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발명의 날’ 홍조근정훈장 윤선희 한양대학교 법학과 교수,“ 누구나 쓰는 ‘쵸코파이’라는 말 상표권 하나에 얘기가 달라지죠”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28 17:15

수정 2014.10.27 00:31

한양대 법대 윤선희 교수
한양대 법대 윤선희 교수

6㎡ 남짓한 연구실에 들어서니 익숙한 간식 포장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쵸코파이, 빼빼로, 자일리톨…. 내용물이 없는 빈 상자들이 책장 위에 즐비하게 놓여 있다. 언뜻 보면 군것질을 꽤나 즐기는, 그러면서도 청소는 하기 싫어하는 교수의 연구실 풍경이다.

"이게 다 상표법 강의 자료입니다. 몇 년 걸려서 모은 것들이라 제겐 매우 소중하지요."

국내 지식재산관련법 1호 교수로 꼽히는 한양대학교 법학과 윤선희 교수(57)의 이야기다. 윤 교수의 설명을 따라 눈을 돌리니 과자 포장지 말고도 맥주 캔, 소주병, 라면 봉지, 테이크아웃 커피잔, 시계 등 잡동사니가 넘쳐난다.
윤 교수는 인터뷰에 앞서 '쵸코파이(초코파이)'라는 상표가 적힌 4개의 상자를 꺼내보였다. 제조사가 저마다 다르지만 어떤 제품이 원제품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이제는 '쵸코파이'가 보통명사로 쓰여 누구나 쓸 수 있는 상표가 됐지만 예전에는 문제가 됐어요. 상표든 특허든 지재권 분야의 변화는 이처럼 계속되지요. 세상 일에 늘 눈과 귀를 열고 있어야 합니다."

그는 지난 15일 특허청이 주최한 '발명의 날' 기념식에서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국내 지식재산권산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통상 근정훈장은 자신의 직무에서 상당한 공적을 낸 이들에게 주어지는 것이어서 지재권 전문가인 윤 교수로선 영광이다. 홍조근정훈장은 청조근정훈장, 황조근정훈장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그는 이번 수훈에 대해 "순전히 좋아서 시작한 공부인데 이렇게 인정받으니 기분은 좋다"면서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30여년 전만 해도 그는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던 학생이었다. 지식재산권이라는 말대신 '공업소유권'이라는 표현을 쓰던 시절이다. 국내에는 지식재산권을 공부할 수 있는 책이나 강좌가 거의 없었다. 변리사 시험에 합격한 친구들이 수습 월급으로 당시 서울 집값의 50%를 받으며 승승장구할 때 그는 거꾸로 유학을 결심했다.

"불안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법을 공부할 거면 주류인 헌법이나 민법을 해야지, 왜 특허법 같은 것을 하느냐는 핀잔도 많이 들었고요. 그럼에도 한편으론 남들이 안하는 것이니 내가 최초, 최고가 될 수 있겠다는 야망도 있었습니다."

그는 일본 고베대학 법학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누구보다 열정을 쏟은 덕에 늘 장학생으로 선발됐고, 석사과정 중에는 일본의 한 대학에서 교수 제의를 받기도 했다. 외국인에게는 처음으로 주어진 파격적인 기회였다. 그럼에도 그는 '취업을 하러 온 게 아니라 공부를 하러 왔다'고 만류했고 이후에도 유학기간은 10여년간 이어졌다.

1993년 귀국할 때쯤 한국의 분위기는 몰라보게 바뀌어 있었다. 정보화사회로 접어들면서 지식재산권이라는 개념도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활동영역엔 제약이 많았다. 여전히 지식재산법이 주류로 인정받지 못했던 탓이다. 결국 그는 주력분야인 지재법을 미뤄 두고 상법 강의를 맡아야 했다.

"지재법 교수로 완전히 독립한 게 사실 몇 년 안됩니다. 윗세대에 없던 것을 학문으로 정착시켰다는 자부심이 늘 있어요. 이제 그 학문을 꽃피워야 하는데 여전히 제도적·산업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는 또 정부 차원에서 애정을 갖고 지재권 발전에 힘써주길 당부했다. 세계적으로 지재권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국내에서의 위상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청와대에 지재권 수석을 두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수석이 어렵다면 비서관이라도 있어야 합니다.
컨트롤타워가 막강하면 산업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도 지재권의 중요성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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