의 각 산업별 상위 10개 기업 120곳 중 일본 기업이 60%를 차지한다. 반면 중국은 25%에도 못 미친다. 결국 중국은 특허 수만 많지 기술 면에서는 여전히 앞서지 못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미래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특허기술을 좀 더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10년째 상표 출원 1위 국가이며 최근 3년간은 특허출원에서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원동력은 무엇이고 과제는 또 무엇인가.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과학 분야에 파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하는 지역이 선전이다. 모든 도시가 선전처럼 된다면 앞서 언급했던 특허의 질과 수준 문제는 개선될 것이다. 인적·물적 자원이 풍부한 것도 장점이다. 반면 경제발전이 불균형하게 이뤄지는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것은 정치계와 산업계, 학계가 힘을 합쳐야 바꿀 수 있다. 지식재산이 정당한 값을 받으려면 그것을 돈 주고 살 여력이 있어야 한다.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편법을 생각하게 되고 더불어 지식재산권도 제값을 받지 못한다. 고른 경제발전과 지식재산권 강화가 맞물려 있는 이유다. 시민들의 의식개선도 필요하다. 사회 전반에서 지식재산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혁신을 권장하고 지식재산을 존중하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그래야만 혁신 국가가 될 수 있다.

―중국 특허법이나 상표법의 최근 추이를 보면 법적으로는 선진국 못지않게 정비돼 있다. 하지만 집행이 제대로 되느냐, 실효성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특히 외국기업에 공정한 법 집행이 되고 있는지가 논란거리다. 일례로 중국기업과 외국기업의 특허소송, 상표분쟁이 있을 때 자국 기업에 유리하게 법적용을 한다는 목소리가 종종 있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중국 정부는 과학입법, 엄격입법, 공정실시를 원칙으로 한다. 말씀하신 문제점도 물론 인정하지만 한국과 일본도 지재권 보호를 위해 길고 험한 길을 걸어오지 않았나. 과거 미국과 일본, 한국과 일본의 분쟁 사례를 보면 상대국에서 벌어지는 소송엔 아예 출석하지 않는 일이 흔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기업들이 성숙해져 적극 대응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현재 한국과 일본 기업은 지재권 보호에 적극적이고 주도적이다. 삼성과 애플의 소송전에서도 알 수 있듯 한국기업은 매우 저돌적이지 않은가. 타국의 지식재산권을 중시해야 자국의 지재권도 보호된다는 걸 중국도 잘 알고 있다.

우한동 중국 지식산권연구회 부이사장이 지난 14일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신혜은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의 대담에서 한국과 중국의 지식재산권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우한동 중국 지식산권연구회 부이사장이 지난 14일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신혜은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의 대담에서 한국과 중국의 지식재산권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중국은 한국에 매우 중요한 교역국이다. 중국 진출을 원하는 많은 한국 기업이 있다. 이 기업들에 지재권에 어떤 점을 유의해서 전략을 세우는 게 좋을지 조언해 달라.

▲모두가 알다시피 중국은 14억 인구를 가지고 있는 세계 최대의 시장이다. 중국 정부는 기업들이 중국에 와서 투자하고 무역하는 걸 환영한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6700달러인데 이는 한국의 1980년대 초 수준이다.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현행 법률은 국제 공약, 세계적인 관습과 상충되지 않는다. 한국기업도 중국시장에 진출하면 지식재산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 영화, 음악, 게임 역시 베른협약의 회원국으로서 저작권을 보호한다. 한국의 모든 문화작품은 자동적으로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다는 이야기다. 현재 중국과 한국 사이에 저작권 분쟁이 있으나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나의 분석으로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과 직면한 지재권 분쟁은 모두 현행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한국에서는 지재권 담당 인력이 산업계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는 것이 종종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경영전략을 짤 때부터 지재분야 인재를 동참시킨다. 중국은 어떤가.

▲한국과 중국, 일본은 모두 정부가 주도하는 시장경제국가다. 국가가 거시적인 차원에서 시장을 조정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일본이 2002년 발표한 지재전략요강, 중국이 2008년에 내놓은 지재전략, 한국이 2009년에 내놓은 강국전략 등이 놀랍도록 유사하다. 이 이야기는 3국 모두 정부가 지재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계에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차차 좋아질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의 특허 상표출원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중국어로 된 문건도 급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이나 미국, 유럽에서는 큰 어려움을 호소한다. 변리사들 대부분이 이공계 출신이라 어학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자주 나온다. 중국은 언어장벽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중국어로 출원된 특허가 많아 다른 국가 지재권 담당자가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학자인 내가 답하기 곤란하다. 다만 영어 등 외국어에 능통한 특허 심사 인재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언어 장벽으로 인한 어려움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우 부이사장은 중국 지재권 발전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올해로 지재권 연구를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다.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의 지재권연구소는 중국에서 최초로 지재권 연구를 시작한 곳이다. 우리는 지재권 관련 정책이 만들어질 때마다 국가에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해마다 자문보고서를 제출하고 공무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한다.
사회 전반에 지재권 지식을 전파한다는 의미에서 늘 뿌듯하고 영광스럽다.

―이번 방한의 결실이라면 어떤 것이 있나.

▲이제까지 한국에 네 번 왔는데, 이번 컨퍼런스가 가장 성대하고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저작권위원회, 대법원 등에 소속된 고위인사들과 지재권에 대한 토론을 한 것도 매우 뜻깊다.

wild@fnnews.com 정리=박하나 기자

■ 우한동 부이사장은

△중남재경정법대학교 총장

△중국 교육부 인문사회과학중점연구기지, 지식재산보호연구국가기지, 지식재산전략연구기지, 국가 판권국국제판권연구기지 주임직

△중국 교육부 사회과학위원회 법학학부 위원, 중국지식재산법연구위원회 명예회장

△최고인민법원 특약자문위원, 최고 검찰원 특약자문전문가직 겸임

■ 신혜은 교수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고려대학교 법학박사.

△제35회 변리사시험 합격

△아시아 변리사회 한국지부 국제이사

△대한 변리사회 상임위원

△산업재산권법학회 특허법학회 이사(현)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전문위원(현)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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